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봉쇄 풀었더니 확진자 줄었다?..英, 집단면역 사례 될까

이슬기 기자 2021. 7. 28. 1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봉쇄 해제 이후 6일째 확진자 감소
성인 88%가 최소 한 차례 백신 접종
회복·백신으로 항체 보유율은 90% 이상
당국 "해제영향 미반영..재확산 여지 有"

이달 중순 ‘자유의 날’을 선언하며 봉쇄 조치를 전면 해제한 영국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감하고 있다. 봉쇄를 풀면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거란 과학계의 우려가 어긋난 셈이다. 특히 이러한 감소세는 지난 19일 영국이 방역 규제를 완전히 해제한 이후 가속도가 붙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일각에선 전체 인구의 70%가 백신을 맞은 영국이 집단면역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난 19일 '자유의 날'을 맞이해 봉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의사당 광장 앞에 모여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영국 공중보건국에 따르며 26일(현지 시각) 기준 영국의 신규 확진자는 2만4950명으로 지난 20일 4만6558명 이후 6일 연속 감소했다. 4차 대유행의 정점이었던 지난 17일(5만4674명)과 비교하면 열흘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BBC방송은 확진자가 엿새 연속 줄어든 건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통계상으로는 ‘자유의 날'을 이후 오히려 확진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영국의 확진자가 줄어든 요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집단면역설이다. 전체 인구 6665만명 가운데 현재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은 사람은 이날 기준 4659만명이다. 성인의 90%에 이른다.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은 572만명이다. 영국 통계청은 성인의 92%가 이미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됐거나 백신 접종으로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피터 오픈쇼 임피리얼칼리지 교수는 BBC에 “영국이 집단면역에 도달하고 있다”며 “항체를 가진 사람의 비율이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확진자 감소는 계절적 요인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여름방학 기간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 모임이 감소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학생 감염과 동시에 코로나 검사도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영국 학생들은 등교와 동시에 신속 항원 검사 키트로 매일 검사를 받았지만 방학에 접어들어 철저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애덤 쿠차르스키 런던위생열대학원 교수는 “여름 방학으로 아이들이 덜 모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스카이뉴스는 “신속 항원 검사는 5% 정도 줄어든 반면 PCR(유전자 증폭) 테스트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유로 2020을 응원하는 잉글랜드 팬들. /AP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달 11일까지 한 달 간 열린 유로 2020도 재조명했다. 식당과 술집에 몰린 응원 인파 가운데 코로나19가 확산했고 이 기간 15~44세 남성의 감염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했으나, 이제 그 영향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스코틀랜드팀이 유로 2020에서 일찍 탈락하면서 잉글랜드보다 확진자 감소세도 일찍 나타났다고 봤다.

일간 가디언은 전염력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 인구의 1%에 가까운 60만명을 자가 격리로 몰아넣은 것도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자가 격리가 봉쇄령과 비슷하게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담 핀 브리스톨대 소아과 교수는 “감염 후 회복으로 인한 자연면역과 백신 접종 후 생긴 면역, 사회적 행동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집단면역설에 대해선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확진자 수 감소세는 고무적”이라면서도 “우리는 아직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보건 전문가들도 사례 감소는 단기적 현상일 수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가을에 학교가 개학하면 감염이 재급증할 수 있다는 의미다. BBC는 “며칠 더 확진자 추이를 지켜봐야 좀 더 의미 있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방역 조치 변경이 확진자 통계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주 정도 걸린다. 잠복기를 거쳐 실제 증상이 확인된 후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폴 헌터 이스트앵글리아 의대 교수는 BBC에 “봉쇄 해제의 영향은 내주 금요일(30일)이 지나야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