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값도 안 나와요"..한 상자에 500원 애호박 '눈물의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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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한 상자가 5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1000원짜리도 수두룩합니다. 지금 팔아봤자 박스 값도 나오지 않습니다."
강원도 화천군은 최근 가격이 폭락한 애호박을 산지 자율감축하기로 했다.
김인수 간동면 도송리 이장은 "3년 전에도 가격이 폭락해 산지 폐기를 했지만, 그때는 며칠 하고 끝났다"며 "그런데 지금은 이 상황을 벗어날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팔면 팔수록 손해다. 30년 애호박 농사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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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 중단·음식점 소비 감소 겹쳐
“8㎏ 한 상자가 5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1000원짜리도 수두룩합니다. 지금 팔아봤자 박스 값도 나오지 않습니다.”
25일 찾은 노지 애호박 전국 최대 주산지인 강원도 화천군. 농민들이 싱싱한 연둣빛 애호박을 밭 위로 가차없이 내동댕이쳤다. 이들은 이어 커다란 바퀴의 트랙터를 몰고 애호박을 갈아엎었다.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엔 뭉개진 애호박들이 나뒹굴었다. 애지중지 땀 흘려 만든 애호박을 스스로 폐기한 것이다.
농민 송우석(66)씨는 울먹였다. “수십년간 애호박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 같은 상황은 처음이에요.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하고 있어 이 상황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더욱 답답합니다.”
강원도 화천군은 최근 가격이 폭락한 애호박을 산지 자율감축하기로 했다. 산지 자율감축은 곧 폐기 처분이다.
지난 22일부터 간동면 도송리 산자락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주도한 산지 폐기가 이어지고 있다. 화천군은 새달 3일까지 213톤을 폐기할 예정이다. 화천은 118개 농가에서 연간 4500톤의 애호박을 생산하는 노지 애호박 최대 주산지다. 이는 전국 유통량의 7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산지 폐기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가격 폭락 때문이다. 올해는 잦은 비와 높은 온도 덕에 애호박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4%가량 많았다. 그러나 가격은 40% 이상 폭락했다. 가격 하락 폭이 큰 이유는 코로나19 탓에 ‘소비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된장찌개나 볶음 등에 애호박을 사용하는 학교 급식이 중단되고, 거리두기 상향에 따른 각종 회식과 외식 등이 자취를 감추면서 음식점 등을 통한 소비가 크게 줄었다. 수요가 줄자 애호박은 남아돌았다.
올해 상반기 한 상자에 1만1410원까지 올랐던 애호박 가격은 지난 19일 기준 2423원까지 급락했다. 가격이 반 토막도 아닌 5분의 1 토막 난 것이다. 이마저도 평균 가격으로 실제 농민들이 판매하는 애호박은 등급에 따라 1000원 이하의 가격에 거래되는 일도 있다.
끝이 안 보이는 코로나19는 농민들의 마음을 암담하게 한다. 최근 다시 4차 유행이 퍼지며 애호박 소비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인수 간동면 도송리 이장은 “3년 전에도 가격이 폭락해 산지 폐기를 했지만, 그때는 며칠 하고 끝났다”며 “그런데 지금은 이 상황을 벗어날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팔면 팔수록 손해다. 30년 애호박 농사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화천군은 공무원과 유관기관 직원 등을 대상으로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을 펴고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애호박 농가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농민들을 돕는 차원에서 최고 품질의 화천 애호박을 많이 구매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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