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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킹크랩으로 대선 여론 왜곡, 文 후보 지지율 2~3% 올랐을 수도"

최재혁 기자 입력 2021. 07. 26. 03:02 수정 2021. 07. 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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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이 만난 사람]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김경수 전 지사 유죄 받아낸 허익범 특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기소하고 대법원의 ‘징역 2년’ 유죄 확정판결을 이끌어 낸 허익범 특별검사가 지난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순탄치 않았던 수사 및 재판 과정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그는 “정권 이인자를 사법 처리하는 과정은 외부적으로 험악하고 내부적으로 열악했다”며 “근거 없는 음해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했다. /오종찬 기자

대법원은 지난 21일 ‘드루킹 일당의 인터넷 댓글 여론 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 속에서 출범한 허익범 특검은 유명 로펌 대표 등 대법 판결문에 올라와 있는 11명의 쟁쟁한 변호사들을 상대로 35개월의 길고 긴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1·2·3심 모두에서 김 전 지사 핵심 혐의에 대해 유죄를 받아냈다. 2017년 대선을 전후해 김 전 지사와 드루킹(본명 김동원) 일당이 공모, 포털사이트 기사 6만8000여개에 달린 68만여개 댓글을 대상으로 4133만여개의 ‘공감·비공감’ 클릭 수를 조작(업무방해)해 여론을 호도했다는 것이다.

허 특검은 지난 22일 서울 강남의 특검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드루킹 일당은 자체 개발한 킹크랩(자동 입력 반복 프로그램)으로 1.2초 만에 민주당과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기사를 위로 끌어올려 계속 노출시켰고 사람들이 이게 여론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며 “명백한 여론 조작”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는 2017년 대선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면서, 현재 인터넷 상황에 대해선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드루킹 일당의 ‘킹크랩 작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유사 조직은 지금도 활동할 거라고 본다”고 했다.

드루킹 유사 조직 지금도 활동할 것

―2018년 6월 출범 때 이런 결과를 예상했던 이는 많지 않았다.

“제가 특검에 임명되자 ‘맹탕 특검’이라는 말이 나왔다. 다른 사건 특검들과의 경력을 비교하면서 ‘해봐야 별거 없을 거다’, ‘하는 시늉만 할 거다’라는 기사도 있었다. 당연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증거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드루킹이 문제가 아니라 ‘정권 이인자’로 거론되는 정치인(김경수)이 수사 대상이었다.”

―초기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법무부에서 13명의 파견 검사를 나더러 추천하라 했다. 알음알음으로 먼저 6명 정도를 추려 보내달라고 했더니 법무부에서 ‘이 사람은 다른 업무가 있어서 안 된다’ ‘이 사람은 특검팀 보내면 사표 낸다고 한다’는 식의 답이 왔다. 그래서 포기하고 법무부에서 주는 대로 받았다.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와서 하다 보니 팀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렸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유죄 확정을 이끌어낸 '드루킹 특검' 허익범 특별검사가 2021년 7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어떻게 김 전 지사의 유죄를 확신했나.

“김 전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 일당의 조직인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산채(사무실)에서 킹크랩 시연을 봤는지가 쟁점은 맞는다. 그러나 그거 하나가 인정돼 유죄가 나온 것은 아니다. 시연을 전후로 김경수가 드루킹으로부터 각종 보고를 받는 사실을 확인하고 퍼즐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 공모가 인정된 것이다. 가령 드루킹은 김 전 지사에게 ‘오늘은 300건(댓글 조작) 했다’는 온라인 정보 보고를 수시로 했고, 그걸 캡처한 자료가 담긴 USB를 제출했다. 드루킹은 한번 지우면 전혀 복구가 안 되는 시그널(메신저앱) 대화를 캡처해 놓기도 했다. 김 전 지사 측은 ‘여기저기서 비슷한 자료를 보내왔고, 드루킹이 보낸 자료는 열어보지도 않았다’고 했지만, 김 전 지사의 반응(답장) 중에는 열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文 후보에 불리한 댓글 조작은 0.8%

―2심 재판부 요구로 댓글 120만개를 전수조사했는데.

“2019년 2월 항소해서 크리스마스이브인 그해 12월 24일 2심 선고 일자가 잡혔다. 그런데 갑자기 2~3일 전에 2020년 1월 21일로 선고가 연기됐다. 그러다 선고 하루 전인 1월 20일 오후 4시에 ‘변론 재개한다’는 연락이 법원에서 왔다. 21일 재판에 참석했더니 당시 인사이동을 앞두고 있었던 차문호 부장판사(재판장)가 ‘김경수가 킹크랩 시연을 본 것이 맞는다.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가 없다’는 취지의 중간 결론을 내놨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는 ‘시연을 봤다는 것만으로는 공모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여덟 가지 항목에 대해 석명(釋明)을 요구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나중에 여덟 가지 모두에 대해 자료를 제출했다. 그 중 하나가 댓글 120만개를 전수조사해서 ‘공감·비공감’을 문재인 후보나 민주당에 유리하게 조작한 사례와 불리하게 조작한 사례를 각각 분류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래서 나를 포함해 10명이 25일간, 하루 17시간씩 주말 없이 수작업을 했다. 아주 보수적으로 분류했는데도 문재인 후보에 대해 불리했던 공감·비공감 조작은 내 기억에 0.8% 정도였다.”

지난 21일 오전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경남도청 현관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김 전 지사의 총영사 제안이 대선 기여에 대한 대가라는 지적도 있다.

