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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이 송파구에? 예정지 알고 실망했다 [김소희·최지선의 아주 가까운 곳의 정치]

최지선 입력 2021. 07. 2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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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최지선의 아주 가까운 곳의 정치] 습지 주변에 학교 지으며 탄소중립?

[최지선 기자]

 2025년 이전을 앞두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
ⓒ 한국예술종합학교
"△△동 주민들은 한예종 송파구 유치를 환영합니다"

얼마 전부터 서울 송파구 곳곳에 보이기 시작한 현수막 문구다. 현재 성북구에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와 맞닿은 의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부지를 소유한 문화재청은 한예종에게 부지를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과천, 고양시를 포함한 송파구는 '교육 발전'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앞세워 한예종 유치에 나섰다.

처음 현수막을 봤을 때, 나는 예술학교가 우리 동네에 들어온다니 반가운 마음과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유치 예정지가 방이동 습지 인근이라는 걸 알았을 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현재 이 일대는 서울시 생태경관보전지역 및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지구라는 건물의 임계점

"기후위기가 체감이 안 돼요."

최근 만난 누군가 말했다. 우리는 에어컨이 나오는 도시의 한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었다. "도시에서 에어컨 바람 쐬고 있으면 잘 모를 수밖에 없어요"라고 운을 띄우며, 얼마 전 캐나다 한 해안의 온도가 섭씨 50도에 육박해 홍합 수십만 마리가 집단폐사한 일이나, 지난해에 한국에 장마가 유난히도 길어 홍수 피해가 컸던 점이나, 이다음은 우리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8월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화개장터 침수 현장 뒤로 섬진강이 흐르고 있다. 화개장터는 400㎜ 이상 폭우로 마을이 침수됐다.
ⓒ 연합뉴스
 
올해 서유럽에서는 사상 최악의 홍수로 2차 대전에 견줄 만한 재난을 겪고 있다는 점, 모스크바의 6월 기온이 35℃가 넘어 120년 만에 최고관측기록을 깼다는 점, 고온 건조한 기온에 불이 몇 달째 꺼지지 않았던 작년 호주 산불이나 올해 미국의 산불까지는 미처 얘기하지 못했다. 이 모두가 9시 뉴스만 틀면 나오는 이야기지만, 에어컨을 틀어놓고 실내에 있으면 무슨 이유인지 이 모든 재앙이 우리를 피해갈 것만 같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무서운 점은, 마치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듯 한순간에 지구의 자연환경이 급변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건물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붕괴하기 전 수많은 전조증상이 있고, 원인요소들이 있다. 건물 관리자가 그 전조증상을 인지하고 수리보수를 하거나 이용자들을 대피시키는 등 관리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경우엔 건물은 '갑자기' '손 쓸 새 없이' 무너진 것처럼 보인다.

건물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와르르 무너지듯이, 지구의 '기후'라는 것 역시 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일련의 연쇄 구조로 인해 회복이 불가능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뜨거워진 지구 속에서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체가 고통스럽게 살아가거나, 제 명을 못 살고 죽을 것이다. 극한의 고온, 북극 빙하 소멸, 토네이도, 물 부족 인구 급증, 초대형 산불과 홍수와 같은 상황들이 일상이 될 것이고, 열악해진 자연 조건 속에서 전쟁과 분쟁 역시 늘어갈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간들이 현재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을 급격하게 줄이지 않으면, 5~10년 안에 이 임계점이 찾아온다고 한다. 이게 요즘 기후 관련 소식에서 종종 이야기하는 '1.5℃'이다.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올라가는 걸 막아야 한다. 지구를 이용하는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전조증상을 봐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의 '건물관리자'들은 얼마나 책임 있는 자세로 위기에 대응하는지 의심스럽다.

습지 옆에 건물 지으면서 온실가스 감축?
 
 문재인 대통령 지난 5월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 참석, 격려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지난해 대통령서부터 지자체장까지, 각종 선언과 행사에서 '탄소 감축'을 요란하게 얘기했다. 하지만 문제는 진정성이 안 느껴진다는 것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겠다? 2020년 기준으로 무려 30년 뒤다. 누군가가 '당신을 사랑해요. 나랑 30년 뒤에 결혼해줄래요?'라고 얘기한다면, 당신은 이 사랑을 믿고 30년을 기다릴 것인가? 적어도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나 기다려야 하는 이유를 가져와야 하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앞으로 5~10년 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하는데, 한 세대 뒤인 30년 뒤를 이야기하며 실행 가능한 단기목표를 제시하지 않는다? '탄소 중립'을 얘기하며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지 않고, '기후위기 기본법'을 논의하며 '성장'이라는 단어를 굳이 넣으려고 한다? 어찌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까.
       
다시 송파로 돌아와보자. 송파구는 지난해 '송파형 그린뉴딜: 탄소중립도시계획' 선언을 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50% 감축'이라는 담대한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탄소 흡수원인 습지 인근에 학교를 짓기보다는 습지를 보전하고 확대해야 마땅했다.

방이동 습지는 80년대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운동장 부지로 지정돼 개발이 제한된 이래 20여 년 이상 자연상태로 방치되며 다양한 식생의 서식지가 된 곳이다. 현재 갈대군락을 포함한 114종의 식물류, 왜가리, 백로, 흰눈썹 황금새, 오색딱따구리 등 45종의 조류, 버들붕어, 참붕어 등 6종의 어류를 포함한 다양한 생물종들이 살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희소성이 있고 보전가치가 매우 큰 비오톱(소생물권)'으로 평가하여, 2002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생태 체험프로그램이 운영중이며, 습지 인근은 텃밭은 구민들에게 분양하여 도시농업의 체험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 송파구는 이 부지 일부에 대한 개발제한을 해제할 것을 서울시에 건의하고 있다. 지난 5월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송파구의 한예종 유치 예정지는 그린벨트 기능 상실 등 보존가치가 낮아 토지이용의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고, 시 조례를 포함해 관련법규 상 그린벨트 해제의 모든 기준을 충족한다"라고 말했다.
 
 송파구가 제시한 한예종 유치 예정지. 방이동 습지를 포함한 개발제한구역이다.
ⓒ 송파구
 
송파구에 따르면 방이동 습지 일대 면적 46만7985㎡ 중 한예종에서 필요로 하는 면적은 12만㎡라고 한다. 캠퍼스는 습지를 피해 지을 것이며, 습지와 캠퍼스 사이 완충지대도 조성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나 송파구청장의 인터뷰를 보았을 때, 개발제한구역 해제, 교육발전, 경제발전 등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생태보전과 캠퍼스 건립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대대적인 캠퍼스 준공으로 인한 소음이나 분진이 습지 내 생태계 교란을 가져올 위험이 있으며, 그린벨트 해제 역시 신중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한예종 캠퍼스 이전'과 같은 의사결정이 하나하나 축적돼 우리의 5년, 10년 뒤가 달라진다. 애초에 2009년 의릉을 포함한 조선 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시설물 철거에 대한 논의가 좀 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 시대의 '건물관리자'들은 모든 의사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태적 영향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 한예종 부지 선정은 오는 9월께라고 한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나와 같은 젊은 유권자들은 이들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기사를 쓴 최지선은 송파구 풀뿌리 활동가이며, 지난 4.7 보궐선거에 송파구의원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송파에서 환경과 여성주의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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