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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너무 성급했다..10년 뒤 제대로 된 전력기업 다 사라질 것"

이지훈/김범준 입력 2021. 07. 21. 17:55 수정 2021. 07. 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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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CIGRE 명예상 받는 구자윤 한양대 명예교수
에너지 전환이라는 대변혁
'태양광 카르텔'에 지배 당해
전력산업 기반 완전히 무너져
한전, 정부 심부름꾼 탈피하고
첨단 전력 플랫폼 구축 앞장서야
정치적 유불리 따지지 말고
에너지 정책 근본적 혁신을


“이대로 가면 10년 뒤 제대로 된 국내 전력기업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국내 전기 분야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구자윤 국제대전력망협의회(CIGRE) 전문위원(사진)은 21일 “속도 조절에 실패한 탈원전과 무리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국내 에너지산업 생태계 전체가 뒤틀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양대 명예교수인 구 위원은 한국전력 사외이사, 전기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는 등 지난 수십 년간 전력산업 정책 결정의 중심에서 활동해왔다. 작년 8월에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103개 회원국을 보유한 CIGRE 전문위원으로 선출됐다. CIGRE는 세계 전기기술 표준 제정에 참여하는 전력산업 분야 핵심 협의체다. 그는 세계 에너지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다음달 열리는 CIGRE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명예상(Honor Award)’을 받는다. 총 5명이 선정됐고 아시아인으로는 구 위원이 유일하다.

구 위원에게 국내 에너지 정책의 현주소를 묻자 “분명한 방향성 없이 ‘편익 카르텔’에 지배당한 지난 4년간의 에너지 정책을 근본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에너지정책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에너지산업이 이해관계자들의 사적 이익을 취하는 도구로 전락했습니다. 그 사이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의 뿌리가 돼야 할 전력산업의 기반이 무너졌습니다. 탈원전 4년은 ‘원전 카르텔’을 액화천연가스(LNG) 카르텔과 태양광 카르텔로 대체하는 과정일 뿐이었습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혁명적 변화를 구체적 실행 계획 없이 정치적으로 활용한 결과입니다.”

▷탈원전 정책은 뭐가 문제입니까.

“원전 가동에 사용되는 우라늄도 고갈됩니다. 언젠가는 원전으로부터 독립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탈원전 정책은 너무 성급하게 추진됐습니다. 멀쩡한 원전을 가동 중단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과학과 기술에 기반하지 않은 의사결정이 문제를 키웠습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정교한 편익 분석도 전무합니다. 국민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왜 아무도 얘기하지 않습니까.”

▷신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은 맞는겁니까.

“물론 신재생에너지는 피할 수 없는 대세입니다. 그래서 기술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효율이 12~20%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한국의 지리적 환경이 신재생 발전에 우호적이지 않은 영향이 큽니다. 1㎿의 태양광을 설치할 때 설비가 4500평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체계적인 정부의 재정투입, 이에 기반한 민간 기업의 기술혁신입니다. 주변 국가들과의 에너지 연대도 중요합니다.”

▷전력산업의 당면 과제는 무엇입니까.

“앞으로 10년 뒤 제대로 된 국내 전력기업은 남아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전력산업에서 한국을 압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이미 케이블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력분야 기술력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습니다. 미래형 송전기술인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분야는 중국이 세계 최고입니다. 이대로 2030년이 되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한국이 설 자리가 없을 겁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그런데 기업도 정부도 단기성과에만 집착하고 있습니다.”

▷기술 혁신이 중요한 이유는 뭡니까.

“기술이 발전하면서 에너지 선진국의 신재생에너지 ‘균등화 발전비용(LCOE)’이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LCOE는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당 평균 실제 비용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과거와 비교할 수 있는 LCOE 데이터를 감추고 있습니다. 비용이 별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신재생 발전단가를 낮추는 기술개발은 전력산업 경쟁력의 성패를 가르는 문제입니다.”

▷평소 한전의 역할 확대를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전력산업이 정부의 보조자 역할을 맡는 것으로 충분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한전은 정부의 심부름꾼에 머물러선 안됩니다. 더 큰 자율성을 갖고 전력 플랫폼 구축에 앞장서야 합니다. 지금처럼 정부가 시시콜콜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상황에선 한전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고, 전력산업의 발전도 요원한 일이 됩니다.”

▷에너지 정책 어떻게 혁신해야 합니까.

“전력산업의 탈중앙화, 전기화, 디지털화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입니다. 에너지 전환 계획은 정확한 편익 분석과 공론화, 정부의 전폭적 투자와 민간기업의 혁신이 어우러져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떨쳐내고 중지를 모을 때입니다.”

글=이지훈/사진=김범준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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