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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벽화까지 등장..막장 대선 네거티브

최민우 입력 2021. 07. 30. 00:10 수정 2021. 07. 3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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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루머로 대선후보 아내 비방
윤석열 "당연히 배후가 있을 것"
야당 "표현 자유 내세운 인격살인"
민주당 내서도 "명백한 인권침해"
윤 지지자들 "정의·상식 무너져"
건물주인 "풍자이자 표현의 자유"
여권 강성 지지자들 "성지 순례"
전문가 "김대업 병풍사건 최신판"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서점 건물 외벽에 그려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를 보수단체 회원들이 차량으로 가로막고 있다. 이 벽화는 이달 중순께 서점 사장의 지시로 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서울 도심 한복판 중고서점 건물 벽에 벽화 6점이 걸렸다. ‘쥴리의 남자들’이라고 적힌 첫 벽화에는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등 쥴리와 관련이 있는 듯한 7명의 이름이 열거됐다. 두 번째 벽화엔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란 문구와 함께 금발의 여성이 그려졌다. ‘쥴리’란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등에 나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의 별칭으로, 김씨가 과거 강남 유흥업소에서 일할 때 사용한 예명이라는 의혹이 있다. ‘김건희 접대부설’ 등은 친여 성향의 유튜브에서 숱하게 등장했지만, 현재까지 전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뜬소문에 불과하다. 하지만 벽화는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벽화를 내건 이는 “풍자이자 표현의 자유”라며 “김건희씨가 ‘쥴리’가 맞다고 인정하면 내리겠다”고 했다. 여권 강성 지지자들은 이곳을 “성지순례”라며 치켜세웠다. 일그러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H 중고서점’ 앞은 온종일 북새통을 방불케 했다. ‘쥴리 벽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번엔 보수 지지자들이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보수 단체와 유튜버들은 이날 아침부터 3대의 차량을 이용해 벽화 앞을 가로막고는 ‘몽키매직’이라는 노래를 틀었다. 이들은 “좌파는 악마” “자유대한민국은 상식과 정의가 무너졌다”고 소리쳤다.

현재 이 건물 1층 외벽은 가로 15m, 세로 2.5m에 달하는 총 6점의 벽화로 가득 채워져 있다. 벽화는 H중고서점 대표이자 건물주인 A씨의 지시에 따라 2주 전쯤 그려졌다. A씨의 지인 지승룡 민들레영토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A씨가) 벽화를 그린 이유는 윤석열씨가 헌법적 가치관이 파괴돼 출마했다는 말을 듣고 시민으로 분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헌법적 가치인 개인의 자유를 말하려는 뜻이라고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 대표는 “서점 대표님은 담대함으로 흔들림이 없다. 선한 시민들의 자유를 위한 용기에 존경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파장이 커지자 A씨는 일부 언론에 "논란이 된 문구는 지우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종로 15m 벽화 앞 보수단체·여권지지자들 엉켜 난장판

이날 쥴리 뮤직비디오도 나왔다. 유튜브 채널 ‘백자TV’에는 ‘나이스 쥴리’라는 뮤직비디오 영상이 공개됐는데, 노래 가사는 “나이스 쥴리, 춘장의 에이스” “서초동 나리들께 거저 줄 리 없네” “십원짜리 한 장 피해줄 리 없네” 등이다.

벽화와 뮤직비디오 등은 ‘열린공감TV’를 중심으로 한 친여 유튜브에서 소개된 내용이다. 열린공감TV는 최근엔 치매에 걸린 양모 전 검사의 모친을 인터뷰해 “양 전 검사와 김건희씨의 동거설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보도하는 등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관련된 악성 루머를 끊임없이 생산해 왔다.

이 같은 행태를 두고 극단적 여권 지지자들의 일탈로 치부할 수 있지만, 여권 지도부는 이를 사실상 부추기거나 방조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쥴리로 불리는 분을 어떻게 영부인으로 모실 수 있나”고 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쥴리란 인물을) 들어봤다”며 “대선후보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 주변의 친인척, 친구 관계 이런 게 다 깨끗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임동욱 소장은 “쥴리 논란은 과거 김대업 병풍 사건의 최신 버전”이라며 “상대방 공격을 선거캠프가 직접 하지 않고 지지자를 동원하고 있다. 네거티브가 더 교묘하고 악랄해졌다”고 지적했다.

‘쥴리 벽화’를 두고 야권은 강하게 성토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것은 저질 비방, 정치 폭력이자 인격 살인으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행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 더러운 폭력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있는 여자는 영부인 하면 안 된다는 몰상식한 주장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하고 싶은 건가”라며 “자칭 페미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막으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에 “저 짓을 하는 이들, 그 짓에 환호하는 이들의 인성에 기입된 정치적 폭력성이 나를 두렵게 한다”며 “지지자들의 광적인 행태는 민주당이 이미 역사적 반동 세력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소속의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시중에 떠도는 내용을 공개 장소에 게시해 일방적으로 특정인을 조롱하고 논란의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누굴 지지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도 “이런 식의 비난은 남성에게라면 결코 행해지지 않았을 여성 혐오적 흑색선전”이라며 “이 같은 행태에 민주당이 뒷짐을 지고 가만히 있는 태도는 이것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측, 루머 유포자 10명 고발=윤석열 캠프는 이날 김건희씨의 유흥접대부설과 불륜설을 퍼뜨린 관련자 10명을 고발했다. 윤석열 캠프는 ‘윤석열 X파일’의 진원지로 알려진 정대택씨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한 열린공감TV를 겨냥, “정대택을 대단한 제보자인 양 앉혀 놓고 실상은 성희롱성 발언으로 희희낙락하며 한 여성의 인권을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캠프는 열린공감TV 방송 내용도 일부 공개했는데 이 중엔 김건희씨에 대해 “화류계 유흥가에서 공사를 했다” “방중술이라는, 남자를 확 보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등도 있었다.

윤 전 총장은 ‘쥴리 벽화’와 관련해 “정치판이란 게 아무리 엉망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수준이 여기까지 왔나”라며 “당연히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민우 정치에디터, 김지혜 기자, 이영근 인턴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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