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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월호 기억공간' 협의체 구성 거부한 오세훈 시장

입력 2021. 07. 29. 20:41 수정 2021. 07. 2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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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세월호 유가족들이 2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내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민서영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기억공간의 이전·재설치를 위한 유가족과의 협의체 구성을 거부했다. 오 시장은 지난 28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협의체가 만들어진다면 또다시 일부 정치적인 힘이 개입하거나 시민단체들이 조력한다고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문제가 정치화함으로써 국민 대다수의 마음이 떠났다”고도 했다. 협의체 구성은 최근 불거진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유가족이 자진철거를 결정한 근거였다. 오 시장의 협의체 구성 거부와 ‘정치화’ 운운은 유가족에 대한 모독으로, 잦아들던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이후 기억공간 재설치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재설치 반대’ 의견이 51.4%라는 것을 근거로 댔다. 여론조사는 오 시장이 지난 17일 유가족을 만나기 전 실시한 것인데, 이를 빌미로 철거를 밀어붙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상징적 공간의 존폐를 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는 발상이 놀랍다. 이러니 ‘기억공간 철거는 세월호 지우기’라고 비판받는 것이다.

최근 세월호 기억공간을 둘러싼 갈등은 오 시장의 철거 통보로 시작됐다가 유가족의 자진철거 결정으로 수습됐다. 기억공간 전시물 등은 시의회 1층 임시 전시관으로 옮겨졌고, 목조구조물 해체도 29일 시작됐다. 서울시도 이미 광화문광장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모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터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협의체 구성 거부와 기억공간 재설치 반대를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오 시장의 편협한 인식을 드러낼 따름이다. 추모공간의 크기나 형태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유가족과 협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 시장은 자격 논란을 빚고 있는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서울시의회가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데 대해 “가장 큰 논거가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을) 비판만 열심히 하고 비전이 없다는 건데 (청문회에서) 비전을 설파할 시간을 줬느냐”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가 부적격 의견을 채택한 것은 김 후보자의 ‘비전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김 후보자는 아파트·상가 등을 네 채 보유한 다주택자임에도 “시대적 특혜”라고 항변하는 등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줬다. 오 시장은 반대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여 임명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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