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름다워 먹는게 범죄" 도쿄서 손가락질 당한 그 요리[한입 세계여행]
손민호 입력 2021. 7. 24. 07:01 수정 2021. 7. 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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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에키벤(驛弁)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쿄 올림픽이 마침내 개막했다. 이놈의 바이러스만 없었으면, 지금쯤 한국인 수만 명이 열도 곳곳을 누비고 있었을 테다.
이제는 희미해진 일본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다, 일본 여행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뭘까 상상했다. 기억을 곱씹을수록 스시나 가이세키 같은 대표 음식보다 길에서 먹었던 도시락이 더 생각났다. 그것도 기차에서 먹는 도시락, 에키벤(驛弁)이다.
에키벤은 열차 도시락이다. 기차역(驛)의 일본어 발음 ‘에키’에 도시락을 뜻하는 일본어 ‘벤토(弁当)’의 합성어다. 일본의 에키벤 사랑은 남다르다. 종류만 25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지역마다 도시락이 다르다. 홋카이도 삿포로에는 연어초밥 에키벤이, 규슈 구마모토에는 은어구이 에키벤이, 혼슈 나고야에는 닭찜 에키벤이 있다. 일본에는 에키벤만 먹으러 다니는 여행 상품도 있다. 에키벤 요리책도 있고, 만화책도 있다.
오래전 박찬일 셰프와 에키벤을 먹으며 규슈를 일주한 적이 있다. 규슈 에키벤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도시락을 테마로 여정을 짰다. 하루에 대여섯 개씩 도시락을 먹으며 다녔지만, 질리거나 물리지 않았다. 소고기덮밥, 새우밥, 고등어초밥 등등 하나도 같은 도시락이 없었다. 즉석에서 구운 스테이크를 얹은 도시락도 있었고, 도자기에 담긴 도시락도 있었다. 박찬일 셰프는 “작은 것을 지향하는 일본 생활 문화의 상징”이라고 에키벤을 평가했다.
‘너무 아름다워 먹는 것이 범죄인 요리.’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에키벤에 바쳤던 찬사다. 지금은 전 세계가 일본 도시락을 손가락질한다. 엊그제 프랑스 기자가 도쿄 올림픽 프레스센터에서 샀다고 공개한 도시락은 예의 그 에끼벤과 거리가 멀었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도시락이 외려 내 기억속의 에키벤과 훨씬 가까웠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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