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키가 왜 여기서?"..'불법 촬영 천국' 불명예

안서현 기자 입력 2021. 7. 22. 20:48 수정 2021. 7. 2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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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촬영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상 곳곳 어떤 물건에든 카메라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단 불안감도 높은데 최근 한 국제 인권단체에서는 우리나라의 불법 촬영 문제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심각하다며 집중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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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법 촬영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상 곳곳 어떤 물건에든 카메라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단 불안감도 높은데 최근 한 국제 인권단체에서는 우리나라의 불법 촬영 문제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심각하다며 집중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범행을 미리 막을 방법은 없는지, 대안까지 안서현 기자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기자>

방학을 맞은 23살 대학생 A 씨는 친구 집에서 며칠 지낼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샤워기 근처에서 차키 하나를 봤습니다.

[A 씨/불법 촬영 피해자 : 어? 차키가 여기 왜 있을까? 혹시나 물이 튈까봐 걱정되는 마음에 그거를 (수납장에) 넣어 놨어요.]

샤워를 마친 뒤 차 키를 다시 제자리 놓으려고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차키가 아니라 차키처럼 생긴 변형 카메라였습니다.


[A 씨/불법 촬영 피해자 : 그때 진짜 손이 막 부들부들 떨리고, 너무 무섭고, 너무 배신감이 컸어요.]

가해자는 A 씨 친구의 아버지였습니다.

[A 씨/불법 촬영 피해자 : 아내분과 떨어져 사시니까 '자기가 외롭고 미쳐서 그랬다', '한 번은 실수인데 용서해주면 안 되겠냐' 계속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이젠 어딜 가도 누군가 날 몰래 찍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렵다고 털어놓습니다.

[A 씨/불법 촬영 피해자 : 진짜 세상이 미친 것 같다. 이렇게 차키 모양 몰래카메라가 진짜 있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이런 게 왜 필요해요? 이 세상에…]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 제목입니다.

디지털 성범죄로 여성들의 삶이 파괴되고 있다는 내용인데, 전 세계 얘기가 아니라 오롯이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입니다.

내용을 보면 "전 세계에서 한국이 불법 촬영을 이용한 성범죄가 가장 심각하다"고 돼 있고 "카메라가 내장된 탁상시계를 통해 한 달간 자신의 일상이 고스란히 실시간으로 촬영돼 전송된 한 여성의 피해 사례도 있다"도 소개돼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다양한 변형 카메라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의 한 전자 상가를 가봤더니 앞에서 살펴본 차키뿐 아니라 시계, USB, 안경, 텀블러 등 웬만한 모든 물건에 초소형 카메라를 넣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전자상가 상인 : USB 모양 (변형 카메라)이라든지. 어디 숨겨서 들어가는 방법도 괜찮아요. 가죽 지갑에 (카메라를) 넣으시면 여기 구멍을 뚫어서 이렇게 갖고 다니시는 거예요. 종류는 다 있어요.]

물론 불법 촬영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처벌할 수도 있지만, 범행 발생 뒤 사후적으로 처벌하기 때문에 몰카 판매, 촬영을 사전에 근본적으로 막을 대안은 되지 못합니다.

지난 3월 변형 카메라의 사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산업계의 반발로 아직도 국회에 머물러 있습니다.

[방정현/변호사 : 누가 봐도 사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용되지 않는 그런 변형된 카메라라고 볼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그런 (취급) 이력 관리라든지 이런 것들을 통해서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법 촬영 장비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박기덕, VJ : 김초아·정한욱, 작가 : 이지율,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안서현 기자as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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