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학번' 2년제 대학생 "비대면수업만 하다 졸업할 판"

이주빈 2021. 7. 2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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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작년 입학한 학생들 답답함 토로
"남은 한 학기마저 대면수업 가물"
실습 제대로 못한 채 취업전선에
"경험 적은데 누가 뽑아줄지 걱정"
코로나19로 수원지역의 한 대학생이 비대면 방식 수업인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수원/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해 입학하고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학교에 간 걸 다 합치면 일주일이에요.”

서울의 한 2년제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는 김아무개(20)씨는 “가끔 내가 진짜 학교에 다니는 건지, 아니면 사이버대학에 다니는지 헷갈릴 정도”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며 지난해 입학한 2년제 전문대학 학생들의 답답함과 불안함이 그 누구보다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본격적인 확산과 동시에 대학생활을 시작했던 이들은 어느새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학교가 아닌 자신의 방이나 카페, 스터디룸을 캠퍼스 삼아 답답한 대학생활을 보낸 게 벌써 세 학기째다. 학생들은 백신 접종 확대로 기대를 가졌던 마지막 2학기 수업마저 4차 대유행을 계기로 비대면으로 진행될까 봐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실무능력 향상을 기대하고 들어간 학교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바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일 대학알리미 공시를 보면, 지난해 2년제 전문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약 20만명(전문대학 안 일부 3~4년제 학과도 포함)으로, 이들은 코로나19로 선배들과 전혀 다른 대학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김씨는 비대면 수업에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고 했다. “비대면 수업을 하면 수업을 제대로 다 들은 적이 없어요. 집중력이 흐려져서 그냥 틀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등록금도 너무 아깝네요.” 그는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서 2학년 2학기 때만이라도 대면수업을 할까 기대했는데 다시 코로나가 심해져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실습 위주 학과인 경우 수업 특성상 이론 위주 학과보다 상대적으로 대면수업을 한 시간이 많은 편이긴 하다. 하지만 취업을 위한 실무 능력을 키우려고 전문대학을 지원한 학생들이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부산의 2년제 대학에서 호텔외식조리학을 전공하는 유지원(20)씨는 “전면 비대면(1학년 1학기), 대면·비대면 병행(1학년 2학기)을 거쳐 올해인 2학년 1학기 때에는 대부분 대면수업을 했다. 조리를 배우는 곳이다 보니 비대면과 대면 수업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다”고 했다. 유씨는 “(코로나19로)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해 친구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몇백을 들여서 온 학교인데 타격을 받게 되니 슬프고 짜증 난다는 말을 서로 많이 한다”고 전했다.

특성화고 등에서 관련 전공을 경험해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의 격차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한 2년제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이아무개(19)씨는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해서 실습이 많은 학과인데, 1학년 때는 대면 수업을 전혀 못 했고 올해엔 강의 하나만 대면 수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저는 특성화고를 나와 기본 배경지식과 프로그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비대면 수업에도 큰 차질이 없었지만, 일반고를 졸업한 친구들은 비대면 수업을 따라가기 버거워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백신도 나오고 다음 학기에는 대면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돼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처지의 학생들인 탓에 불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취업정보를 얻고, 스펙을 쌓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씨는 “학과 동기들 얼굴도 모르고 선배들과 교류도 거의 없어 학교의 온라인 커뮤니티 아니면 정보를 얻을 곳이 없다. 이러다 바로 졸업하게 되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고 했다. 일본어 전공의 김씨도 “코로나19로 학교에서 진행하는 어학연수나 해외 취업 연수가 막힌 것은 물론이고, 거리두기에 따라 자격증 시험 동시 응시 인원도 제한돼 시험을 신청할 때마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유씨는 “호텔외식조리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취업하고 싶은데 실습이나 행사 경험이 적어 (회사가) 뽑아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4일 2학기 대면수업 확대 방침을 발표한 바 있지만, 7월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탓에 현재 2학기 대면수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젊은층으로 백신이 확대될 계획이어서 방역 당국과 협의해 대면 수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었다”라며 “지난 6월 발표한 방침은 지금도 같다. 다만 코로나 상황이 나빠져 확산 추이를 살핀 뒤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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