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지하철에 에어컨 빵빵.. 인천공항 놀러가는 어르신들
"무료 지하철 타고, 친구도 불러.. 편의시설 잘돼있어 좋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50분, 공항철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역’. 막 도착한 열차에서 내린 노인 10여 명이 공항으로 향했다. 대부분 등산복에 운동화 등 편한 차림이었다. 분홍색 꽃무늬 반팔티에 보라색 양산을 든 박모(80)씨는 “친구한테 얘기 듣고 더위 피하러 처음 와 봤다”며 “백신도 맞았는데 노인정이나 마을회관은 다 문을 닫아서 너무 답답해서 나왔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쯤 인천공항 제1터미널 지하 1층 벤치 곳곳에 노인 120여 명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여행용 캐리어나 짐가방은 없었다. 벤치에 나란히 앉은 한 노부부는 서로 어깨와 다리를 주물러줬고, 친구인 듯한 두 할머니는 쇼핑백에 담아온 믹스커피, 빵 같은 간식을 꺼내 먹었다. 바닥에 신발 벗어놓고, 의자 4개를 차지한 채 누워 낮잠을 자는 사람도 종종 보였다. 인천에 산다는 구자용(83)씨는 “공항은 시원하고 화장실 같은 편의 시설도 잘돼 있어 좋다”며 “경기도 성남 사는 친구 불러서 이곳에서 지내다가 오후 3시쯤 집에 간다”고 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객이 자취를 감춘 인천공항에 ‘공캉스(공항+바캉스)’족이 몰리고 있다. 주로 수도권에 사는 노인들로, 경로 혜택으로 제공되는 ‘무료 지하철’을 타고 이곳에 온다. 오전 10시에 경기도 시흥에서 왔다는 남모(75)씨는 “오늘처럼 더운 날은 집에서 온종일 에어컨을 켜야 해 그냥 공항에 왔다”며 “여기 자주 오다 보니 전혀 모르던 ‘공항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친구와 공항을 찾은 80대 최영숙씨는 “코로나 전엔 집 근처 백화점으로 피서를 다녔는데 요샌 벤치를 다 치워버려서 갈 데가 없다”며 “여기 온 게 올여름에만 다섯 번째”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김모(66)씨는 “남편이랑 이틀째 공항에 와 신문을 읽었다”며 “백신을 맞아서 온종일 여기 나와 있어도 걱정이 없다”고 했다. 한 항공사 카운터 직원 이모(26)씨는 “작년 여름에는 코로나로 공항을 피하는 분이 많았는데, 올여름에는 노인분들이 작년보다 3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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