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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매출만 91억..'역대급 폭염'에 없어서 못 판다는 제품

노정동 입력 2021. 07. 26. 05:01 수정 2021. 07. 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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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세코 생산라인 전경. 파세코 제공.


서울 서초구에 사는 1인 가구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무더위로 벽걸이형 에어컨을 급하게 주문하려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대신 창문형 에어컨을 택했다.

그는 "대기업 에어컨을 구매하려고 주문했는데, 재고를 확보해 설치할 때까지 최소 9일 걸린다고 하더라. 대신 혼자서도 설치할 수 있는 창문형 에어컨으로 샀다"며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무더위가 지나가면 설치했던 에어컨도 다시 분리할 수 있다고 해 택했다"고 말했다.

"설치기사님 안불러도 돼요"

'열돔 현상'으로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자 당장 간편하게 설치가 가능한 창문형 에어컨이 큰 인기다. 창문형 에어컨 수요가 높은 1인 가구가 늘어난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생활가전기업 파세코는 지난 16~18일 사흘간 창문형 에어컨 총 1만2000대를 팔았다. 파세코 관계자는 "인기 모델의 경우 재고가 없을 정도로 주문량이 몰렸다. 단순 계산하면 21초에 1대씩 판매한 셈으로 이 기간 매출만 91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주가에도 영향을 줬다. 파세코는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21.8% 올랐다.

파세코 창문형 에어컨. 파세코 제공.


창문형 에어컨은 실외기가 본체 내부에 있다. 배관을 위해 벽을 뚫어야 하는 일이 없어 벽을 마음 편하게 뚫을 수 없는 세입자들이 주 타깃이다. 실외기가 따로 없어 혼자 설치가 가능해 1인 가구 소비자들에게도 인기다. 가격 역시 50만~70만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냉방 면적이 타워형보다 작은 창문형 에어컨은 거실처럼 넓은 공간을 시원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작은 방 정도를 커버할 수 있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파세코는 폭발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일 생산량을 1500~2000대 수준으로 약 30% 이상 늘렸다. 앞서 파세코는 지난해 공장 증설 작업을 통해 전년 대비 50%까지 일일 생산 물량을 늘린 바 있다.

김상우 파세코 B2C사업부 상무는 "창문형 에어컨 시장 경쟁이 과열된 상황이지만 소비자들 신뢰에 힘입어 주문량이 몰렸다. 곧 지난해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품 생산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창문형 에어컨 '윈도우 핏'. 삼성전자 제공.


창문형 에어컨이 인기를 끌자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창문형 에어컨을 재출시했다. 약 20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원래 2000년대 초반까지 LG전자와 함께 창문형 에어컨을 생산했지만 이후 소형 평형 수요가 벽걸이형 에어컨으로 넘어가면서 사업을 접었었다.

하지만 1인가구가 증가하고 실외기를 설치할 때 벽을 뚫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창문형 에어컨 인기가 부활할 것으로 전망했다는 설명이다.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최근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하고자 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설치 환경 제약으로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이 많아 창문형 에어컨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창문형 대신 이동식 에어컨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부 특수 목적을 위해 생산하는 물량을 제외하면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는 (창문형 에어컨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몰 롯데온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전체 에어컨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배 뛸 때 이동식 제품은 100배 늘었다. 최근 두달 간(6~7월) 전체 에어컨 매출에서 창문형과 이동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30%에 달했다.

LG전자 이동식 에어컨. LG전자 제공.

"올해 에어컨 시장 '대박' 났다"

올 여름은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지난해와 달리 에어컨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연간 약 250만대 정도를 판매해온 에어컨 시장은 지난해 예상치 못한 긴 장마에 판매량이 200만대 수준에 머물며 한 해 농사를 망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폭염으로 에어컨 주문량이 급증해 올해 7월(1∼22일) 국내 삼성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최상위 제품인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갤러리'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5% 이상 판매가 늘어나 제조사 입장에서 고수익을 낼 것으로 분석된다. 비스포크 무풍에어컨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인 타워형 가격이 200만원대 중반으로 고가에 속한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갤러리. 삼성전자 제공.


LG전자도 급증한 에어컨 판매량을 소화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풀가동 중이다.

LG전자는 올 1분기에만 411만9000대의 에어컨을 생산했다. 지난해 연간 생산량(총 981만2000대)의 42%에 달하는 수치다. LG전자의 올 1분기 생산량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48.75%, 지난해 같은 기간보단 49.78%나 증가했다. LG전자의 올 1분기 에어컨 생산라인 가동률도 142.8%에 달했다. 특근에 야근까지 했다는 얘기다.

에어컨이 잘 팔리면서 에어컨 바람을 넓게 퍼뜨려 주는 용도로 활용되는 서큘레이터도 덩달아 인기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1~22일) 서큘레이터 제품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풍기 바람이 4~5m 이상 거리에선 잘 느껴지지 않는 반면, 서큘레이터의 바람은 20m까지도 닿는다"며 "바람을 모아 좁은 범위에 강력하게 쏘기 때문에 선풍기보다 에어컨 바람을 더 멀리까지 퍼뜨려 준다"고 귀띔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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