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세월호 유족 만나 "기억공간 철거는 행정적 판단, 따를 수밖에 없다"

허남설·민서영 기자 입력 2021. 7. 23. 15:34 수정 2021. 7. 2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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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세월호 기억공간)’. 우철훈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7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 광화문광장 내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서울시는 이날 세월호 기억공간 내 물품을 정리하려다 유가족과 연대 단체가 반발하자 포기했다. 서울시는 예고한 대로 오는 26일 기억공간을 철거할 예정이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날 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서울시청 앞에서 연 ‘4.16시민동포가족공동행동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지난 17일 오 시장을 만났다”며 “오 시장은 정무수석, 행정국장, 총무과장의 입을 빌어 기존 입장을 반복하기만 했다”고 밝혔다.

유 집행위원장은 오 시장이 ‘공무원으로서 행정적 판단을 하는 것뿐’, ‘(공무원들도)개인적으로는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할 것’, ‘나도 유가족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공무원으로서 행정적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다’ 등의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제(22일) 저녁 확인한 결과 오 시장의 입장은 변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강경해졌다고 한다”고 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시작할 때 유가족이 세종로공원(세종문화회관과 정부서울청사 사이) 이전을 제안했지만 거부한 것이 훗날 강제 철거를 염두에 둔 ‘명분 쌓기’란 주장도 폈다. 유 집행위원장은 “우리 요구대로 (세종로공원으로) 이전했으면 오늘처럼 강제로 철거할 명분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4.16시민동포가족공동행동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세월호 기억공간은 2019년 4월 개관했다. 서울시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운영된 분향소 등 추모 공간을 철거하는 대신, 희생자 추모와 ‘안전 사회’ 지향이란 의미를 담아 전시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염두에 두고 2019년 12월31일로 설치 기한을 정하면서, 이후 향방에 관해서는 서울시와 유가족이 협의하기로 했다. 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연기되면서 세월호 기억공간 운영도 지속됐다. 서울시는 현재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내 국가추모시설인 ‘4·16생명안전공원’ 조성이 추진 중이므로 기억공간을 광화문광장에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이날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서와 지난 9일부터 이에 연명한 2683개 개인·단체 명부를 서울시에 전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세월호 기억공간은 기억을 통해 무참한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강력히 희망하는 공간”이라며 “서울시의 무분별한 처사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기억공간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17일 오 시장과 세월호 유가족 면담에 대해 “만난 것은 사실”이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서울시 직원들이 23일 서울 광화문광장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세월호기억공간)’ 내부 물품들을 정리하려다 유가족과 시민단체 활동가 반발에 부딪치자 철수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서울시는 이날 오후 세월호 기억공간 내 물품 정리를 시도했지만, 유가족과 4.16연대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현장에 집결해 1시간30분 동안 대치한 끝에 결국 철수했다. 서울시는 기억공간 내 사진과 자료 등을 서울기록원에 이관한 뒤 4·16생명안전공원 등 새 추모 시설에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유가족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이날 기억공간 근처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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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설·민서영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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