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후쿠시마 도시락은 아니지" 일본 뜻밖의 반응

이예솔 2021. 7. 22.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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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도쿄올림픽서 한국 선수단에 식사 직접 공수 결정
日정부 강력 반발..누리꾼들 의견 엇갈리기도
일본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을 지원하는 대한체육회의 현지 급식지원센터에서 20일 조리사들이 음식을 도시락 용기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을 위해 대한체육회가 국내산 도시락을 공수키로 한 것을 놓고 일본 정부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다만 일본 누리꾼 내에서도 ‘후쿠시마(福島)산 식자재 사용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8일 도쿄올림픽 선수촌 인근의 한 호텔을 빌려 한국 선수단을 위한 별도의 식사·조리공간으로 만들어 20일부터 선수단에 도시락을 제공했다. 일본 선수촌 내 식당에서 동일본대지진 재해지인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등 3개 지역 의 식자재를 이용해 ‘방사능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 식재료를 공수하고 조리사와 영양사 등 24명을 파견했다. 식자재의 방사능도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일본은 강하게 반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닛칸스포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마루카와 다마요 올림픽담당상은 지난 20일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방사성 물질 오염을 이유로 자국 농산물을 반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피해 지역의 식재료는 관계법령에 근거해 안전성이 확보돼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7일 자민당 사토 마사히사 외교부 회장도 “후쿠시마 현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고 반응하기도 했다.

일본 SNS에서도 대한체육회 결정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많았다. 대체로 “이럴 거면 일본에 오지 말지. 왜 보이콧을 안 했나” “한국산 식재료의 질이 더 떨어진다” “식중독에 걸리면 그것도 일본 책임이라고 할 건가” “한국이 일본 농부들에게 상처를 줬다” 등의 내용이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을 지원하는 대한체육회의 급식지원센터가 20일 선수들에게 전달한 점심 도시락. 연합뉴스


그러나 의외의 반응도 등장했다.

일부 일본 누리꾼들이 이번 논란과 관련해서는 한국을 향해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게 옳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꺼리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일본 누리꾼은 “한국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먹냐, 먹지 않냐는 개인과 각국의 자유”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지금 세계 여러 나라가 후쿠시마 식품 수입 금지 조치를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대만 등이 그렇다.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한국을 응원할 생각은 없지만, 일본에 온 손님인데 그럴 수도 있지 않나” 등의 의견도 있었다.

실제 21일 미국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올림픽위원회도 자국 선수단에 제공할 7000끼 식사분을 직접 제공하기로 하고, 32.7t에 이르는 음식과 음료를 공수했다.

‘내로남불’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이들은 “(동일본대지진이) 10년 이상 지났지만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한) 국내 소비도 크게 늘지 않았다” “지금도 방사능 오염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 않나” “우리 일본인들도 후쿠시마산 재료는 피하는 상황인데, 후쿠시마산 재료를 먹고 혹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평화의 축제인 올림픽에 상처가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018년 2월 7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특집 기사. 아사히 신문 홈페이지 캡처


한국에서 열렸던 2018 평창올림픽 때 일본올림픽위원회가 식중독 예방 등 안전을 이유로 일본 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일본 음식 제공 식당을 운영한 일도 재언급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당시 강원 강릉·평창 선수촌 근처에 일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인 ‘G-로드 스테이션’이 설치됐다며 홍보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2018년 2월 7일 당시 보도에서 일본 선수들의 식당 시설을 소개하며 “이곳에서는 선수들이 와도 ‘환영합니다’란 말을 쓰지 않는다.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본산 식재료를 사용한) 일본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 누리꾼들은 일본 정부 반발과 트집잡기식 비판에 분노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노로바이러스 무섭다고 평창 때 밥솥 따로 챙겨온 XX들” 등으로 일본 측을 비꼬았다. 이외에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우리 밥 먹이겠다는데 왜 니네가 난리냐” “원산지 표기도 안 하면서 선수들 몸으로 생체 실험 하라는 거냐” “우리만 ‘자체조달’한 것이 아닌데 미국한테도 똑같이 비판하는지 지켜보겠다” 등의 격한 반응들도 이어졌다.

이예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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