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향신문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 범죄자, 오직 치료만이 재범 막아"

주영재 기자 입력 2021. 07. 25. 10:22 수정 2021. 07. 25. 10:26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책 펴낸 차승민 국립법무병원 의사

[경향신문]

국립법무병원은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정신과 병원이다. 흔히 치료감호소로 불린다. 이곳의 환자는 범죄자이자 정신질환자이다. 법원에서 치료감호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교도소 대신 국립법무병원에 온다. 이곳에서 처벌과 치료를 동시에 받는다. 이런 역할을 하는 곳은 국립법무병원이 유일하다. 법원과 검찰, 경찰에서 의뢰한 정신감정도 수행한다. 2016년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 2018년 PC방 살인사건 피의자와 2019년 경남 진주 방화사건 피의자도 이곳에서 정신감정을 받았다.

치료감호법에 따라 이곳에 오는 환자들은 크게 세종류로 나뉜다. 조현병과 조울증, 지적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현실판단력이 떨어져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 약물과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들, 소아성애자·노출증 등 변태성욕장애인들이다. 이들은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 면담치료 등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야 재범의 위험이 줄기 때문에 국립법무병원에서 치료받는다. 일반인의 눈에 이곳의 환자들은 무서운 범죄자로만 보인다. 하지만 치료감호소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은 범죄 이면에 있는 정신질환에 주목한다. 4년 넘게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차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아몬드)에서 정신질환을 치료해야 진정한 반성과 처벌을 할 수 있고, 재범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금으로 굳이 범죄자를 치료해주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치료감호소 내부 이야기를 다룬 책은 국립법무병원이 개원한 1987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고 출판사는 밝혔다. 책은 범죄자와 정신질환자라는 이중의 굴레에 갇힌 여러 인간 군상을 소개한다. 범죄자를 옹호하거나 정신질환이 있으니 너그럽게 봐달라는 것이 아니다. 정신질환자가 왜 범죄를 일으켰는지, 그들이 겪었던 정신질환 증상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의 끝에 범죄가 있다는 사실을 설명할 뿐이다. 지난 7월 16일 화상 인터뷰로 치료감호소를 둘러싼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반성할 줄 모르는 뻔뻔함을 마주할 때 회의감이 든다고 하면서도, 자발적으로 치료에 나서는 이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차승민 국립법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몬드 제공

-책을 낸 계기는.

“최근 정신질환자 사건이 자주 생기고 있다. 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정신질환자 범죄가 증가한 배경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 하나가 정신보건법 개정이다. 정신의학계에서 나오는 이런 주장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관심이 생기도록 하고, 우리 같은 기관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2016년 정신보건법 개정으로 정신병원의 입원환자가 줄었다. 과거엔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진단으로 입원할 수 있었는데, 법 개정으로 서로 다른 기관에 속한 정신과 전문의 2인의 진단이 필요하다. 정신병원이 부당하게 인신구금을 한다는 관점을 반영한 것이나 부작용도 관찰된다. 정신의학계는 입원이 어려워지면서 제때 치료받지 못한 환자가 늘었고, 이것이 최근 수년 사이 정신질환자 범죄가 늘어난 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대안으로 독립된 사법기관이 강제입원과 계속 입원 등 입원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사법입원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강제입원의 책임을 의사가 아닌 국가가 져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면 환자를 입원시키는 게 정말 힘들다. 왜 입원해야 하는지 설명해도 ‘왜 나를 자꾸 미친 사람 취급하세요’라고 말하면 초보 의사는 할 말이 없다. 정신과 의사로 오래 일하면 요령이 생겨 ‘지금 당신이 미쳤다는 게 아니라 이런 힘든 부분이 있어서 입원해야 좋아질 수도 있다’라는 식으로 어르고 달랜다. 이렇게 관계가 잘 쌓인 환자도 증상이 안 좋아지면 그때가 원망처럼 기억된다. 그러면 ‘너, 그때 나 왜 입원시켰어’라면서 보복할 수 있다. 의사들은 굳이 그런 부담을 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의사도 가족도 입원 책임을 부담스러워하면서 환자가 자꾸 사각지대로 가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환자의 약 30% 정도가 강력범죄자이다. 환자를 대할 때 안전조치가 있는지.

“치료감호형을 받고 막 입원한 경우나 정신감정을 위해서 온 피감정인을 대할 땐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약물치료가 완전하지 않고, 피감정인도 파악이 잘 안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 보호사로 불리는 남자 간호조무사님들을 꼭 대동한다. 간호사들이 거의 24시간 병동을 지켜보기 때문에 증상이 악화하거나 안 좋은 환자를 다 알고 있다. 이들을 대할 땐 일대일 면담을 안 한다. 조금 안정이 됐고, 병실 생활에 많이 적응한 경우라면 일반 병원처럼 회진을 돌아도 안전에 크게 문제는 없다.”

