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거티브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진흙탕 대선판.."민주주의 퇴행 우려"
대통령 선거가 진영 간 목숨을 건 전쟁이 돼가고 있다곤 하나 아무리 그래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를 향한 친여 지지자들의 행태가 일례다. 최근엔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 서점 외벽에 김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까지 등장했다.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김씨의 얼굴을 본뜬 듯한 얼굴 그림이 그려졌다.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란 글귀도 있다. 친문 성향의 커뮤니티에선 “뱅크시 아티스트급 명작” “용자(용감한 사람)다” “성지순례 가겠다”고 옹호한 반면, 야권 지지자들은 현장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림의 의도는 너무나도 분명하다. 표현의 자유가 다른 사람을 해치는 수준까지 가면 더 이상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기저에 깔린 여성 혐오는 또 뭔가.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행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이것은 저질 비방, 정치 폭력이자 인격 살인으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진보 성향의 유튜버가 양모 변호사의 94세 모친을 찾아가 김씨와의 관계를 캐물어 양 변호사가 “거짓말로 주거 침입하고 유도해 어머니가 말을 따라 하게 하는 패륜 행위를 취재 원칙이라고 하다니 양심도 없느냐”며 모친의 치매 진단서까지 공개한 일도 벌어졌다. 개탄스럽다.
이를 말려야 할 더불어민주당에선 오히려 동조하는 기류가 있다. 현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강기정 전 의원은 “치매는 경험한 기억만을 소환한다”고 맞장구쳤다. 민주당이 과거 욕설과 독설의 증오 마케팅에 빠져 있던 ‘싸가지 없는 진보’(2014년) 시절로 퇴행하려는 것인가.
그러고 보면 막장 드라마로 치닫는 민주당 경선도 네거티브로 날을 세우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배우 스캔들을 캐묻자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받아친 장면이 대표적이다. ‘원팀 협약식’을 한 이후에도 ‘백제 발언’(이재명), ‘옵티머스 연루 의혹’(이낙연) 등으로 진흙탕에서 뒹굴고 있다.
아무리 네거티브가 선거의 필요악이라곤 해도 감내할 수준을 넘었다고 본다. 정책과 비전을 갖고 경쟁해야 할 대선판에 네거티브만 남았다. 한마디로 “저질”(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이 됐다. 이래도 되는 때인가. 건국 이후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자녀 세대가 못사는 나라가 될 위기다. 정치·경제·사회 여러 방면에서 새로운 대안을 내놓고 경쟁하지는 못할망정 누가 비방을 더 잘하나 경쟁하고 있는 꼴이다.
모두 한 발 뒤로 물러나 역지사지해야 한다. 정당은 물론 대선주자들도 해명할 건 해명하고, 비전은 비전대로 내놓아야 한다. 어쩌면 대선주자들의 국정철학 빈곤을 네거티브가 채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지지자들도 자제시켜야 한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런 모습일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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