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시사저널

여권 구도, 이제 1강 아닌 '양강'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 2021. 07. 23. 16:02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2위 이낙연 지지율 추격세 심상찮아..여성·호남·친문 지지층에서 예비경선 전보다 일제히 올라

(시사저널=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사뭇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후보에 대한 의혹이나 논란 때문이 아니다. 예비경선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여당 경선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이었다. 그러나 불과 보름 만에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으로 돌변했다. 예비경선의 최대 수혜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다. 경선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이재명 후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원래 이낙연 후보는 여권의 유력한 대선후보였다.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법원 무죄 선고를 받기 전까지 여당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은 이낙연이었다. 5선 국회의원에, 특히 지난해 총선에서는 정치 일번지인 종로에서 야당의 수장(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대표)을 꺾고 당선됐다. 전남지사를 거쳤고 현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대선후보로 고스펙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특유의 엄근진(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이미지 탓에 지지율 외연을 확대하지 못했다.

당 대표를 맡으면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한 데다 올해 4월 재보선 참패에 대한 영향으로 4월 이후 지지율은 더욱 하락세였다. 지난 1월초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갑자기 꺼내든 것도 지지율 하락에 일조했다. 예비경선에 들어가기 전만 하더라도 이낙연 후보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 선두 이재명 후보에 대한 나머지 후보들의 공격이 쏟아지고 이재명 후보가 각종 논란과 정책 관련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이낙연 후보의 안정감이 더 많은 호응을 얻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낙연 후보가 최선을 다해 경선에 임한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 있겠지만, 더 정확하게는 이재명 후보가 예비경선에서 휘청거리는 틈에 반사이익을 가져간 영향이 더 커 보인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했고, 이재명 후보의 경쟁력은 답보 상태다. 당초 이재명과 윤석열의 양강 구도로 굳어지는 듯했던 여야 전체 대선 구도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야권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최근 스텝이 꼬이면서 지지율이 하락해, 윤석열·이재명·이낙연 후보가 각축하는 3강 체제가 만들어졌다. 5주 연기된 여당 경선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 상승 배경이 무엇인지 풀어보자.

여당 대선후보 선두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이낙연 후보 (오른쪽)와 이재명 후보. 사진은 2020년 7월30일 경기도청에서 만나 인사하는 모습ⓒ시사저널 임준선

이재명 거친 답변 태도에 이낙연 '반사이익'

첫째로 이낙연 지지율 급상승의 일등공신은 '안정감'이다. 예비경선 네 번의 토론회와 두 번의 국민면접에서 이낙연 후보는 좋은 점수를 얻었다. 진행 방식의 미숙함과 이재명 후보에게 집중된 질문으로 다소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이재명 후보에 대한 논란은 크게 이목을 끌었다. 정세균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과 '여배우 스캔들'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의혹이라도 분명히 밝혀야 된다는 점을 정 후보는 강조했고, 이 후보의 답변을 요구했다. 2차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는 "바지를 한 번 더 내려야겠느냐"고 거칠게 반응했고, 지켜보던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줬다. 가장 유력했던 이재명 후보가 비틀거린 장면이다. 순간 유권자들에게 이재명 후보와 관련된 의혹보다 답변 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질문이므로 남성 유권자보다 여성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이재명 후보에 비해 이낙연 후보는 시종일관 안정적이었다. 안정감이 항상 큰 무기가 되지는 않지만 불확실하고 불분명한 상황에서 '안정감'은 빛을 발한다.

리얼미터가 JTBC의 의뢰를 받아 지난 6월부터 실시해 오고 있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 물어보았다. 여성 응답자를 따로 분석한 결과, 경선 전인 6월19~20일 조사 때 여성 응답층에서 19.3%였던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은 경선 후인 7월17~18일 조사에서 33.4%로 급상승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경선 전인 6월에 34.4%였다가 경선 이후에 20%대로 내려왔다(그림①). 다분히 안정감의 차이에 따른 지지율의 변화다.

이낙연 지지율 상승의 또 하나 이유는 '홈타운'(고향)이다. 이낙연 후보는 호남 출신이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아직 호남 출신 대통령이 없다. 민주당의 심장은 호남이다. 이낙연 후보가 경선 이후 지지율이 상승한 배경에 호남이 있다. 내려갔던 호남 지지율이 회복됐다. 예비경선에서 안정감을 보이고 호남을 강조하면서 홈타운 효과가 되살아났다.

리얼미터의 경선 전인 6월 조사에서 이낙연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15.4%에 불과했다. 연초에 불거진 사면론 역풍에다 본선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호남 민심이 이탈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경선 이후에는 전혀 딴판이다. 7월17~18일 조사에서 호남 지지율은 35.3%로 껑충 뛰었다. 6월 조사보다 약 20%포인트 급상승했다. 이낙연 후보와 달리 같은 기간 이재명 후보는 호남에서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그림②). '호남대망론' 불씨가 재점화되면서 이낙연 후보 지지율이 올라갔다.

대통령 지지율 상승세 효과도 톡톡

이낙연 지지율 상승 이면에는 '대통령'이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세다. 임기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많은 조사에서 40%대 긍정평가를 받고 있다. 이낙연 후보는 현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고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집권여당의 당 대표였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경선 전에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낙연 지지율은 불과 24.5%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선 이후 조사에서 40.5%로 급상승하면서 이재명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지지를 끌어올린 이유에는 가상대결 경쟁력이 있다. 최근 발표되는 여야 후보 일대일 양자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 거의 대등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 지지층 특히 친문 지지층에서 민주당 본선 후보로 서둘러 이재명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민주당은 본경선 일정을 연기해 10월10일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본경선까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변화 중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 급상승은 가장 주목받는 현상이다. 대선후보에게는 3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지역·세대·이념 기반이다. 고향 유권자들의 기대감으로 호남 지지율이 올라가고 특유의 안정감으로 여성층 지지를 이낙연 후보가 끌어올렸다. 양자 가상대결 경쟁력까지 확보하자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까지 견인하는 수준이다. 지지율은 상승 추세가 중요하다. 이낙연 후보의 상승 조건은 갖춰져 있다. 바야흐로 여권 대선 구도는 더 이상 1강이 아니라 양강 구도로 재편된 상태다.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