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의 기적..'하루 112t 주문' 시민들이 폐기 막았다

코로나19 영향 학교급식 물량 사라져
가격 폭락에 산지 폐기 소식 전해지자
시민들 '화천군 스마트마켓' 주문 빗발

화천군이 운영하는 ‘스마트마켓’ 누리집 모습. 애호박 20개가 들어있는 8㎏ 한 상자를 6000원에 팔고 있다. 갈무리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됐습니다. 하룻밤 사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가격 폭락 탓에 산지에서 폐기하던 강원도 화천산 애호박을 사려는 주문이 빗발치고 있다. 화천군은 폐기처분을 멈추고 주문 물량을 맞추기로 했다.

화천군은 26일 “애호박 산지 폐기 소식이 전해진 지난 25일부터 26일 아침까지 112톤의 주문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이는 8㎏기준 1만4000상자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화천지역에서 일주일 동안 가락동 시장에 출하하는 물량과 맞먹는다. 애초 정부와 농협이 다음달 3일까지 폐기하기로 한 화천산 애호박 213톤의 절반 이상이 판매된 셈이다.

화천군은 애호박 가격이 폭락하자 군이 직영하는 농특산물 판매 누리집 ‘스마트마켓’(http://hwacheonsmartmarket.com/)을 통해 애호박 20개가 들어있는 8㎏ 한 상자를 6000원에 팔고 있다. 택배비도 무료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스마트마켓을 통해 1만 상자를 주문했다. 우체국 쇼핑몰에서는 25일 2000상자가 완전판매된 데 이어, 26일 오전에도 불과 1시간 만에 배정된 물량인 2000상자가 다 팔렸다.

화천군이 운영하는 ‘스마트마켓’ 누리집 모습. 애호박 20개가 들어있는 8㎏ 한 상자를 6000원에 팔고 있다. 갈무리

화천 스마트마켓 관계자는 “주문이 갑자기 몰려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을 초과했다”며 “당일 수확, 당일 유통하는 애호박 특성상 주문받은 순서에 따라 차례로 배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주문 열풍은 폐기 처분도 중단시킬 정도다. 김상덕 화천군 농산물마케팅팀장은 “밀려드는 주문 덕분에 오늘까지만 산지 폐기를 진행할 것”이라며 “내일부터는 온라인을 통해 본격적인 애호박 판매를 진행하기로 했다. 농민들도 피땀 흘려 키운 애호박을 폐기하는 것보다 적은 이윤이라도 받고 판매할 수 있게 돼 무척 좋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애호박 전국 유통량의 70%를 차지하는 화천군은 118개 농가에서 연간 4500톤을 생산하는 노지 애호박 최대 주산지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학교 급식 물량이 없어지는 등의 영향으로 한때 8kg 한 상자 가격이 1만1410원까지 올랐던 애호박 가격은 2423원까지 급락해 산지 폐기가 결정됐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