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대신 '엄지척' 져도 쿨한 '갓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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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었고, 좋은 경험 한 것 같아요." 열일곱 살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의 목소리는 밝았다.
이들이 내놓는 소감이 과거와 대비되면서 기성세대에는 충격을, 같은 세대에는 공감과 즐거움을 안기고 있다.
허진석 한국체대 교양교직과정부 교수는 "선수들이 개인주의적으로 바뀌었다고 단편적으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표로서 신념과 의무감을 가진 동시에 개인적인 도전과 목표에도 충실하려 하는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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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에 연연 않는 젊은 선수들
국가주의 벗어나 올림픽 즐겨
“정말 재미있었고, 좋은 경험 한 것 같아요.” 열일곱 살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의 목소리는 밝았다. 지난 27일 32강 문턱에서 세계 15위인 홍콩 두호이켐에게 패해 탈락한 직후였다. 아쉬움에 눈물을 보였지만 자책이나 분한 감정은 찾기 어려웠다.
“끝나고 나니까 속은 확실히 뻥 뚫려요.” 신유빈과 동갑내기로 개막 직후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소년 신궁’ 김제덕의 소감도 새로웠다. 27일 개인전 32강에서 떨어진 뒤 가진 인터뷰에서 아쉬운 듯 빨개진 눈시울을 보였지만 이내 씩 웃어 보였다. 그는 “개인전은 혼자만의 시합이다. 믿을 게 나 자신밖에 없었다. 그게 약간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애어른’스러운 감상도 보탰다.
28일까지 진행된 2020 도쿄올림픽 무대에서 태극마크를 단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내놓는 소감이 과거와 대비되면서 기성세대에는 충격을, 같은 세대에는 공감과 즐거움을 안기고 있다. 젊은 팬들은 성적에 매이지 않고 앳된 얼굴과 ‘쿨한’ 태도를 갖춘 어린 선수들을 ‘갓기’(신을 뜻하는 ‘갓’과 ‘아기’를 합성한 신조어)라고 부르며 응원을 즐기고 있다.
한국 수영 간판 황선우의 감상도 쿨했다. 그는 27일 자유형 남자 200m 결승에서 레이스 초반 선두로 치고 나갔으나 7위로 승부를 마쳤다. 그는 취재진에게서 자신의 100m 구간 기록을 듣고는 “49초요? 정말 오버페이스였네요”라며 개의치 않았다. 같은 날 은메달을 딴 태권도 67㎏ 초과급 이다빈은 자신을 이긴 결승 상대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는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과거 올림픽에선 패배한 선수들이 죄책감부터 보였다. “모든 분이 금을 기대했는데 부응치 못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1984 LA올림픽 레슬링 동메달 방대두) “속공을 못해 패했다. 기대에 보답지 못해 죄송하다”(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복식 동메달 현정화) 등 대국민 사과가 인터뷰 첫머리를 장식했다. 마라톤 영웅 이봉주의 부친 이해구씨는 아들의 1996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소식에 “(아들이) 마라톤 2연패를 하지 못해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대신 사과하기까지 했다.
체육사학자인 손환 중앙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젊은 선수들이 올림픽에 임하는 태도, 시민들이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국가주의에 지배당한 과거와 달라졌다고 짚었다. 손 교수는 “80년대까지 올림픽은 국위선양,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까지는 국가 이미지 개선의 자리였다”면서 “이번 올림픽에서 나온 소감을 당시 말했다면 ‘정신 못 차렸다’ ‘수학여행 간 줄 아느냐’며 비난이 빗발쳤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올림픽의 본래 의미대로 승자를 칭찬하고 패자를 위로할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허진석 한국체대 교양교직과정부 교수는 “선수들이 개인주의적으로 바뀌었다고 단편적으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표로서 신념과 의무감을 가진 동시에 개인적인 도전과 목표에도 충실하려 하는 것”이라고 봤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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