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국왕 만난 바이든 "어려운 이웃에 둘러싸여.."

김윤나영 기자 2021. 7. 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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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중재해온 요르단 위상 복원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랍국가 정상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중재해온 요르단의 위상을 복원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국왕을 만나 “요르단은 어려운 이웃에 둘러싸여 있다”면서 “우리는 양국 협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젊은 상원의원이었을 때 현 국왕의 (별세한) 아버지를 만났다”면서 “이렇게 아들을 백악관 손님으로 맞아들인 것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라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압둘라 2세는 요르단이 중동 지역에서 “많은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미국을 대신해 우리가 해야 할 무거운 일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요르단은 서쪽으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동쪽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 북쪽으로는 시리아,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요동치는 중동 정세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왕정체제를 유지해온 미국의 우방국으로 인식된다. 요르단은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 중인 동예루살렘의 무슬림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을 관리하는 국가가 바로 요르단이다. 요르단의 인구 1000만여명 중 절반은 팔레스타인인 출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요르단과 미국의 관계는 서먹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요르단 왕실은 “중동 지역의 안정과 안보에 위험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아랍국가들의 관계 정상화 협약인 ‘아브라함 협약’을 주선해 요르단의 중재 역할도 축소시켰다. 요르단 정보국 출신인 사우드 알 샤라파트는 “요르단 정치 지도자들은 트럼프 정부가 요르단 왕조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요르단 지도. 구글 화면 갈무리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처음 이뤄진 이번 방문은 미국과 요르단의 관계를 전보다 공고히 한다는 의미가 있다. 알자지라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핵심 대화자로서 요르단의 역할을 복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압둘라 2세는 미국에 확고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 지지를 요구했을 수 있다. 요르단 입장에서는 이스라엘 극우 진영의 ‘팔레스타인은 요르단이다’ 운동이 골칫거리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에 독립국가는 필요 없고, 요르단이 팔레스타인인들을 받아들이면 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압둘라 2세는 이번 미국 순방으로 최근의 ‘왕자의 난’ 논란을 극복하고 국내 정치적으로도 확고한 지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 압둘라 2세의 이복동생 함자 빈 후세인 왕자가 쿠데타 기도설로 가택 연금됐다. ‘왕자의 난’ 사태는 24.7%에 달하는 실업률로 위기에 처한 왕실의 지위를 흔들었다. 요르단 왕실은 쿠데타 시도가 외국 세력의 음모와 관련됐다고 주장해 이웃국가 사우디아라비아가 반발하기도 했다. 사태는 바이든 대통령이 압둘라 국왕을 지지하면서 일단락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을 통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적절히 관리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5월 양측의 전쟁으로 곤란한 처지에 놓인 적이 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2국가 해법’을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수도 있다. 중동 전문가인 시블리 텔하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위협으로 보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정책에 관여하지 않는 미국 민주당의 관례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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