“대선 직전인 2017년 5월 7일 드루킹은 김경수 전 지사에게 ‘경공모가 큰일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 변호사를 일본 대사로 보내야 한다’고 요구하며 이력서를 보냈고 김 전 지사는 청와대 담당 비서관에게 전달했다. 김 전 지사는 그걸 ‘개방적 인사 추천’이라고 했다. 얼마 후 ‘일본 대사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은 드루킹은 5일간 ‘댓글 역작업’을 했고, 다시 김 전 지사 측이 ‘다른 자리 알아보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오사카 총영사’라고 연락하자 ‘정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김 전 지사가 ‘센다이 총영사는 안 되겠느냐’고 한 게 2017년 12월 28일이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드루킹 내부의 이메일 등을 보면 이때부터 ‘지방선거 지원 약속’에 대한 ‘이익(영사직) 제공 의사표시’라는 성격이 점점 강해진다.”

―2·3심은 지방선거 관련 선거법 위반에 대해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영사 제안은 대선과 이어진 일련의 과정이지 지방선거와는 관련 없다. 또 김경수가 경남지사 후보로 특정된 시점이 아니어서 선거법 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며 그 부분은 무죄를 선고했다. 그 논리면 공소 기각을 했어야 맞는다. 어찌 보면 무죄 선고가 공소 기각보다 피고인에게 더 유리하다. 이번에 대법원이 ‘후보자 특정이 안 돼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건 잘못됐다’며 2심 판단에 제동을 건 것은 의미가 있다. 무죄를 유지한 건 ‘범죄 증명이 안 됐다’는 이유였다.”

이날 허 특검 사무실을 찾았을 때 그는 마이클 샌델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고 있었다. 책을 덮고 시작된 3시간 가까운 문답에서 허 특검은 사건과 관련된 날짜와 시각, 통계 등을 자료 없이 술술 얘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그 당시 ‘드루킹 활동’을 인지했을 개연성에 대해선 상당히 신중한 태도로 “단서가 없었다. 그래서 특검 활동 기간 연장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드루킹 범행이 2017년 대선에 영향을 미친 건가.

“저는 대선에 영향을 줬다고 본다. 댓글에 공감·비공감 많은 기사를 위로 끌어올리고 그걸 본 사람들이 ‘이게 여론이구나'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런 면에서 여론 조작이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트렌드를 인위적으로 왜곡하고 조작했다. 당시 안철수 후보에 대해선 비난 기사도 많고 이상한 용어를 쓴 댓글도 참 많았다. 그것 때문에 2위가 1위 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1위를 하더라도 2%, 3%가 더 플러스 되는 의미에서의 영향이 있었다. 법원에 자료도 냈다.”

―킹크랩이 그렇게 위력적인가.

“보통 사람이 자기 아이디로 접속해 기사를 찾아본 다음 댓글에 ‘좋아요’나 ‘싫어요’를 클릭하는 것에 2분 가까이 걸리는데 킹크랩은 1.2초 만에 다 된다. 당시 이 사람들(드루킹 일당)이 수집한 아이디는 3000개였다. 어떤 기사에 대해 ‘몇 개 아이디로 작업한다'고 결정되면 실무자가 이를 킹크랩에 입력하고, 킹크랩은 아이디를 랜덤(무작위)으로 골라 순식간에 해치운다. 혐의가 인정된 클릭 건수만 4100만건이다.

평창 단일팀 논란 땐 드루킹이 ‘역작업’

―코로나로 인해 이번 대선에서 인터넷 여론전이 더 중요해졌는데.

“여전히 그런 조직이 있을 거라는 의심이 든다. 경공모의 ‘킹크랩 작업’ 정도까지는 아니라더라도 그런 유사 조직은 지금도 활동할 거라고 본다.”

이 사건은 민주당 고발이 기폭제였다.

“2018년 1월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여론이 안 좋았는데 드루킹이 김 전 지사의 ‘센다이 총영사’ 제안에 반발해 역작업을 했던 것이다. 한 시간 사이에 ‘남북 단일팀 구성’ 기사에 대한 비난 댓글에 ‘좋아요’, 옹호 댓글에 ‘싫어요’ 클릭 수가 엄청나게 올라갔다. 이런 이상한 패턴을 네이버가 포착해 분당경찰서에 고소했다. 당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당대표였던 민주당도 고발에 가세하면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나섰다. 거기서 민주당원인 드루킹 일당이 나온 것이다.”

특검 수사와 이번 판결이 현 정부 정통성 논란을 촉발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건 각자 판단할 몫이다.”

―김 전 지사는 ‘진실은 멀리 던져도 제자리에 돌아온다’며 판결에 불복했다.

“저도 같은 말을 하고 싶다. 이번 판결은 수사 과정에서 한결같이 혐의를 부인한 김 지사가 재판 과정에서 ‘진실을 밝혀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한 데 대한 법원의 답이다. 그것은 증거로 얘기해 온 저의 답이기도 하다.”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좋아하는 노회찬 전 의원이 계좌추적을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 가장 힘들었다. 제가 유감의 뜻을 밝힌 그날 저녁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사무실에서 혼자 울다가 ‘특검 사퇴’도 고민했다.”

☞허익범은

1959년 충남 부여 출생. 덕수상고와 고려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13기로 수료했다. 1996년 검찰에 임관해 인천지검 공안부장, 대구지검 형사부장 등을 지냈고 2007년 퇴직했다. 2018년 6월 현직 대통령의 최측근이 수사 대상인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특별검사에 임명됐다. 경찰 수사에서 놓친 디지털 증거 등을 확보해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기소하고 35개월 만에 유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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