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51)] 뮤지컬배우 '전재현'이라서 가능했던 임팩트

박정선 2021. 7. 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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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틀쥬스'서 오THO 역 맡아
8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CJ ENM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썩소-’를 지어도 끝에 가선 ‘YES!’를 외친다. ‘썩쏘-예스!’ ‘썩세스!’ ‘SUCCESS!’”


뮤지컬 ‘비틀쥬스’의 명대사다. 지난 6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비틀쥬스’는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팀 버튼 감독의 초기 대표작인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화한 작품이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 강해, 각각의 캐릭터의 매력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앞서 언급한 명대사의 주인공이자, 델리아의 스승 오THO 캐릭터는 2막 중반이 돼서야 등장하는데, 등장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웃음보를 자극한다. 이 캐릭터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더 임팩트가 강한 이유는 뮤지컬 배우 전재현 덕분이다. 전재현 배우는 시시때때로 얼굴과, 목소리 톤을 바꿔가며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 흡인력 강한 배우다.


-‘비틀쥬스’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될까요.


국내에 뮤지컬 ‘비틀쥬스’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기 전부터 노래와 작품을 유튜브로 접했기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오디션 공고가 뜨자마자 바로 준비하고 오디션에 임했죠. 오디션 결과를 기다리는 일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들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합격했을 때의 짜릿함! 그 하나로 모든 것들이 잊혀 집니다.


-연습 과정이 매우 힘들고, 길었다고요. 그래도 그 덕에 배우들, 제작진들과 더 끈끈해졌을 것 같은데요.


네 맞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연습하는 환경이 조금 힘들긴 했습니다. 아무래도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면서 연기까지 하는데, 마스크를 쓰고 연습을 하다 보니 힘들 수밖에 없었어요. 처음으로 다 같이 마스크를 벗고 연습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함께 연습하던 친구들 얼굴이 어색해 보였던 게 생각나네요(웃음).


ⓒCJ ENM

-오THO 역과 앙상블을 연기하고 계시는데요. 어떤 역할들로 등장하는지 직접 소개부탁드려요.


저는 오프닝에서 조문객으로 출연하고, 비틀쥬스의 독백을 배경으로 나타나는 성가대에서 ‘알토대장’으로도 출연합니다. 아, 2막에서는 피자배달부로도 출연하고요.


-여러 캐릭터들 중에 유독 정이 가는 캐릭터도 있나요?


2막 첫 장면에 등장하는 ‘뷰티풀사운드’에서의 피자배달부입니다. 제가 다른 작품에서 사실 탑(조명)을 받으며 춤을 춰 본적이 없어서 그 장면에서 엄청난 압박감이 있었거든요(웃음). 더군다나 그 장면 도입부부터 다른 배우들이 춤과 노래를 최고조로 만들어 놓았는데, 제가 춤을 춤으로써 ‘혹 누가 되진 않을까…’하는 생각에 엄청 부담스러웠습니다. 아직도 그 장면을 시작하기 전이면 심장이 떨려요. 하하.


-2막에 등장하는 오THO 역할은 제법 비중이 있는 캐릭터잖아요. 나름 반전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이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오THO를 준비하며 참고했던 캐릭터가 있는데요. 미국 코미디 드라마인데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라고 넷플릭스에 있는 시트콤이에요. 저희 ‘비틀쥬스’만큼 너무 재밌는 작품인데요. 거기서 타이투스라는 캐릭터를 연기하시는 배우 타이터스 버지스의 표정이나 제스처, 새침함 등을 참고했어요.


-덕분에 많이 웃었어요. ‘비틀쥬스’는 관객들은 물론, 참여하는 배우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작품일 것 같더라고요.


저에게 ‘비틀쥬스’는 진심입니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망각한 채 살아가지만 죽음은 생각보다 우리의 삶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것을 깨닫게 해주고 죽음이 우리에게 절망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매개가 되어준다는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유튜브 채널 티키틱에서 전재현 배우님이 출연한 거 보고 감탄을 했던 적이 있는데, ‘비틀쥬스’에서 만나니까 또 새롭더라고요. 때마다 변하는 창법도 신기하기도 하고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청소년 시기에 일주일에 5회 정도 노래방에서 다양한 노래를 부르고 보냈던 시절들이 아마도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명일동 XX노래방 사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웃음).


ⓒ유튜브 티키틱

-‘킹키부츠’(2014)가 데뷔작이라고요. 조금 늦은 감이 있는데, 어떻게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는지 궁금해요.


사실 대학교를 졸업하고, 2008년부터 오디션 준비를 했는데요. 첫 오디션이었던 ‘락 햄릿’을 시작으로 내리 오디션에 낙방했던 기억이 있어요. 데뷔까지 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죠. 수많은 오디션을 보고 또 봤던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하면 합격이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래서 더더욱 포기를 못하고 6년이라는 시간동안 오디션에 뛰어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점점 의지를 잃어가던 중 뮤지컬 ‘킹키부츠’의 오디션이 올라왔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죽을힘을 다해 오디션에 임했습니다. 자유곡으로 어려운 노래를 준비도 해보기도 하고, 수염도 길러보고, 가죽조끼도 입어보고…. 여러 가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결국 오디션에 합격을 했고, 오늘날 ‘비틀쥬스’에서 제가 오THO라는 역할을 맡게 되는 날도 오게 되었네요(웃음).


-긴 준비기간 끝에 원하던 꿈을 이루게 됐는데요. 그토록 꿈꾸던 뮤지컬 배우로서의 활동 8년 동안 주저앉고 싶었던 시기도 있었나요?


뮤지컬을 계속 하면서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수많은 질문들이 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유튜브를 접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과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곳에서 다양한 음악과 연기를 시도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차츰 영상을 찍어가며 자존감도 회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도 찾게 되었습니다. 저와 그 시절 함께 시간을 보내주었고, 앞으로도 함께할 컴퍼니 엠의 문성진 대표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데뷔 이후 ‘고스트’ ‘보디가드’ ‘마리 앙투아네트’ ‘웃는남자’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셨는데, 그중 유독 애정이 가는 작품(혹은 캐릭터)이 있나요?


아무래도 데뷔작인 뮤지컬 ‘킹키부츠’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킹키부츠’의 하나하나가 어제겐 특별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2024년 ‘킹키부츠’ 10주년 공연에서는 롤라 캐릭터로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아자! 아자!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배우인 만큼, 앞으로 또 어떤 캐릭터로 무대에 오를지도 기대가 돼요.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코로나의 영향으로 공연계의 상황이 좋지 못한데요. 지금으로서는 그 무엇보다도 무사히 ‘비틀쥬스’ 공연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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