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만난 한미일 외교차관, 대만해협·남중국해 거론 "국제규범 저해 행위 공동 대응"
[경향신문]
한·미·일 외교차관들이 4년 만에 한 자리에 모여 대만해협, 남중국해 문제 등을 논의하고 국제규범을 해치는 행위에 함께 대응하기로 약속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미·일 ‘3각 공조’를 중국 견제 행보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의도가 재확인된 것이다. 한·미·일은 앞으로 차관협의를 정례화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21일 일본 도쿄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외무성 사무차관과 제8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마친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인도·태평양 역내 자유와 평화 유지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저해, 불안정하게 만들거나 위협하는 행위에 공동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3국 차관들이 “동중국해 현상 유지를 변경하려는 어떤 일방적인 시도에도 반대하고, 남중국해 등에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협의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2017년 10월 이후 4년 만에 재개된 한·미·일 외교차관협의에서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사안이 한꺼번에 거론된 것은 그만큼 바이든 정부가 3국 협력을 중국 견제 구상에서 중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7차례의 한·미·일 차관협의에서도 중국 관련 이슈가 논의됐지만, 명확한 반대 입장이나 행동을 약속하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간 적은 많지 않다.
셔먼 부장관은 특히 기자회견에서 “일부 국가가 미국 이익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거나 우리의 파트너와 동맹을 위협한다면 미국은 이를 묵과하지 않고, 동맹·파트너와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화웨이 제재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호주 등에 무역 보복을 가한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한국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중국 관련 이슈를 구체적으로 열거하지 않은 채 “역내 평화와 안정, 번영이 3국 공동의 이익이라는 공감대 하에 역내 관여를 위한 3국간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고만 발표했다.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부터 한국, 일본과의 조율을 강조한 미국은 이번 협의에서도 3국 공조를 강조했다. 셔먼 부장관은 “미국은 북한에 관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북한도 우리가 긍정적 답변을 기대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너무 많이는 아니어도 적당히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된 가운데 양국 외교차관들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의식한 듯 관계개선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최 차관은 “그동안의 실무 (협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현안 해결을 위해 (양국이) 지속해서 노력하기로 했다”고 했고, 모리 차관도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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