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강 건너는 이재명·이낙연..민주당 '원팀' 무너지나

김미경 2021. 7. 2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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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왼쪽)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도를 넘은 극한 '네거티브 공방'으로 다시는 재결합할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원팀'을 강조해온 민주당 경선 기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본 경선이 궤도에 오른 뒤,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이 지사 측과 이 전 대표 측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두 캠프는 이 지사를 겨냥한 '형수욕설 파문'과 'SNS 작전방' 의혹과 이 전 대표를 향한 '옵티머스 의혹'과 '노무현 탄핵 참여' 등으로 국지전을 치른데 이어 이 지사의 '백제발언'을 두고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 과정에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단 한 번도 없다"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성공했는데, 충청과 손을 잡아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이낙연 전 대표가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전국에서 매우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어서, 내가 이기는 것보다는 이 분이 이기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며 "그런데 그 후로 지지율이 많이 바뀌어 지금은 민주당이 이기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 됐고, 진짜 현실적으로 이길 카드가 무엇인지 봤을 때 제일 중요한 게 확장력이며,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받을 수 있는 후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이같은 인터뷰 발언을 '실언'이라며 반발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4일 "민주당의 후보가 한반도 5000년 역사를 거론하며,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삼은 것은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앞서 지난 1일 고향 경북 안동을 방문해 "과거 한때 군사 독재정권이 지배 전략으로 영·호남을 분할해 차별했을 때 어쩌면 상대적으로 영남이 혜택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세상도, 정치구조도 바뀌었다"며 "오히려 영남 지역이 역차별받는 상황이 됐다"고 말해 '영남 역차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의 인터뷰와 안동발언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국가의 시계 바늘은 숨 가쁘게 앞으로 가는데,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의 시계 바늘은 한참 뒤로 돌아가 안타깝다"며 "진정으로 '확장'을 원한다면, 낡은 지역 대립구도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도 즉각 반발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이기는 게 중요한데, 호남 후보라는 약점이 많은 이낙연은 안된다. 확장력이 있는 이재명이 돼야 한다'는 게 이 전 지사가 하고 싶은 말이었냐"면서 "지역주의 조장"이라고 주장했다. 배재정 이낙연 캠프 대변인은 지난 24일 "문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우며 국민화합에 힘쓸 때 이 지사는 '이낙연의 약점은 호남', '호남 불가론'을 내세우는 것이냐"며 "이 지사는 앞서 안동을 방문했을 때에도 '영남 역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이낙연 캠프 측을 향해 "되레 망국적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용히 하자'고 시끄럽게 고함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지난해 7월30일 이 전 대표가 당시 전당대회 대표 경선 후보로 경기도청을 찾았고, 비공개 환담 자리에서 '이 후보가 대선에서 잘 되시면 좋겠다. 저는 아직 나이도 젊고 도지사 재선 카드도 있다'는 말씀드린 것 기억할 것"이라며 "당시 이 전 대표가 전국적으로 고르게 가장 높은 지지를 받던 때인데, 제가 이 전 대표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 이유는 중대한 역사적 의미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1년 후 지금 우리는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지만, 지금도 후보님의 큰 가치는 변함이 없다"며 그는 "인터뷰에서 실력, 신뢰, 청렴을 인정받아 전국적 확장력을 가진 제가 민주당 후보로서 본선경쟁력이 크다는 말씀을 드렸을 뿐, 이 전 대표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역주의 조장발언을 한 적이 없고, 인터뷰 기사에도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아쉬운 점은 이낙연 캠프 관계자들의 극단적 네거티브"라며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 '이재명이 인터뷰에서 지역주의 발언을 했다'고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팀 정신을 저버린 채 '이재명이 지역주의 조장했다'는 가짜뉴스 퍼트리며 망국적 지역주의 조장한 캠프관계자를 문책하고 자중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도 공식적으로 이낙연 캠프에 사과를 요구했다. 이재명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팀정신을 훼손하는 사실왜곡을 중단해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우 의원은 "이낙연 캠프는 이 지사가 말하는 '확장력=출신지역'으로 왜곡했으나, 이 지사는 확장력의 기준을 실력, 신뢰, 청렴 3가지로 명확히 제시했다"며 "그 3가지 기준 어디에도 '출신지역'이나 '지역주의 조장'이 들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이낙연 캠프의 사과 △논평을 발표한 캠프 대변인에 대한 적절한 조치 △네거티브 근절 방안 강구 등을 요구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네거티브 공방은 두 후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집안싸움만 하다가 재집권을 위한 정책의제 설정을 할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네거티브 전략에서 먼저 빠져나오는 후보가 플러스 점수를 얻어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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