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입자 찾습니다".. 상계주공·성산시영도 전세매물 늘었다

최온정 기자 2021. 7.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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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주민의 68%가 임차인이었는데 실거주 요건이 생기면서 급하게 들어온 집주인들이 꽤 있었어요. 지방에서 거주하던 임대인들까지도 올라와 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실거주 요건을 없애버려서 다시 세입자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그런 분들이 제 주변에만해도 6~7명 있습니다.”(노원구 상계주공3단지 주민)

“고객 중 한 분이 7월 중순에 세입자를 내보내고 들어와 사시겠다고 했어요. 얘기가 다 됐는데 정책이 번복되는 바람에 난리가 났습니다. 세입자는 이미 다른 곳에 집을 구한 상태였고요. 새로운 세입자를 급하게 찾으려다보니 결국엔 시세보다 저렴하게 전세를 내놓겠다고 하셨습니다”(마포구 성산동 공인중개사)

◇ 전세매물 전단지 붙인 공인중개사… “조금씩 문의 늘어”

지난 21일 찾은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 일대 공인중개사무소 창문에는 전세매물을 알리는 전단지 여럿이 붙어있었다. 불과 한 달전까지만 해도 손님이 아예 없었다는 관계자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매물이 있었다. 재건축 실거주 의무 정책이 폐기된 후 중개를 위한 상담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게 일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 아파트 전경/최온정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2일 국토법안소위를 열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 중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는 분양신청 공고일을 기준으로 거주기간 2년을 충족해야 분양권을 받을수 있다는 내용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6.17대책에서 이 법안을 발표한 이후 실거주하려는 집주인이 늘어 전세가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더 컸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결정으로 재건축 단지에서는 자취를 감췄던 전세매물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안전진단을 앞둔 노원구 상계주공아파트와 조합설립 이전인 마포구 성산시영 아파트의 분위기가 확 달라져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이 일대는 실거주 요건에 맞춰 부랴부랴 집으로 들어온 집주인이 많았던 곳이다.

상계주공3단지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세입자를 구하는 집주인이 많지는 않지만 실거주 요건과 관련된 문의는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면서 “다른 부동산에도 문의가 늘고 있다는 걸로 봐서는 조만간 전세 매물이 꽤 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주민 B씨는 “세입자를 내보내고 실거주하러 들어왔다가 이번 결정으로 다시 세입자를 찾으려는 사람들을 꽤 봤다”면서 “집수리까지 다 마치고 살다가 실거주 요건이 없어지자 다시 전세를 놓으려는 경우도 여럿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는 전세 매물이 지난 12일 20건에서 지난 21일 현재 40건으로 2배가 됐다.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공개한 이후 작년 7월1일부터 9월1일 사이에 전세매물이 68.1% 줄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 전셋값은 안꺾였다… “실거주 의무 도입 전보다 높아”

재건축 단지의 전세매물이 늘어나는 분위기지만, 전세금은 아직 크게 하락하지 않는 모양새다. 실거주 목적으로 집수리까지 마친 후 늘어난 수리비까지 얹어 전세금을 높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공인중개사에서는 ‘올수리’나 ‘공사완료’라는 문구가 적힌 홍보 전단지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전경/최온정 기자

성산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가 3억4000만원이었던 22평짜리 성산시영아파트를 2000만원 깎아 내놓은 경우가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실거주 요건이 도입되기 전인 작년 5월에는 같은 평수가 2억1000만~2억5000만원 사이에서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전세금이 높은편”이라고 설명했다. 상계주공3단지 아파트도 작년 6월 16평짜리 전세금이 1억8500만원(11층)에서 이번달 2억3000만원(7층)으로 올랐다.

목동 일대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1~14단지 중 6단지가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통과했고, 9·11단지는 1차는 통과했지만 2차를 통과하지 못했다. 나머지는 1차 통과 후 2차를 준비중이다. 통상 재건축을 앞둔 단지는 전세금이 내려가기 마련이지만, 이 일대는 매물이 늘었어도 가격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목동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목동 신시가지1단지의 경우 27평짜리 5층 전세가 작년 5월 4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실거주 요건이 생긴 이후 같은평수 7층이 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면서 “현재는 8억으로 나온 매물도 많아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느낌은 아직 들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매물이 늘어도 전셋값이 떨어지지 않으니 세입자들은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에서 네식구가 전세로 살고 있다는 E씨는 “집수리를 했다고 해도 이 일대는 30평대 아파트에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고, 주차공간도 부족해 주거여건이 좋지 않다”면서 “오래된 아파트는 전세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인데도 크게 떨어지지 않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이대론 전셋값 못잡아… 과감한 규제완화 필요”

전문가들은 전셋값을 다시 낮추려면 좀 더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실거주 의무 요건을 없애면서 전세매물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나 민간임대사업자 규제 등 다른 규제들도 같이 완화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면서 “정책의 유연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언급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잘못된 정책 하나를 취소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는다”면서 “아예 강한 규제들을 한꺼번에 없애지 않으면 시장에 혼란만 줄 수 있다. 규제완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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