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반대에도 '원격 의료' 보폭 넓히는 산업부..850兆 시장, 門 열릴까

세종=박정엽 기자 2021. 7.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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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 방안' 마련 나서
인하대병원 부민병원 등에 재외국민 원격의료 임시허가
문승욱 산업장관 "사업 효과 입증시 법령개정도 기대"
안전성·대형병원쏠림 우려하는 의료계 설득이 관건

산업통상자원부가 ‘원격의료’ 등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시장 동향 분석을 강화하고, 처방까지 가능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병원과 기업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영상판독이나 문진 등의 신기술 접목하는 사례도 나왔다. 단, 의료계 반대와 보건복지부와 영역 다툼 등은 산업부의 디지털 헬스케어 개척 과정의 변수다.

인하대병원 의료진이 비대면 진료를 진행중인 모습. /조선DB

◇산업부,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용역 발주... 원격처방, 병원도 확장

26일 산업부와 조달청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산업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현황조사 및 활성화 방안을 수립’이라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산업부는 연구용역에서 ▲보건의료 데이터 유통, 비의료 서비스 범위 등 디지털헬스산업과 관련된 국내 제도 진단 및 해외 제도와 비교 ▲혁신적인 헬스케어 서비스의 시장 진입 촉진 방안 등을 요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이유에 대해 “단순한 치료에서 예방·관리·모니터링 중심으로의 보건의료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한 헬스케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산업부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지난해 인하대병원, 라이프시맨틱스에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를 임시허가하기도 했다. 올해 5월 31일에는 하이케어넷, 닥터가이드, 엠디스퀘어, 부민병원, JLK, 비플러스랩 등에 대해서도 임시허가를 부여했다. 이중에는 AI기반 영상판독(JLK), 문진차트 구성(비플러스랩) 등의 서비스도 포함됐다.

인하대병원은 지난해 9월 중동 파견 근로자와 스웨덴 거주 일반인 등 2명의 재외국민을 시작으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들어갔다. 올해 2월부터는 자가격리 등의 이유로 병원을 찾기 어려운 내국인 대상 원격진료도 시작했다. 산업부는 재외국민 대상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만족도가 높다고 자평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이 국내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으며 상황을 관리하거나, 우울증 진료로 심리적 안정을 찾는 등의 사례를 취재진에 소개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원격 의료 사업 주체들을 확보하고 실증 사례를 쌓아가다가 이후 성과가 쌓이면 현재 원격 의료를 제약하고 있는 제도 전반을 시장 친화적으로 개편하는 논의를 본격화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지난 5월 31일 산업융합 규제특계심의위에서 이와 관련 “사업 효과성이 입증된다면 실제 법령개정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850조 시장 주도권 잡자”...글로벌 주도권 다툼중

산업부가 원격의료 시장에 관심을 두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성장성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시장 규모는 2019년 1060억 달러에서 2026년 7390억 달러(853조6000억 원)으로 연평균 29.3% 성장이 예상된다. 대선 후 부처별 조직개편을 앞두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산업부의 조직논리가 담긴 한 수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주요국들은 미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업 범위도 원격진단·처방을 넘어서 예방·관리·모니터링 등으로 확대됐다. 미국의 알토 파머시(Alto Pharmacy), 로(Ro), 앰웰(Amwell) 등의 온디멘드 헬스케어 기업들에는 지난해에만 총 27억달러의 투자금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온디맨드 헬스케어는 화상 진료 중심으로 이해되온 기존의 원격의료보다 확장된 개념이다. 진료와 처방을 넘어 사용자 맞춤으로 진행되는 약품 유통 및 보험 등도 포괄한다. 중국도 웨이닥터(徽醫), 핑안굿닥터(平安好醫生), 딩상위안(丁香園) 등 대형 원격의료 플랫폼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AI 및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의사와 환자를 연결해주고, 온라인 예약 및 건강자문, 처방전 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에는 원격의료 산업 스타기업이 없다. 강남언니, 바비톡 등 미용·의료 분야 정보 플랫폼 형태 비즈니스가 발을 떼기 시작했지만, 이들은 미국과 중국의 본격 원격의료 사업모델과는 거리가 있다. 국내에서 의사와 환자 간 진단·처방 등의 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존 의료체계와 이견을 어떻게 조율하느냐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시점에서는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는 없고 제한적인 상황에서 보조 수단에 국한해 활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전성 문제와 함께,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면서 1차 의료기관이 몰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이필수 의협 회장도 선거기간 원격의료를 ‘의료 4대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의협은 정부가 추진 중인 ‘의원급 의료기관 화상 진료장비 지원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관련 학회에 화상 진료장비 반납을 요구하는 등 원격의료로 연결될 여지가 있는 사업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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