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힌 윤석열 캠프, 말 없는 대변인단

이원석 기자 2021. 7. 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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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캠프, 갈등 노출되고 소통 부재 이어져
"좌장 두고 캠프 중심 찾아야" 지적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서울 광화문 이마빌딩 9층. 여기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캠프 사무실이 있다. 7월21일 오후 직접 그곳을 찾았다. 들어가보려 했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출입증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게 돼 있다. 유리문은 코팅이 돼 있고, 이중문이 달려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도 없다. 보통의 선거 캠프라면 실무자들의 공간을 분리하더라도 지지자와 취재진 등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하거나 그런 공간을 마련한다.

캠프 측 관계자는 "현재 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사무실엔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 뛰어든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인 윤석열 캠프 사무실의 풍경이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캠프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단순히 캠프의 물리적 폐쇄성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윤석열 캠프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반복해 노출하고 있다. 메시지와 일정에서 계속 문제가 터진다. 올림픽 선수단 격려 해프닝이 대표적이다. 7월19일 윤 전 총장이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직접 방문했다는 사실이 캠프를 통해 알려졌다. 캠프 관계자의 입을 통해 취재진에 전달됐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공항에 가지 않았던 사실이 곧 밝혀졌다. 캠프 내 소통이 꼬인 것이다. 단순해 보이는 문제지만 후보의 일정이 이렇게 취재진에 잘못 알려지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20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배우와 연출 동시에 하려는 검사적 기질 작동하는 듯"

같은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예전 대변인 역할을 하다 곧 그만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입당 시기 등을 두고 메시지 혼선을 빚은 바 있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김영환 전 국민의당 의원은 얼마 전 자신이 캠프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언론 앞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 문제 등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또다시 김 전 의원과 캠프의 메시지는 엇갈렸다. 캠프 측은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김 전 의원은 외곽에서 돕는 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윤 전 총장의 청년 참모로 알려졌던 장예찬 시사평론가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장 평론가의 여러 메시지에 대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자 캠프 측은 "지지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메시지만 꼬이는 게 아니다. '윤석열 마크맨'이라 불리는 취재진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대언론 관계는 대국민 소통의 시작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의 입을 대신하는 대변인들은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 현재 윤석열 캠프엔 이상록 대변인, 최지현·김기흥 부대변인 등 3인의 대변인단이 있는데 3명 모두 전화를 받지 않을 때가 많다. 연락이 되더라도 논란 등에 대한 해명·확인을 받기 어렵다. 대부분의 언론 보도를 봐도 취재진의 해명 요구에 제대로 응답한 경우가 많지 않다. 보도가 나가면 그제야 일방적으로 반박을 내놓는 식이다.  

캠프 안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현재 캠프에서 윤 전 총장을 돕는 이는 20명 안팎이다. 공개적으로 밝혀진 이들도 있고, 비공식적으로 돕고 있는 인사들도 있다. 공개된 대로 캠프 총괄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맡고 있다. 공보·대변인단을 비롯해 이명박계·박근혜계 청와대 인사, 남경필 전 경기지사 캠프 출신 인사, 국회 보좌진·당직자 출신 등으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보·정무·일정·네거티브 대응 등 파트별로 팀이 구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캠프 내부뿐 아니라 외곽에도 윤 전 총장을 돕는 사람과 조직이 존재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캠프 측은 외곽 인사들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언론의 답답함만큼이나 국민들의 답답함도 커지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엔 캠프 안팎의 조직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 소통 부재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캠프 내부의 경우 보통 추천을 받거나 캠프 인사가 개인적으로 측근을 데려와 구성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친소 관계로 이뤄진 무리 사이에 견제가 생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캠프 사정을 잘 아는 야권 관계자는 "한마디로 캠프 상황이 엉망이라고 한다. 서로 간에 신뢰가 없고, 깎아내리기 바쁘다고 한다. 내부와 외곽에선 서로 쉬쉬하며 소통하지 않는다. 이러니 문제가 끊이지 않고 터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엔 어떠한 결정에 대해 윤 전 총장이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공항 방문 혼선 등이 소통 없이 결정이 이뤄지는 캠프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얘기다. 캠프 내부를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문고리 권력'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그런지 누구에게도 힘을 실어주지 않으려는 태도가 있는데, 이 때문에 캠프가 구심점 없이 혼선에 빠져 있는 것 같다"며 "캠프 출근자들이 다 따로 노는 느낌이다. 배우와 연출을 동시에 하려는 윤 전 총장의 검사적 기질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7월19일 오후 광화문 이마빌딩 9층에 위치한 윤석열 전 검 찰총장 캠프 사무실 문이 닫혀 있다. 캠프 측은 관계자 외에 는 출입할 수 없다고 전했다.ⓒ시사저널 이원석

이석준 "큰 문제 아냐…배경 다르니 의견 다를 수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석열 캠프의 가장 큰 문제를 좌장 역할을 하는 확실한 인사가 없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여의도 정치문법을 잘 아는 전략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캠프 총괄인 이석준 전 실장은 경제 관료 출신으로 정책통이다. 하지만 정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김영환 전 의원을 제외하면 캠프에 분명한 역할을 하는 정치인은 없는 셈이다. 정진석·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윤 전 총장이 여러 정치권 인사와 소통하고는 있지만, 연락 그 이상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입당 문제 등과 얽혀 있기에 더더욱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중진인 한 전직 의원은 "윤 전 총장도 빨리 좌장을 모시고, 캠프 중심을 찾아야 한다. 현재 모습은 너무 위태롭다"며 "모든 것이 애매모호하다. 윤 전 총장 곁에는 정치를 아주 잘 아는 인물의 도움이 필요하며 입당 문제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여러 전문가와 정치권 인사들은 '윤석열 위기'의 한 원인이 폐쇄성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캠프가 열려 있지 못하고 폐쇄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들만의 틀에 갇혀 다른 면은 보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내부 갈등도 수면 아래 잠복하다가 고름처럼 점점 커진다고 말한다. 언론을 소통의 파트너로 보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의 대상으로 본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자신 없어 보이는 이미지가 부각된다는 것이다. 이 모든 지적이 최근 윤 전 총장과 윤석열 캠프에서 보이는 모습이라고 하면 과언일까. 

'1:29:300 법칙'이라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은 정치권에도 적용할 수 있다. 큰 사고 한 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유사한 작은 사고 29건, 사전 징후 300건이 선행한다는 경험법칙이다. 다시 말하면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얘기다. 윤 전 총장과 윤석열 캠프는 최근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 보수공사가 필요한 부분이 어딘지 정확히 파악해야만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캠프를 총괄하고 있는 이석준 전 실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캠프를 둘러싼 논란들에 대해 "캠프에 배경이 다른 여러 사람이 있다. 각각의 의견이 충분히 다를 수 있고 그걸 조율해 나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고 본다"며 "큰 문제는 아니고,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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