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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없겠지만, 탈원전에 전력난 불안 여전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입력 2021. 07. 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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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더위로 원전 관련 논란도 재점화
국지적 정전 발생하더라도 블랙아웃 가능성은 낮아

(시사저널=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짧은 장마, 찜통 더위가 일찍 시작됐다. 여름이 더운 것이야 당연지사. 그러나 이번 여름은 조금 다르다. 열돔 현상은 아니라지만 국민들은 이미 열돔에 갇힌 기분이다. 7월21일 최대전력은 89.5GW로 역대 최고였던 2018년 같은 시기 최대전력 82.1GW를 가볍게 돌파했다. 7월 셋째 주에는 예비력이 10GW 밑으로 내려갔고, 예비율은 10% 내외에 머물렀다. 이른바 전력 '보릿고개'다.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공급능력이 8월 둘째, 셋째 주에 최대가 되도록 조절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언론이 공급 부족에 의한 블랙아웃 가능성을 보도하고 있고, 단골 메뉴인 '탈원전 정책 원인 논쟁'이 재점화됐다. 10년 전 순환단전의 악몽을 기억하는 정부는 즉각 신월성 1호기를 비롯해 정비 중이던 3기의 원전을 조기에 재가동하고 공공기관 에어컨 가동 순환정지, 수요반응자원(DR) 발령 대비 등 즉각적인 조치들을 쏟아냈다. 공공기관 냉방온도도 27도로 상향했다. 공문의 표현도 '철저 이행' '합동 점검반 가동' 등 사뭇 위협적이다.

어쨌거나 이번 여름 블랙아웃 발생 가능성은 초미의 관심사다. 다소 위험하지만 블랙아웃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판단을 미리 하고 몇 가지 사항을 검토했다. 첫째, 예비력 10GW, 공급예비율 10%는 결코 적지 않다. 10년 전 순환단전 당시 공급예비율이 5% 미만이었던 것에 비하면 위기도 아니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사실을 전달해야 하지만,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사안을 과장하고 과도한 표현을 쓰게 마련이다.

전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7월21일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빼곡하게 설치돼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정비 안 하고 돈 안 벌어도 한수원은 느긋?

둘째, 정부의 대응 태도다. 대통령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정부는 10년 전 경험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당시 순환단전의 후유증은 심각했다. 관련 고위 관리자들 다수가 인사 조치됐다. 정부는 1%의 블랙아웃 가능성도 없애고 싶을 것이다. 한편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전시성 행정조치를 취함으로써 "손 놓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언론과 정부 사이에 공조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점이다. 언론으로서는 블랙아웃이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기삿거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탈원전 등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좋은 이슈가 된다. 혹시 순환단전이라도 발생하면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대서특필할 수 있다. 반면 정부도 블랙아웃 이슈가 과장되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무탈하게 상황이 수습될 경우 정부의 발 빠른 대처와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탈원전 때문에 예비력이 부족해졌을까. 믿어주는 국민이 별로 없지만, 정부는 탈원전과 관련 없다고 부인한다. 탈원전이 전력수급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은 당연하다.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기 전 수립된 7차 전력수급계획(2015년 7월)에는 엊그제 가까스로 운영허가를 받은 신한울 1호기가 2017년 4월(이번 여름에는 활용 불가), 신한울 2호기(아직 공사 중)는 2018년 4월 준공 예정이었다. 금년 3월에는 신고리 5호기가 준공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정권이 바뀌고 이 원전들의 준공 시점은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 또 내년까지 가동 예정이던 월성 1호기(679MW)는 비상식적인 이유로 조기 가동이 중지됐다. 월성 1호기 건으로 여러 명이 기소되고 재판 중이다. 용량을 다 합하면 거의 5GW다. 만약 계획대로였다면 예비율을 5% 이상 높일 수 있었다.

탈원전으로 일어나는 현상 하나 더.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원전 정비기간이 대폭 늘어났다. 이전 정부까지 정기 정비기간은 보통 두 달 정도였다. 요즘에는 6개월이 보통이다. 원안위의 재가동 허가가 인색한 것이다. 하지만 한수원은 느긋하다. 정비는 다 끝났는데 재가동 허가가 나지 않으니 점검만 하고 놀아도 그만이다. 그렇다고 공기업이 적자를 볼 일도 없다. 원전 1기의 하루 매출이 10억원이 넘는다. 주인이 있는 민간회사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 보니 '빛의 속도로 재가동'이 가능한 것이다.

송전선로 탈락 등으로도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슈는 공급 부족 문제이므로 수요와 공급량을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전력수급 예상을 역대 최고였던 2018년과 비교하다 보니 숫자가 높게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넷째, 전력수요 상황. 정부가 예상한 올해 최대전력은 기준 90.9GW, 상한 94.4GW다. 2018년 최대전력은 92.5GW였다. 올 들어 전력수요가 증가하고 있다지만 기저효과에 의한 착시다. 5월까지의 실적은 '집콕'으로 주택용 전력소비만 아주 조금 늘어났을 뿐, 산업용과 일반용 전력소비는 2018년 소비량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도 전력소비는 2018년에 비해 약간 적다. 전력수요가 경제활동과 전기가격, 기온효과로 설명된다면 경제활동은 당시보다 못하다는 것이고, 가격은 변동이 없었으니 남는 것은 기온효과뿐이다. 올해가 2018년에 비해 더 더울 수 있겠으나 예측된 상한 최대전력 94.4GW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예비율 9~10%, 결코 적은 규모 아니다

다섯째, 공급능력이다. 정부가 예상한 피크 시기 공급능력은 99.2GW다. 그런데 의심스럽다. 설비용량이 117.2GW였던 2018년 공급능력 99.6GW보다 작다. 금년 5월의 설비용량은 128.2GW, 늘어난 설비용량이 11GW나 된다. 대부분 태양광(약 7GW)이 증가했지만, 원자력과 가스발전의 용량도 증가(약 3GW)했다. 변동성이 있지만 태양광도 하계, 주간에는 공급능력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물론 설비용량이 늘어났다 해도 공급능력이 비례적으로 늘지는 않겠지만, 전체적으로 용량이 증가했음에도 공급능력이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과연 믿어야 하나. 설비용량이 늘어났음에도 공급능력이 감소했다면 관리가 부실했다는 것이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여섯째, '정부의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에는 시운전 일정 조정, ESS 방전시간 변경, 전력수요 의무감축(DR), 공공비상발전기 가동 등으로 최대 8.8GW의 용량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위의 공급능력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적은 양이 아니다. 예비율로는 9~10% 정도 된다. 이 중 가장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방안이 DR이다. DR은 수요자가 계통 운영자와 계약을 맺고 필요시 수요를 감축하는 것이다. 참여자는 그 대가로 감축한 수요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계통 운영자가 수요자의 소비를 강제로 억제하는 것이 아니다. 공급 예비력이 500만kW로 떨어지면 발동한다. 올해 참여 기업은 5154곳에 총 4.65GW나 된다.

상한 최대전력을 상회하는 전력수요가 발생하더라도 500만kW 내외의 예비력이 이미 확보돼 있고, 적지 않은 규모의 DR 등으로 대개 10GW 정도의 예비력이 확보될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수급에 실패하면 전력 당국은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국민들이야 더위에 고생하고 에어컨 수요의 집중으로 국지적인 정전은 발생하겠지만 이번 여름 대규모 블랙아웃은 예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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