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리스크' 마주한 윤석열..검사와 정치인 사이
[경향신문]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를 둘러싸고 부정적인 기류가 조심스럽게 확산되고 있다. ‘검사 윤석열’이 보여줬던 특유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고 정책적 이해도가 떨어지거나 거친 발언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모와 아내 등 ‘처가리스크’가 최대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는 초반 관측과 달리 이제는 오히려 윤 전 총장 본인의 역량이 가장 큰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모 구속 등 악재에도 지지율을 유지했던 윤 전 총장이 ‘본인 리스크’를 마주하게 되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검사’에서 ‘정치인’으로 제대로 변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의 ‘한달’ 행보를 두고 “검사 시절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지난해 국정감사 현장에서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작심 발언’을 쏟아내던 모습이나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소신 행보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장면이 지난 20일 대구 일정 중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그는 “모든 대통령들은 존경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에둘러 답했다. 박씨 지지자들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에 일리가 있고, 저도 일정부분 공감한다”고 답했다. “탄핵은 정당했다”고 했던 이준석 대표의 과거 대구 연설과 대비되면서 어정쩡하고 모호한 태도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보수층 지키기와 중도 외연 확장 사이에서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면서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그의 애매모호한 이미지를 굳어지게 하는 대목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이를 곧장 지적했다. 그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방송 토론에서 “(윤 전 총장이) 다시 (탄핵의) 강으로 가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방향성에 혼란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윤 전 총장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고유한 색이나 가치를 잃지 않고 당 경선에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사퇴 후 빠르게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정책이든 대선주자로서든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52시간제를 비판하면서 ‘주 120시간’을 거론한 대목은 정책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대구 아니었으면 민란”이라는 발언도 지역 감정을 조장해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발언으로 꼽힌다. 지난 6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선 “사실 과거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해 일본 극우식 발언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검사가 사실관계와 진실을 추구하는 자리라면, 정치인은 상식을 추구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검사 시절 거침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사실관계가 분명하게 정리됐다고 자기 판단이 끝났기 때문인데, 정치인은 사실관계가 아니라 상식에 기반해 판단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검사’와 ‘정치인’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이 정치인으로 제대로 변신하지 못하면 현재의 지지율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문제는 정치력”이라며 “지금 같은 지지율이면 윤 전 총장이 진작에 정국을 주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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