-지난해 국감에서 의사 결원율이 42.5%에 달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환자 1000명 정도에 정규 정신과 전문의는 원장을 포함해 5명이다. 원장님 부탁으로 이곳에서 일하다 개원하거나 옮긴 원로 선생님들이 일주일에 2~3일씩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국감 때와 차이가 없고 오히려 시간제 의사 한분이 줄었다. 정신건강복지법이 규정하는 정신과 병원 의사 1인당 적정 환자 수는 60명이다. 민간병원은 이 규정을 지켜야 진료비를 전부 받을 수 있어서 지킨다. 진료의 질을 높이는 잘 만든 법이지만 이곳에선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넘어간다. 수가로 경영되는 병원이 아니라 법무부 예산으로 운영되다 보니 아쉬움이 없고, 국감에서 지적받아도 그때뿐이다. 의사의 급여가 민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환자군도 위험해 보여 의사 충원이 어려운 면이 있다.”


차승민씨가 담당하는 환자 수는 160명 정도이다. 정신과 의사가 평생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변태성욕장애, 소아성애장애를 진단받은 성범죄자도 치료한다. 때론 그들의 뉘우칠 줄 모르는 뻔뻔함에 분노하지만, 약물치료와 면담치료를 지속하면 재발을 막는 효과가 있다. 일부는 퇴원 후에도 ‘화학적 거세’로 불리는 치료를 자발적으로 받으러 온다. 주로 남성호르몬 중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차단하거나 억제해 성범죄를 예방하는 의학적 치료인데, 지금까지 이렇게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은 사람이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없다고 한다.

치료감호와 함께 국립법무병원이 맡는 주요 업무는 정신감정이다. 국립법무병원은 국내 형사 정신감정의 약 90%인 450건가량을 수행한다. 형사 정신감정의 목적 두 가지이다. 정신질환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것이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에 영향을 미쳐 범죄 행위로 이어졌는지 판단한다. 환자를 처음 볼 때의 표정과 행동, 말투 등 모든 것이 단서가 되기 때문에 “정신과 진료의 시작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부터”라고 한다. 감정 기간은 한 달이고 간호사·보호사들이 계속 피감정인의 행동을 관찰·기록하고 정신과 의사도 수시로 면담해 속이기 매우 어렵다는 게 차승민씨의 설명이다. 특히 환청은 눈에 보이지 않아 속이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한 시간 가까이 면담에서 진단을 위한 구조화된 질문을 받으면 앞뒤가 맞지 않고 어설프다는 사실 드러난다고 한다.

-범죄자들이 심신미약으로 감형받기 위해 속이려 들 때 구분할 수 있는가.

“우선은 (정신감정을 하는) 한 달 동안 24시간을 미친 척하는 건 무척 어렵다. 대부분 교도소에서 심신미약을 인정받는 팁을 배우고 오는 경우가 많고, 일부 변호인이 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변호사도 교도소 범죄자도 정신과 의사가 아니다. 진짜를 많이 보니 가짜를 구별할 수 있다. 어색하게 환청이 들리는 듯 연기하거나 미친 척하면서 옷을 벗는데 옷 벗은 상태에서 시선을 의식한다. 병실 안에 CCTV가 있어 간호진이 행동을 다 볼 수 있는데 감정 병동에서 오래 근무한 간호사들이 쇼하는 것 같다고 알려주기도 한다. 그런데도 헷갈리면 거짓말 탐지기를 활용하거나 꾀병검사를 해 걸러낼 수 있다.”

-사이코패스와 다른 정신질환자의 차이가 있다면.

“의학적 표현은 반사회성 인격장애이다. 말 그대로 사회질서를 흐트러뜨리는 행동을 전혀 거리낌 없이 하는 사람이다. 진단기준에 따르면 어릴 때 사소한 범법행위에서 시작해 성인이 돼서도 반복적으로 범법행위를 하고, 남에게 전혀 공감하지 않고 자기 이익과 쾌락을 위해 반복적으로 타인을 속이고 기만한다. 그래서 타인을 살해하던 극단적 사이코패스가 치료를 받고 병식(病識)이 좋아지면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고, 그게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8년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는 당시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 중이었다. 보호자가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하면서 ‘심신미약’으로 형을 줄이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차승민씨는 김씨를 진단하고 그가 형사책임능력이 있는 ‘심신건재’ 상태라고 판단했다.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범죄와 직접 연결될 때만 심신미약으로 인정받는다. 김씨의 경우 충동적인 면이 있었지만, 자신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범죄 이유도 분명히 설명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계속 말을 바꾸는 반사회성 인격성향 피의자들과 달리 변명을 늘어놓지 않고 자신이 한 일을 그대로 인정했다고 한다. 그는 재판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국립법무병원에 왔다.

-농담조로 타인을 사이코패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간의 마음은 한 가지 색깔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사이코패스적인 면도 일부 있고, 아주 관대한 면도 일부 있다. 굉장히 이타적이면서 이기적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은 이렇게 다양하게 구성이 돼 있다. 가족과 동료를 생각해 조금 내가 손해를 보는 행동도 한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들은 이기적인 면이 넓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극단적으로 나만 생각하는 게 증폭이 된다는 차이가 있다.”

