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염에 '에어컨 홀짝제'까지.. 정전 막는 궁여지책

이정한 2021. 7. 25. 10:5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게시판에 '에어컨 홀·짝제 운동 실시' 안내문이 붙었다.

25일 한국전력과 서울 각 아파트에 따르면 '정전 대비책'을 마련하는 노후아파트는 이곳뿐만이 아니다.

한전 관계자는 "폭염으로 전기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노후화된 전기설비 고장이 정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정전을 예방하려면 아파트 차원에서 차단기를 점검하거나 사용량에 맞게 교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공고된 '에어컨 홀짝제 운동' 공고문. 연합뉴스
“홀수 층은 홀수 시간에, 짝수 층은 짝수 시간에 사용.”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게시판에 ‘에어컨 홀·짝제 운동 실시’ 안내문이 붙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전력사용량이 급증하자 정전에 대비해 아파트 차원에서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다.

이 아파트는 550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로 준공된 지 30년이 넘었다. 역대 최악의 폭염이 닥쳤던 2018년 여름에 전력사용량 급증으로 정전 피해를 봤다. 관리사무소 측은 “3년 전 폭염 때 정전으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며 “여름에 선제로 절전 캠페인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요즘 같은 찜통더위에 이런 캠페인이 실효가 있겠느냐”, “승용차도 아닌, 에어컨 홀짝제 시행은 처음 들어봤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25일 한국전력과 서울 각 아파트에 따르면 ‘정전 대비책’을 마련하는 노후아파트는 이곳뿐만이 아니다.

1978년 준공된 서울의 한 아파트도 최근 ‘절전 안내문’을 공지했다. 이 아파트는 “여름철을 맞아 에어컨 사용이 급격히 증가해 정전사태가 심각히 우려된다”며 “전기사용량이 변압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과다사용이 감지되면 정전사태 방지를 위해 강제로라도 동별로 단전 조치가 시행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지어진 지 35년이 넘은 강남의 또 다른 아파트도 “단지 내 정전사고 방지를 위해 에어컨은 26∼28도로 설정해달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연이은 열대야에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밤사이 전국 곳곳에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 22일 정전된 인천 삼산동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실제로 최근 노후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3일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일시적으로 전력 공급이 차단돼 18개 동 가운데 8개 동, 약 800세대의 전기 공급이 1시간 20분 동안 차단됐다. 경기 의왕시의 한 아파트 단지 1개 동은 지난 22일 오후 9시부터 이튿날 23일 오전까지 전기 공급이 끊겨 전체 100세대 중 절반이 큰 불편을 겪었다. 수원의 한 아파트 580여 세대도 찜통더위 속에 이틀 밤 연속 정전돼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한전에 따르면 여름철 아파트 정전은 전력 과부하로 인한 노후 변압기와 차단기 고장이 주된 원인이다. 한전 관계자는 “폭염으로 전기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노후화된 전기설비 고장이 정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정전을 예방하려면 아파트 차원에서 차단기를 점검하거나 사용량에 맞게 교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노후 전기설비를 교체하려면 아파트 입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수천만원이 들다 보니 주민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올해 4월 한전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아파트 노후 변압기 교체 지원사업’을 실시했다. 노후 변압기 교체 지원을 신청한 아파트 단지 중 200곳에 대해 변압기·저압 차단기 자재 가격의 최대 80%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전은 올여름 냉방 수요가 2018년 대비 0.3∼3.8GW 증가할 것으로 보고, 본사 및 15개 지역본부에 전력수급 대책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