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값 잡는 법.. 美 "더 지어라" 대만 "투기단속" 싱가포르 "그냥 둬"

최규민 기자 2021. 7. 30.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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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은 나라마다 제각각
주요국 집값이 동반 급등하면서 각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27일 발표된 5월 전미(全美) 주택가격지수는 16.6% 올라 집계를 시작한 1987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주택 앞에 ‘판매 중(For Sale)’ 팻말이 세워져 있다. /AFP연합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펄펄 끓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 프랭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터키의 집값은 1년 전보다 무려 32% 올랐다. 이 외에도 뉴질랜드가 22.1%, 미국이 13.2% 오르는 등 두 자릿수 상승한 나라만 13국이다.

큰 틀에서 보면 집값이 오른 원인은 다들 비슷하다.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가계 저축이 늘면서 유동성이 넘쳐난다. 코로나로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서 신규 주택 공급은 줄었는데, 올 들어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주택 수요가 급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도 주택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집값이 너무 빠르게 오르면서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민심이 악화하자 나라마다 집값 잡기에 애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구체적 대응 방식은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미국 “공급 중심 정책으로 역사적 전환 중”

지난해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고 임대료나 주택 담보대출을 연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자 미국은 긴급 임대료 보조금으로 220억달러(약 25조원), 주택 소유자 보조금으로 100억달러(약 11조원)를 썼다. 그러나 집값이 상승하는 근본 원인은 공급 부족에 있다고 보고 서민용 주택 건설을 위해 총력전을 선언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아메리칸 잡 플랜’에는 저소득층용 주택을 짓는 건설업자에게 550억달러(약 63조원) 세제 혜택을 추가로 주고, 재개발 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저소득층용 임대주택 사업자와 투자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고, 공공 주택 재개발 사업에 400억달러(약 46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도 있다. 주차장 면적 규제처럼 신규 주택 건설이나 재개발을 가로막는 규제를 철폐하는 지방 정부에는 총 50억달러(약 5조7000억원)의 장려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전통적으로 미 연방정부는 주택 시장 문제를 중앙은행이나 지방정부 손에 맡겨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전통에서 벗어나 화끈한 공급 정책으로 중·저소득층용 주택 50만채를 포함해 200만채 이상을 건설 또는 보전할 계획이다. 월리 아데바요르 재무부 부장관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집 구하기 어려워지면 교육, 보건, 고용, 자산 불평등 같은 많은 문제가 야기된다”며 “공급 부족에 초점을 맞춰 미국 주택 정책의 역사를 바꿔나가겠다”고 했다.

최근 1년간 국가별 집값 상승률

◇뉴질랜드 “공공 주택 실패, 인프라 투자로 선회”

2011년 이후 10년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뉴질랜드는 2018년 대규모 공공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총선에서 승리한 6기 노동당 정부가 발표한 ‘키위빌드’ 프로젝트다. 무주택자에게 저가로 공공 주택을 공급하고 그 자금을 주택 개발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으로, 2018년부터 10년간 총 10만호를 공급한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부처 내 혼선과 까다로운 입주 조건 때문에 2019년 7월까지 짓겠다던 1000호 중 실제로는 300호만 건설됐다. 그나마 지은 집도 제대로 팔리지 않았다. 2020년 10월까지 완공된 집도 602채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뉴질랜드 정부는 10만호 건설 계획을 포기하고 예산을 무주택자 지원에 쓰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와 함께 민간 주택 공급을 장려하기 위해 신규 건축물에 부과되는 세금을 면제하고, 기초 인프라에 38억 뉴질랜드달러(약 3조원)를 투자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메건 우즈 주택장관은 “충분한 집이 건설되는 데 명백한 시장 실패가 있었으며, 특히 도로와 수도 같은 인프라 투자가 턱없이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이런 일련의 대책에도 뉴질랜드의 집값 상승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뉴질랜드 부동산협회가 발표한 6월 주택 매매 중위 가격은 82만 뉴질랜드달러(약 6억5837만원)로 전년 대비 29% 급등했다. 젠 베어드 부동산협회장은 “시장이 안정을 거부하고 있다”며 “우리가 안고 있는 공급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걸 숫자가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만 “투기 단속”, 싱가포르 “일단 지켜본다”

임금 수준에 비해 집값이 높은 축에 속하는 대만도 최근 들어 집값이 다시 뛰고 있다. 1분기 대만 주요 도시 6곳의 집값은 5.7% 상승해 6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구가 감소 중이고, 주택 10채 중 1채가 비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만의 집값 상승은 특이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그러자 대만 정부는 최근 투기 억제책 위주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미완공 아파트 매매를 제한하고, 다주택자·고가주택·법인의 주택 대출을 조이고, 법인을 활용한 부동산 탈세 단속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공공 주택 6만6000채를 신축한다는 공급 대책도 포함됐다.

반면 같은 아시아권인 싱가포르는 좀 더 신중한 입장이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중에도 부동산 가격이 1.6%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5.6% 올랐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이달 초 “현재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고는 보지 않지만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같은 대책 내는 나라 없어”

한국 정부가 2017년 이후 잇따라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한국의 매우 엄격한 부동산 대책들이 효과를 낸다면 집값이 오른 다른 국가들도 뒤를 따를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았다. 일부 국가나 도시들이 대출 규제 강화, 외국인 부동산 취득세 인상, 임대료 규제 등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한국처럼 취득세·양도세·보유세를 동시에 인상하거나 분양가를 통제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대부분 공급을 늘리기 위해 오히려 있던 규제까지 완화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처럼 주택 거래를 투기로 규정하고 과격한 대책을 만드는 나라는 정상적인 국가 중에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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