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논란 가열..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는 서울시

김하나 2021. 7. 23. 05: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세월호 기억공간' 26일 철거..유족 "일방적 철거 통보는 세월호 지우기"
시민들 "국가적 슬픔 기억하고 보존해야" VS "다른 참사와 형평성 어긋나고 광장은 시민휴식 공간"
국가유공자 "순국선열도 광장에 없어..정치권, 더이상 희생자들 이용해 정치적 이익 추구해선 안돼"
전문가 "정당성 문제를 여론재판 하면 정치싸움 변질..서울시가 유족들과 적극 소통·협의해야"
22일 세월호 기억공간이 공사 펜스에 둘러싸여 있다.ⓒ데일리안

서울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논란이 연일 증폭되고 있다. 참사 현장을 기억하기 위해 '상징적 공간'으로 남겨야 한다는 주장과, 광장은 시민 모두의 휴식 공간이며 다른 국가적 참사와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서울시의 분명한 당위성 피력과 유족 설득 등이 요청되고 있지만 서울시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반복하며 취재마저 피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79.98㎡(24평) 규모의 목조건물 세월호 기억공간은 광장 재구조화 공사로 공사 펜스에 둘러싸여 있었다. 외부에는 '본 시설물은 시유재산으로 허가받지 않은 사용, 수익 및 점유를 금하고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문 너머로는 세월호 배 모형만이 놓여 있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의 이름이 하나씩 쓰여있는 '추모의 벽'과 단원고 학생들 단체 사진이 담긴 액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22일 세월호 기억공간에 '시유재산 무단 사용, 점유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데일리안

앞서 서울시는 오는 26일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기로 하면서 이 공간에 있는 물품 등을 이달 21일부터 25일까지 정리해달라고 유족 측에 전달했다.


서울시는 기억공간이 공사 이후에도 존치될 수 없다는 입장만을 반복하며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언론취재도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2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기억공간 철거는 이미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당시 결정됐다"며 "세월호 대책위에도 해당 사실을 알렸고 행정절차 대로 철거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서울시의 공식입장이고, 다른 질문들이 있으면 담당부처를 통해 답변을 들으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통보에 세월호 유족 측은 즉각 반발했다. '4월16일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가 대안 마련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고, 서울시장 면담 또한 추진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며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은 시민들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서울시의 일방적인 철거 통보는 오직 '세월호 지우기'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7일 경기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후보 정책 언팩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와 관련해 여당 대권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전날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존치해 달라"고 공개 요청하기도 했다.


시민들 대다수도 세월호 기억공간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화문 인근 직장을 다니는 유모(28)씨는 "국가적 재난의 슬픔을 반복하지 않고 기억하려면 지우지 않고 보존해야 한다"며 "광화문 광장은 국민이 세월호 참사에 분노해 촛불을 들고 모인 상징적인 장소인 만큼 결코 잊혀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모(50)씨는 "아직 세월호 사태는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국가적 재난"이라면서 "참사 추모와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희망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철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5주기인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기억 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19.4.16ⓒ연합뉴스

반면 일각에서는 세월호 기억공간이 다른 국가적 참사와의 형평성에서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국가유공자 장모(66)씨는 "세월호 사건으로 유가족들이 얼마나 억울하겠나 싶으면서도 정치권이 더이상 희생자들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라를 위해 순직한 순국선열들도 광장에 없다"며 "다른 억울한 죽음과 비교해 볼 때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모(28)씨는 "광화문 광장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라면서 "기억공간이 필요하다면 다른 장소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통과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냐 존속이냐 정당성 문제를 여론재판으로 끌고 가면 찬반 양론으로 나눠져 정치 싸움으로 변질된다"며 "유가족에게 세월호 참사는 현재진행형인 만큼 일방적 통보는 유가족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서울시가 나서 유족들과 적극 소통하고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