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쪽 변호사 "여성 비서 두지 말라".. 비판엔 "멍청한 사람들"

박고은 2021. 7. 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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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문해주는 모든 기업의 시이오(CEO) 및 임원들에게 여직원들과 회식, 식사는 물론 차도 마시지 말라고 조언해왔는데, 고 박원순 시장 사건 이후부터는 여비서를 아예 두지 말라고 강하게 권고하게 됐다."

조언의 내용은 "비서실에 여성 직원을 두지 말라"는 것인데 별다른 이유는 덧붙이지 않았고, '박 전 시장 사건 이후'부터 강력하게 권고해 왔다는 걸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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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시장 유족 쪽 법률대리인 정철승 변호사 SNS 글 논란
여성 배제, 성차별 관점서 출발한 명백한 '펜스룰'
지난 3월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기자회견이 열렀다. 사진공동취재단

“내가 자문해주는 모든 기업의 시이오(CEO) 및 임원들에게 여직원들과 회식, 식사는 물론 차도 마시지 말라고 조언해왔는데, 고 박원순 시장 사건 이후부터는 여비서를 아예 두지 말라고 강하게 권고하게 됐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쪽 법률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가 지난 23일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글이다. 박 전 시장은 비서실 직원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 이 사실이 공개될 위기에 처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가해자가 명백하게 밝혀졌고,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 알려진 상황인데도 가해자 쪽 법률대리인은 피해자의 성별을 성범죄가 일어나게 된 원인으로 꼽았다.

정 변호사가 에스엔에스에 올린 글은 그의 경험을 갈무리한 것이다. 그는 지인의 사무실에서 비서 업무를 수행하던 여성 직원에 대한 평가와 함께 자신이 주변에 해 온 ‘조언’을 썼다. 조언의 내용은 “비서실에 여성 직원을 두지 말라”는 것인데 별다른 이유는 덧붙이지 않았고, ‘박 전 시장 사건 이후’부터 강력하게 권고해 왔다는 걸 밝혔다.

정철승 변호사 페이스북 게시물 갈무리

정 변호사의 권고는 성차별적 관점에 기반을 둔 ‘펜스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펜스룰’은 여성 동료와 함께 일하면 성폭력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여성 동료를 배제하고, 교류하지 않는 행위를 뜻한다. 펜스룰은 미국 정치인 마이크 펜스가 2002년 하원 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절대 1대1로 저녁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 데서 나왔다.

‘펜스룰’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여성 동료를 성적 대상화 하며, 여성 동료와의 교류에는 성적 교류가 포함된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직장 내 성범죄나 권력형 성범죄 가해자의 행위를 근본적으로 줄여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되는 원칙이 아니다.

펜스룰의 적용은 다른 차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가장 문제가 있다. 이 사회 조직 대부분의 상층부가 남성 위주인 상황에서 일터에 ‘펜스룰’이 적용되어 여성을 배제하면 여성의 채용은 줄고, 여성의 승진 등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더욱 두꺼워질 수 있다. 2018년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 펜스룰을 따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그해 2월6일 “(펜스룰을 따르는 것은)여성들이 직장에서 가지는 기회를 줄어들 게 만들 것이다. 남성 임원이나 간부가 여성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그들이 여성을 피하고 제외하면 여성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글을 올렸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정철승 변호사의 발언이 “성희롱·성폭력 문제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성적인 대상으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발언이다. 특히 사회에서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여성 배제나 여성 혐오를 확산하는 건 일반 대중에도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성별에 방점을 찍어 채용 차별을 하자는 여성혐오적 주장”이라면서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법에 저촉될 만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짚었다.

비판이 이어지자 정 변호사는 25일 에스엔에스에 글을 올렸다. 그는 자기 발언을 비판한 남성에 대해 “사기 안 당해본 멍청한 사람들이 사기 피해자들을 비웃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느낌이 든다”고 썼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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