-2019년 진주 방화사건의 가해자인 안인득은 보호관찰 3년이 끝난 후 사건을 일으켰다. 보호관찰 종료 전 이 사람이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어 약물치료나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절차는 없는가.

“사각지대로 놓여 있다. 보호관찰은 법무부에서 하고, 보호관찰이 끝나면 보건복지부 소속의 정신보건센터로 사례 관리가 넘어가야 하는데 둘 다 인력은 적고 업무가 많다 보니 연계가 잘 안 된다. 이렇게 놓치는 환자를 민간 정신병원에서 소화를 해줄 수 있는데 정신보건법 개정으로 입원이 어려워지다 보니 로스가 생긴다. 솔직히 이렇게 놓치는 환자들이 지금 굉장히 많다.”

차승민 국립법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몬드 제공


-조현병 환자의 피해망상의 대상이 되는 이들에게 미리 경고해줄 수 있는가.

“우리 병원은 입원 환자를 주로 보니 위험한 상황은 많지 않다. 하지만 특정 의사나 간호사, 다른 환자에게 피해망상이 생겨 목표로 삼을 수 있다. 그럼 간호사를 다른 병동으로 순환보직을 시키든 환자를 다른 병동으로 옮기든 분리를 한다. 외래진료를 왔을 때 알게 된 경우에는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가족에게 조심하라고 말하거나 다른 가족이 개입해 입원시키는 게 낫겠다라든지 언급을 한다.”

-보통의 정신과 의사와 법무병원의 정신과 의사는 어떤 차이가 있나.

“우리 병원은 어쨌든 환자가 잘못을 한 상태에서 온다. 민간병원에서는 조금 더 지지적으로 환자를 본다면, 여기는 환자의 상황을 조금 더 분명하고 적극적으로 얘기를 해주는 차이가 있다. 안 그래도 정신과 의사는 환자의 말을 100% 믿지는 않고 의심을 하지만, 여기선 진짜가 아닐 거라는 가정을 많이 한다. 정신감정을 위한 피감정인으로 왔다면 더 엄격하게 봐야 한다.”

-정신질환을 건강검진처럼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는 없나.

“감기를 계속 놔두면 폐렴이 되고 폐렴이 되면 면역력이 안 좋은 분들은 돌아가실 수 있다. 정신질환도 병인지라 빨리 발견하고 치료하면 예후가 좋다. 실제 연구결과를 보면 병을 치료받지 않은 기간이 길수록 예후가 좋지 않다. 이 때문에 병의 전초 증상을 찾아내 조기 치료로 병의 예후를 좋게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신과의 문턱이 아직도 조금은 높아 눈에 확 띄게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괜찮겠지’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요새는 생애 전환기 때 우울증 검사를 건강검진할 때 하기 때문에 조금은 도움이 된다.”

2018년 12월 31일 정신과 외래진료를 보다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고 임세원 교수의 유족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슬픔 속에서도 정신질환자를 향한 낙인과 혐오로 이어질 것을 경계했다. 차승민씨 역시 “파렴치한 범죄자에게 부여하는 지나친 서사”에 반대한다고 밝히면서도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으로 자신이 벌인 일의 의미를 모른 채 일을 저지른 사람과 계획되고 의도된 범죄를 저지른 악인을 똑같이 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먼저 자기가 마음의 병이 있으며, 그 병 때문에 죄를 저질렀다는 걸 깨닫게 해야 한다. 치료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반성도 기대할 수 없고, 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임세원 교수의 죽음은 어떤 영향을 줬나.

“정신과 전공의를 하면 항상 환자한테 언제 한번 맞지 않겠냐는 공포에 떤다. 저만 해도 1년 차 때 환자가 당직실 문을 부수고 들어와 공격하는 꿈을 꾼 적도 있다. 공격적인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까 다들 한번 맞아본 경험이 있다. 정신과 의사를 오래 하면 환자의 눈빛이 변할 때 싸한 느낌을 안다. 그때는 절대 가까이 가면 안 되고 도망가라고 되어 있다. 그런 두려운 일이 실제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일어났다는 데서 다들 무서워하고 트라우마를 겪었다. 그런 와중에도 유족이 그런 말씀을 했다는 데 다들 울었다.”

-일하는 보람이 있다면.

“어느 병원이나 마찬가지지만 환자가 좋아질 때다. 퇴원 후에도 환자 스스로 치료받으려 찾아올 때 내가 뭔가 역할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물론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라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내가 그렇게 이타적인 인간이 아닌데 참 미련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땐 궂은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 대단하거나 엄청난 곳이 아니다. 내 책을 읽고 동료 정신과 의사들이 ‘아, 여기가 정말 일을 못 할 곳은 아니구나’ 이런 생각을 해주면 좋겠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