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동아일보

"中, 워싱턴에 늑대전사를 보냈다".. '독설 외교 원조' 친강, 주미대사 부임

이은택 기자 입력 2021. 07. 30. 03:02 수정 2021. 07. 30. 03:51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30년 외교관.. 美근무 경험은 없어, 민감한 질문 거칠게 응수 '싸움꾼'
시진핑 "그렇게 일하면 언제 쉬나" 2016년 공개석상서 애정 드러내기도
NYT "中, 對美 공세 수위 올릴 듯"
친 "밝은 길 있겠지만 곡절 깊을 것"
“중국이 워싱턴에 늑대 전사(Wolf Warrior)를 보냈다.”(워싱턴뉴스데이)

‘늑대처럼 싸운다’는 중국 전랑(戰狼)외교의 원조 격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총애를 받는 친강(秦剛·55·사진) 신임 미국 주재 중국대사가 28일 워싱턴에 도착했다. 미중 관계가 갈수록 격화하는 와중에 대미 초강경파로 불리는 인물이 대사로 오자 미국 언론은 “시 주석이 근육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친 대사는 미국에 도착한 당일 기자회견에서 “중미 관계의 대문은 이미 열렸고 앞으로도 닫힐 수 없다고 믿는다”며 “많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거대한 기회와 잠재력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외교의 전설’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971년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한 일화도 언급했다. 친 대사는 “50년 전 키신저 박사는 비밀리에 중국의 대문을 두드려 열었다. 50년이 지난 오늘 나는 제11대 주미 중국대사로서 공개적으로 정식 경로를 밟아 미국에 올 수 있었다.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톈진 출신인 친 대사는 중국 외교부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 외교관이지만 미국 근무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주재 공관에서 일한 경험은 영국에서의 11년이 전부다. 과거 주미 중국대사들이 모두 미국 근무 경험이 많은 ‘미국 전문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그는 베이징 국제관계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UPI통신 베이징 지국에서 뉴스 보조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이후 1988년 외교부에 들어갔고 2005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8년간 대변인을 지냈다. 같은 시기 정보국 부국장, 국장도 겸임했다. ‘중국의 입’ 역할을 하면서 핵심 정보까지 총괄하는 직책을 맡았었다.

친 대사는 외교부 대변인 시절 홍콩 민주화 시위나 티베트 인권 등과 관련된 민감한 질문을 받으면 철저히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며 거칠게 대답해 ‘싸움꾼’으로 불렸다. 그는 기자들에게 “망상에 근거해 보도하지 말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스타일 때문에 외교 공무원인데도 중국 국민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았다. ‘독설가’로 불리는 자오리젠, ‘붉은 전랑’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화춘잉 등 현 외교부 대변인들도 친 대사에 비하면 점잖은 편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외교부 후임 대변인들의 성향과 관련해 미국 공영라디오 NPR는 “친 대사의 유산(Qin‘s legacy)”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친 대사는 말싸움을 자주 했고 민감한 질문에는 냉소나 조롱으로 답했다”고 평가했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에 있는 보잉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 외교부 의전국장이었던 친강 주미 중국대사(왼쪽)가 시 주석 뒤에 앉아 수행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시 주석은 친 대사에 대한 총애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2016년 중국 항저우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의전국장이었던 친 대사는 시 주석의 회의와 일정을 챙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공개 석상에서 친 대사에게 “그렇게 일하면 언제 쉬느냐”며 농담을 겸한 칭찬을 했다. 2년 뒤인 2018년 친 대사는 최연소(당시 52세)로 외교부 2인자인 부부장에 올랐다.

친 대사의 전임자였던 추이톈카이(崔天凱·69) 전 주미대사는 온화한 성품으로 중국 외교가의 ‘비둘기파’로 꼽혔다. 대사가 온건파에서 강경파로 바뀐 만큼 미중 갈등이 더욱 격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향해 전방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과 함께 중국의 인권 문제를 압박하고 있고 한국 대만 등과는 중국의 기술 패권을 저지하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나섰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는 중이다. NYT는 친 대사 부임을 계기로 중국이 대미 공세 수위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라이언 해스 연구원은 “친 대사는 필요에 따라 주저 없이 상대(미국)를 화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 대사는 주미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을 통해 미국 내 중국인들에게 “앞으로 밝은 길이 있을 것인데 중간에 곡절이 깊을 것임을 잊지 말라”고 전했다. 미중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지만 진통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민의 행복을 위한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의 분투는 한계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친 대사가 임명된 시점을 감안하면 양국 관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26일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고, 사흘 뒤(29일) 한 달간 공석이던 주미대사 자리가 채워졌기 때문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