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3등은 탈락, 5등은 합격..고3 학생은 세상을 등졌다

배규민 기자 2021. 7.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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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0OO 최종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A군은 지난 26일 그렇게 원했던 공무원 합격 사실을 알고 누구보다 기뻐하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그는 다음 날 극단적 선택을 한 후 세상을 떠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종합격' 한 시간만에 '불합격'…"행정적 실수" 해명
올해 고등학교 3학년생인 A군(19)은 지난달 6일 부산광역시교육청이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건축직 9급에 응시했다. 필기 시험에 합격한 후 면접까지 치룬 그는 지난 26일 최종 합격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합격을 알렸던 화면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불합격으로 바뀌었다. 부산시교육청으로부터는 "행정적인 실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본인이 왜 불합격으로 바뀌었는지 알아야했던 A군은 그 과정에서 더 큰 좌절을 느끼고 많이 힘들어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부산시교육청은 필기시험에서 총 5명을 선발해 면접을 진행한 뒤 3명을 최종 합격시켰다. A군은 필기시험에서 3등을 했고 면접도 나쁘지 않게 봤다.

하지만 필기 시험에서 5등을 한 B군이 총 세 명 중 두 명의 면접관으로부터 모든 항목에서 '상'을 받아 '우수'로 선정되면서 필기 시험 결과와 상관없이 최종 합격했고 A군은 떨어졌다.

갑자기 바뀐 결과와 모호한 면접체계에 낙담…"면접에서 우수 받으면 필기 시험 상관없이 합격"
3명의 면접관이 평가한 항목은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 △전문지식과 그 응용능력 △의사 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 품행 및 성실성 △창의력 의지력 및 발전 가능성 등 다섯가지다.

A군은 10분 정도 진행된 면접으로 결과가 뒤집힌 것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필기 점수가 더 낮은 B군은 같은 반 학생이기도 하다.

면접 평가는 '우수', '보통', '미흡'으로 분류된다.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따르면 '우수'를 받으면 필기시험과 상관 없이 최종 합격된다. 만약 면접에서 '보통'을 받으면 우수 등급을 받은 응시자의 인원까지 포함해 필기시험 성적순으로 선발한다. 또 면접에서 '미흡'을 받으면 필기시험과 관계없이 불합격된다.

A군은 면접에서 '보통'을 받았고 필기시험에서는 3등을 했다. B군이 면접에서 '우수'를 받아 합격했기 때문에 총 3명을 뽑는 최종 합격에서 필기 시험 3등인 A군은 떨어지게 된 것이다.

유족측은 "A군이 합격에서 불합격으로 갑작스럽게 바뀐 결과와 모호한 면접 성적 처리에 많이 답답해했다"고 했다. 게다가 담당 임용책임자로부터 "다음 시험은 잘 쳐라"는 말을 듣고 더 좌절했다고 했다.

다른 그 어떤 직업보다도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던 A군은 부실한 면접체계에 큰 실망과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고등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3년 내내 반장을 하면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그는 "시험을 아무리 잘쳐도 어차피 면접에서 안 될 거다"라며 상심했다고 했다.

A군은 지난 27일 오후 가족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가족들이 발견해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합격에서 불합격으로 바뀐 것을 안 바로 다음 날이다.

"도대체 1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달라" 유족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유족측은 지난 28일 '부산광역시교육청 불성실한 대응과 공무원채용 과정 속 부실한 면접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보합니다'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은 1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지난 29일 공개로 전환됐다.

A군의 사촌 누나인 청원인은 "합격 창이 불합격 창으로 바뀐 1시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반드시 알고 싶다"고 했다.

또 "10분간 진행되었던 면접에 대한 정확한 감사와 해명을 요청한다"며 "5개의 면접 평가 항목과 합격자·불합격자를 결정하는 정확한 인과관계를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면접에서 우수를 받게 되면 무조건 합격이 되는 법 역시 개정이 되어야 한다"며 "필기시험과 면접 점수를 합한 것으로 최종합격이 되는 것이 아니라 면접에서 우수만 받으면 필기 점수와 상관없이 특혜를 받게 되는 현실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족측은 부산시교육청을 대상으로 고소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유족은 "다른 응시생들한테도 일괄적으로 불합격 문자를 잘못 보냈냐고 물어보았으나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안타까운 일이 생긴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6일 오전 10시에 부산교육청 홈피에지에 최종 합격자 공고를 했지만 필기시험 성적 열람 사이트에서 10시부터 10분 동안 성적열람자 모두에게 '최종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안내됐다고 해명했다. 이후 조치를 거쳐 오전 10시53분부터는 정상적으로 안내가 됐다는 설명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29일 특성화고 고고생의 부산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탈락 후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석준 교육감은 불합격자에게도 '합격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뜨게 된 경위 파악과 시험 전반에 대한 특별 감사를 지시했다. 김 교육감은 "귀한 자녀를 잃은 부모님과 유족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과 관련자 엄중문책은 물론 제도개선책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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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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