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약계층 생존권 문제에 '숫자놀음' 하는 기재부

한겨레 입력 2021. 7. 2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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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결정하기 위해 28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를 열었으나, 위원들 사이에 견해차가 커서 30일로 결정을 미뤘다.

그러나 기재부는 지난 5일 열린 소위원회 회의 때 증가율을 1.4%로 제시함으로써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 결정 과정을 녹록지 않게 몰고 갈 것임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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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보건복지부가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결정하기 위해 28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를 열었으나, 위원들 사이에 견해차가 커서 30일로 결정을 미뤘다. ‘견해차가 컸다’는 건 최대한 객관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기획재정부 쪽이 터무니없이 낮은 안을 고집한 게 정확한 실상이다. 기준 중위소득이 기초생활보장제를 비롯해 70개가 넘는 정부 사업의 수급 대상과 급여액 수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라는 점에서, 기재부가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에 얼마나 인색한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중위소득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소득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값을 말하는데, 여기에 사회 환경과 각종 보정치를 반영해 기준 중위소득을 정한다. 지난해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중위소득 산출 방식을 현실에 맞게 정비했다. 활용 가능한 최신 3년치 중위소득 증가율 평균으로 ‘기본 증가율’을 정하고, 여기에 지난해부터 통계 원자료를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바꾸면서 발생하는 격차를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보정하기 위해 ‘추가 증가율’을 더하는 방식으로 기준 중위소득을 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 방식에 따르면 기본 증가율은 4.32%, 추가 증가율은 1.94%다.

그러나 기재부는 지난 5일 열린 소위원회 회의 때 증가율을 1.4%로 제시함으로써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 결정 과정을 녹록지 않게 몰고 갈 것임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28일 회의에서도 기재부는 1.4%에서 미미하게 올린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생활보장위 위원장 부처인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위촉직 위원인 전문가들 대다수가 기재부의 태도에 강하게 반발했다는데, 지극히 상식적인 대응이었다고 본다. 위원회 차원에서 합의해 정비한 산출 기준을 이듬해부터 대놓고 무시하는 처사를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기재부는 최근 기초생활보장제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으로 재정 소요가 크게 늘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책임져야 하는 기재부의 입장을 모르지 않으나, 기준 중위소득을 낮추는 바람에 급여 수급 대상에서 제외될 사람들의 딱한 처지를 생각해보기는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취약계층은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삶이 더 힘들어졌다. 그들에 대한 지원 정책의 근간이 다름 아닌 기준 중위소득이다. 지금은 크게 올려야 할 때다. 법정 공포시한(8월1일)이 눈앞이다. 신속한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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