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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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론징벌법' 있으면 조국·울산·윤미향·유재수·이상직 비리 드러났겠나

조선일보 입력 2021. 07. 30. 03:26 수정 2021. 07. 30.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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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구속… 청와대 민정 '3인 회의' 당사자들 -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밤 서울동부지법은 "혐의 상당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1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권력 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조국(오른쪽)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박형철(왼쪽) 반부패비서관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지켜보는 모습.

민주당은 언론 5단체의 반대에도 징벌적 배상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을 8월 중 처리하겠다고 한다. 정권 비리의 취재 보도를 막는 반민주적 악법을 언론 개혁이란 허울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기자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는 “내가 기자라면 환영했을 것”이라고 했고,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의겸 의원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아무리 진영으로 갈라졌고, 정권 지지자들 표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언론인 출신들이 이럴 수가 있는가.

민주 국가에서 권력 비리의 대부분은 언론 보도로 드러난다. 미국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 게이트 사건이 대표적이다. 우리도 대통령 주변 권력 비리 상당수는 언론 보도로 진상이 드러나곤 했다. 검찰·경찰 수사는 언론 보도를 뒤따라가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 펀드, 가족 학원 비리 등은 모두 언론의 취재와 보도를 통해 진상이 밝혀졌다. 언론이 없었다면 조씨의 파렴치와 내로남불은 그대로 묻혔을 것이다. 이 정권은 조씨의 내로남불을 밝혀낸 언론의 입을 봉쇄하려는 것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리는 청와대 전 특감반원의 폭로를 언론이 취재·보도하면서 터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청와대와 부처가 모두 나서서 야당 후보를 수사하고 공약 지원을 해주는 중대 선거 범죄가 드러났다. 대통령을 ‘재인이형’이라 부른 측근 한 명의 비리를 덮으려고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구명에 나선 사실도 밝혀졌다.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해 자기 배를 불리고 보조금을 엉터리 사용한 윤미향 의원 사건도 언론 보도에서 시작됐다. 김홍걸 의원의 4주택 보유와 강남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딸의 해외 이주를 도운 덕에 여당 공천을 받고 범죄 수사도 피해온 이상직 의원의 각종 비리 혐의가 드러나고 처벌된 것도 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이 언론징벌법은 바로 이상직 의원이 주도한 법이다. 왜 그랬겠나. 이 법이 있었다면 정권의 각종 중대 비리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법은 기준 자체가 애매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을 물리고, 피해액을 언론사 매출액의 10000분의 1 이상으로 한다는 하한선까지 뒀다.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해석으로 언론에 소송을 걸어 입을 막고 미리 겁을 주려는 목적이다. 더구나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입증 책임까지 언론이 져야 한다. 미국에선 고의·악의 여부를 그렇게 주장하는 측이 입증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권력 비리를 파헤칠 수 있겠나.

조국씨는 작년 언론사와 기자 등을 고소하면서 “따박따박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상직 의원도 “언론중재법은 가짜 뉴스와 싸울 수 있는 보호 장치”라고 했다. 언론징벌법이 있었다면 이들은 지금도 활개를 치고 징벌적 배상 소송에 휘말린 많은 언론사와 기자는 위축됐을 것이다. 이 정권이 노리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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