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자랑스런 원자력 기술" 발언에 원전업계 '어리둥절'

문희철 2021. 7. 2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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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원자력연구소’로 불리는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서 21일 착공했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번 기회에 혁신형 원자력 연구를 본궤도에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국 원전 기술을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착공한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분원이다. 정부는 220만㎡(약 67만 평) 부지에 6500억원을 들여 대전 연구소 본원보다 1.5배 넓은 연구소를 조성한다.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300㎿e 이하 소형원자로 개발과 원전 안전 및 해체기술 등을 주로 연구한다.

정동욱 중앙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인 정부지만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 혁신 원자력 기술의 필요성에 공감한 결과가 문무대왕연구소”라고 평가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1일 경북 경주시 감포읍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착공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도 혁신 원자력 기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김부겸 총리는 착공식에서 격려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60년 동안 축적한 자랑스러운 원자력 기술을 가져다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앞으로도 60년 동안 원자력은 중요한 에너지원”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원자력 기술력은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원자력계는 탈원전 정책의 변화를 기대하는 눈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을 연구하는 연구소에 총리가 발걸음을 했다는 것 자체가 원자력 정책에 대한 변화를 시사할 수 있다”며 “탈원전을 하더라도 원전 기술 연구는 지원해 보겠다는 의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원자력 클러스터에서 원전 기술 칭찬한 총리

김부겸 국무총리(오른쪽 네번째)가 21일 경북 경주시 감포읍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착공식에 참석해 발파식 착공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립서비스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원자력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개발(R&D) 지원이 확대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언급은 없어서다. 현재 원전 R&D 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원자력 중장기 연구개발계획을 통해 수립된다. 이에 필요한 비용의 상당 부분은 원전 ㎾h당 1.2원씩 적립하는 원자력 연구개발기금을 통해 충당한다. 하지만 2030년까지 10개 이상의 원전이 가동을 중단하고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다는 정부 정책이 달라지지 않으면 이 기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따라서 총리의 언급은 원전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있지만, 원전 기술 투자가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현행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별로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는 원전 밀집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상황을 고려해 에너지전환 정책(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왔다”며 “(하지만) 원전 안전·해체 기술, 소형모듈 원자로 등 미래를 위한 원자력 R&D는 계속 확대·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종순 교수는 “우리나라는 쓰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에 사달라는 수출 방식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고, 원자력 R&D도 진전이 거의 없었다”며 “이번 언급을 계기로 정부가 미래 원자력 R&D를 확대하고 장기 정책 목표를 수립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구개발기금 감소 추세…립서비스 일수도”

한국원자력연구원 문무대왕과학연구소가 21일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서 착공됐다. 사진은 경주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조감도.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최근 정부는 원자력 발전을 두고 미묘하게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대형 원자력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월성 원전 3호기 등 원전 세 기의 조기 가동도 추진 중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한울 1호기 가동을 승인하고, 최근 정비 중이던 신고리 4호기 재가동을 결정했다.

폭염으로 인한 전력난이 이 같은 정책 변화를 불렀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21일 국회에선 이와 관련한 공방이 있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탈원전 정책이 폭염 기간 중 전력 수급 우려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주장하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탈원전 정책과 전력난 우려는 연관성이 없다”며 설전을 벌였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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