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로 다진 남북대화 의지..정상회담으로 이어질까

김경진 2021. 7. 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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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과 그에 따른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관심사는 '4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끝까지 '한반도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입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넘어야 할 산 등을 짚어봤습니다.

■ 10번 가까이 오간 친서…무슨 얘기 나눴나

지난 4월 말, 4·27 판문점 정상회담 3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게 시작이었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두 정상이 최근까지 열 차례 가까이 친서를 주고 받았고, 내용도 화기애애했다"고 전했습니다.

친서에서 두 정상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주로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두 정상은 친서에서 "코로나19로 남북 모두 오래 고통 받고 있다", "하루속히 이를 극복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달 초 한반도 남부 지역이 폭우 피해를 당하자 문 대통령에게 위로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두 정상은 서로의 주민들에 대한 안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두 정상이 친서에서 가장 중점을 둔 점은 남북관계 개선 방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두 정상은 남북관계가 이렇게 오랜 기간 단절되어선 안 된다며, 조속한 관계 복원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먼저 통신선부터 열자"고 제안했고, 그제(26일)까지 협의가 이어져 남북이 어제(27일) 동시에 발표하게 된 겁니다.

동시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내용이 거의 비슷해, 남북이 꽤 긴밀하게 소통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번 발표로 양 정상이 문재인 대통령 남은 임기 동안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는 분명하게 드러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떄문에 임기 내 4차 남북 정상회담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 신중한 청와대…"이제 출발선에 선 것"

그러나 청와대는 일단 정상회담에 신중한 입장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정상 간 화상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한 바 없으며 대면 정상회담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거듭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남북 정상이 10차례 가까이 친서를 주고 받은 만큼, 직접 접촉에 대한 기대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관문이 많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 보이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늘 MBC 라디오에 출연해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가장 낮은 단계의 조치"라고 평가하면서 "이제 출발선에 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수석은 이번 조치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긴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박 수석은 또 "통신선 복원만으로는 충분한 대화와 협상의 수단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 남북 간 각급 실무협의 접촉을 해나가게 될 텐데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을 구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정상회담을 위해 넘어야 할 산들

임기 내 정상회담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은 북한이 반발하는 8월 한미 연합훈련입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훈련 조정 필요성을 5월부터 미국에 얘기했고 최근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원래 하반기 훈련은 병력과 장비 이동 없이 지휘소 훈련만 하기 때문에 북한이 크게 반발하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의 반응을 지켜봐야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상황도 관건입니다. 연락선은 복원됐지만, 남북이 정상회담 같이 큰 이벤트를 준비하려면 아주 오랜 시간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 대면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데, 코로나 방역 대응으로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는 북한이 응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재로서 현실 가능성 있는 방안은 박수현 수석이 언급한 화상을 통한 협의입니다. 정부는 이미 남북 화상 회담 시스템을 갖춰놓았습니다. 실제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화상을 통해 북측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과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화상으로 협의를 하면, 대면으로 할 때보다는 논의 진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뛰어넘을지가 숙제입니다.

앞으로 남북이 다양한 의제들을 논의해 나갈텐데 이 논의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중요합니다. 백신 협력이나 화상 이산가족 상봉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하나하나 쉽지 않은 과제들입니다.

백신 협력의 경우 국내 여론이 문제입니다. 사정을 잘 아는 정부 핵심 관계자는 "백신에 대해선 북한이 결코 우선될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남측에 수급 문제가 있고 백신 접종률이 낮은 상태에서 북한에 먼저 백신을 지원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겁니다.

적어도 집단 면역이 완성될 11월까지는 직접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 문제를 북한과 어떻게 매끄럽게 논의해 나가느냐가 중요합니다.

화상 이산가족 상봉 역시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할 수 있을 만큼 국내적으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금강산 개발 등 여러 경제 협력 아이디어도 나오지만 이들 역시 대부분 대북제재 문제가 걸려서 급히 추진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인도주의 차원에서의 식량 및 보건 의료 물품 지원은 가능성이 있지만, 기존의 북한 태도에 비춰보면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 미국 설득 본격화할 듯…靑 인사 잇따라 방미

우리 정부는 남북 정상 간 친서와 통신선 복원을 지렛대 삼아 미국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했고, 인도적 지원에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시작은 인도적 차원의 지원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차차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일부 대북 제재의 유연한 적용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제재로서는 남북 경협을 제대로 시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무 협의 과정에서 북한이 특히 이 문제의 해결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는 더 나아가 대북 제재 완화를 북미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방안을 설득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먼저 제재를 완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나타낸 만큼, 과정이 순탄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북한이 북미 대화에 임하는 태도에 따라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정체 국면을 이어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은 잇따라 미국을 찾고 있는데, 명목은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 논의이지만, 미국을 설득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 차장이 미국 NSC를 비롯해, 국무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 주요 당국자를 만나 한반도 문제, 한미동맹 현안 등에 대해 실무 차원에서 논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주에도 청와대 인사들이 방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8·15 경축사 때 진전된 메시지 나올 듯

어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다시 남북의 시간이 시작됐지만,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고 호언장담하기도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아주 오랜만의 남북 협의를 앞둔 통일부 수장의 긴장감이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다행인 점은 북한의 대화 의지가 분명해보인다는 점입니다. 오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7차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했는데, 지난해와 달리 '자위적 핵억제력'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고, 국방력 강화와 관련된 언급도 없습니다.

우리 정부로선 남북 관계의 중요 메시지들이 나왔던 8·15 광복절 경축사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습니다.

청와대는 이제 본격적으로 8·15 경축사 메시지 작성에 돌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남북 관계의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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