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쟁 못지않은 시련"..경제·방역·식량 얼마나 어렵기에
'고난의 행군' 때보다 부족한 쌀 생산..식량난 가속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현 자국 상황을 두고 "전쟁 못지않은 시련"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북한 내부 사정에 이목이 쏠린다.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제7차 전국노병대회에서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위기와 장기적인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는 전쟁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로 되고 있다"고 연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년 반 가까이 국경 문을 걸어 잠근 상황 속 경제난과 식량난까지 겹치며 내부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김 총비서가 현 상황을 '전쟁'이라고 비유하며 내부 결속에 나서는 모습을 두고 내부 불만이 심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총비서 집권 이후 북한 경제 사정이 나아지는 듯했으나, 최근 코로나19로 상황이 악화하자 내부 불만이 더 커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북한은 최대 무역처인 중국과의 무역에서 수입 부분에서는 일부 회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수출은 여전히 밑바닥을 맴돌고 있다.
해관총서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북한의 중국산 수입 규모는 약 1231만 달러(140억 원)에 이른다. 앞서 북한의 대중 수입액은 지난 4월 당시 약 2875만 달러(332억 원)까지 증가했다가 5월에 다시 약 271만 달러(31억 원)로 급감했다.
이를 두고 4월 농번기 비료 등의 수요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입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최근 수입액이 다시 늘며 대중 무역이 활기를 띠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다만 지난달 북한의 대중 수출은 181만 달러(20억 원)로 대중 수입액의 15%에도 이르지 못한다. 양국의 수출입을 합한 교역 총액은 1413만 달러(161억 원)로 코로나 이전 2019년 6월 두 나라 교역총액 2억2663만 달러(2617억 원)의 6%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며 북·중 교역 재개가 여전히 원활하지 못한 모양새다. 북한은 올해 초 국경 일부에 소독시설을 설치하며 교역 재개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국경 개방과 관련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무역이 위축된 상황 속 지난해 수해 등으로 농작물 수확량도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농무부(USDA) 산하 경제조사 서비스가 공개한 '4월 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올가을 쌀 생산량은 도정 후 기준 136만t(톤)에 그쳤다.
북한이 1990년대 중·후반 최악의 식량난을 겪으며 고난의 행군 시기를 보냈던 당시 북한의 쌀 생산량은 150만 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 농무부가 추정한 올해 북한의 쌀 도정량은 과거 고난의 행군 때보다 14만 톤이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이 올해 86만 톤 가까이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올해 120만~130만 톤 이상의 식량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내 쌀 가격의 폭등했다는 동향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 같은 어려움을 내부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결국 대외 환경 개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북한이 남한과 통신선을 복구한 것과 관련해 내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대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 당국이 쉽게 대외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해 6월9일 남한과의 통신선을 끊을 당시엔 이를 노동신문 등 내부에 공개했지만, 통신선 복구와 관련해서는 내부 공지가 없는 상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자력갱생을 강조해 온 만큼 통신선을 복구했다 해도 외부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북한이 내부 사정이 어렵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만큼 외부에서 먼저 인도적 지원을 해주길 기다리는 모습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우리 정부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목표인 만큼 북한에 대한 유연한 인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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