LG엔솔에 밀린 파나소닉, 도요타 손잡고 '반값배터리' 역공

강경주 2021. 7.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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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배터리 시장서 日업체들 성장률 부진
원가절감 후 생산량 늘려 '규모의 경제' 전략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배터리인 롱셀(Long cell)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에 밀리고 있는 일본 파나소닉이 도요타와 손잡고 '반값 배터리' 공급이라는 파격 조건을 들고 나왔다. 시장 점유율 열세를 뒤집으려는 일본 업체들의 절박함이 반영된 시도라는 평가다.

PPES "내년까지 배터리 생산비용 절반으로"

2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과 도요타의 배터리 합작사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솔루션'(PPES)은 최근 내년까지 배터리 생산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생산 비용을 65~70%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솔루션 각형 배터리


전기차 배터리팩 기준 제조 원가는 와트시(Wh)당 100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PPES는 팩 가격을 Wh당 50달러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올해부터 개선된 기술로 전기차 배터리와 하이브이드(HEV)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것.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PPES는 지난해 4월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도요타와 일본 최대 자동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한다는 파나소닉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설립된 업체다. 다만 갈수록 글로벌 배터리 패권 경쟁이 치열해져 일본 내 공급 상황만 볼 수는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 도쿠시마, 히메지, 스모토, 히가시우라 등 4개 지역에 공장을 짓고 배터리를 생산하는 PPES는 장기적으로 중국 다롄에도 공장을 세워 배터리 생산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LG엔솔·中CATL 약진…日업체 점유율 위기

PPES가 전기차 배터리 단가를 낮추려는 건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리튬인산철 배터리(LFP)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제조 단가는 소재 원가와 관련성이 크다. PPES는 코발트 함량을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제조 가격을 낮춰 중국 업체들에 대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 [SNE리서치 제공]


일본 업체의 낮은 점유율도 '반값 배터리'라는 극약 처방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5월 등록된 전기 승용차(버스·트럭 제외)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9.7GWh로 지난해 동월보다 3.3배 증가했다. 이중 LG에너지솔루션이 5.7GWh를 공급해 중국 CATL을 제치고 글로벌 배터리 업계 1위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배 급증했다. 삼성SDI는 1.0GWh의 배터리를 공급해 5위, SK이노베이션도 0.9GWh로 6위에 올랐다.

시장 점유율은 LG에너지솔루션이 28.7%, 삼성SDI는 5.1%, SK이노베이션은 4.8%였다. 국내 3사의 합산 점유율은 38.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포인트 증가했다.

중국 CATL은 5월 4.8GWh의 배터리를 공급해 2위(점유율 24.5%), BYD는 1.4GWh의 배터리를 공급해 4위(점유율 7.1%)에 올랐다.

이에 비해 파나소닉의 배터리 탑재량은 3.3GWh로 3위에 그쳤다. 성장률이 시장 평균치를 밑돌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월 24.8%에서 올해 5월 16.0%로 하락했다. 파나소닉뿐만 아니라 일본계 업체들은 시장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에 머물렀다.

SNE리서치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3사 모두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일본 업체들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주행 시간, 출력 감소 문제 등 해결해야"

위기감은 코다 히로아키 PPES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그는 최근 "한국, 중국 등 라이벌을 따라잡고 추월하기 위한 생산 기반을 거의 마련했다"고 언급, 공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을 겨냥했다.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홀랜드 공장 직원들이 파우치형 배터리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PPES는 원가 절감을 위해 소재 구매 비용을 줄이고 생산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계획. 배터리 셀의 화학물질 표준화 등을 통해 생산 확대 및 간소화를 추진하고 원재료 조달에서도 비용 효율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가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기술을 상당히 축적한 만큼 PPES도 기술력을 갖췄을 것"이라면서 "관건은 PPES의 계획대로 원가를 낮출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가격을 낮추면서도 주행 시간 유지, 가속시 출력 감소 방지, 화재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스텔란티스도 2030년까지 배터리 비용을 절반 이상 낮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결국 실제 품질로 승부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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