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주문 참사'..매일 수천개 도시락 버리는 도쿄올림픽
유통기한 기다렸다 쓰레기통에
"코로나로 힘든 사람 많은데" 분노
도쿄올림픽 경기장에서 매일 수천개의 손도 안댄 도시락과 빵·주먹밥 등의 식품이 폐기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방송 TBS는 27일 도쿄(東京) 국립경기장 내부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립경기장에는 매일 새벽 수천 인분의 도시락과 빵, 주먹밥 등의 음식을 실은 차량이 들어가지만 도착한 식품의 상당량이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폐기 담당자가 손도 대지 않은 도시락에서 음식물만 퍼내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올림픽이 '무관중'으로 결정되면서 경기장 운영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의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당초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는 7만명 규모였으나 최소 3만명 이상이 할 일 없이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경기장에서 관중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기로 예정됐던 이들이다.
문제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가 이들을 위해 사전에 주문해놓은 도시락을 주문량 조정도 없이 그대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락 폐기를 담당한 직원은 방송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도시락이 매일 들어온다. 유통기한이 끝나길 기다렸다 버릴 수밖에 없다. 음식을 제조하는 사림들이 이런 사실을 알면 정말 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TBS는 "조직위는 올림픽 식품 조달 문제 등에 있어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고려하겠다고 명시했으면서도 자원봉사자에게 필요한 도시락 수도 제대로 조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폐기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사실관계를 인정했지만 하루에 어느 정도의 양이 폐기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위 측도 "사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밝혔다.
이 보도에 대해 소셜미디어(SNS) 등에선 "도시락 하나에 1000엔(약 1만원)으로 계산해도 5000개면 하루 500만엔(약 5000만원)을 시궁창에 버리고 있는 셈", "조직위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인가, 올림픽이 끝난 후에라도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폐기를 목격한 관계자는 방송에 "코로나19로 수입이 감소한 사람들도 많다"며 "생활이 곤궁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등 폐기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나토 어린이식당' 이사장을 맡고 있는 후쿠자와 세이코(福崎聖子) 변호사는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아르지(Chang.org)'에 "올림픽 경기장에서 남는 도시락을 폐기하지 말고 빈곤층이나 끼니를 거르는 어린이,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에는 28일 오전까지 1만 1000여명이 서명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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