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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상위 20%다

김유진 입력 2021. 07.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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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에 대한 해묵은 논란 해결해야

[김유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가입자 간 형평성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기준이 발표됐다. 소득 하위 약 80%에 국민지원금이 지급된다고 한다. 기준은 '6월 건강보험료'다. 그렇다면 건강보험료는 공정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을까? 국민지원금 기준이 발표된 뒤 인터넷에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들의 댓글을 종종 볼 수 있다.

누구보다 공감이 간다. 나도 '지역가입자'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기준에 의하면 '나는 대한민국 상위 20%'다. 소득세 3.3%를 제외하고 받는 월 소득은 약 240만 원, 4대 보험 미가입에 퇴직금도 없다.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을 내면 실수령액은 약 200만 원이다.

자동차도 없고, 예금은커녕 빚만 가득하다. 가진 거라고는 대출 잔뜩 끼고 산 실거주 목적의 방 한 칸짜리 아파트가 전부다. 특수고용직으로 계약서 없이 일하며, 언제 잘릴지 모른다. 이런 내가 대한민국 상위 20%였다니... 기뻐해야 하는 걸까?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불만이 흘러나오는 이유는 건강보험 부과 기준의 모순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뉘는데 그 비율은 약 7:3정도 된다. 내가 지역가입자라는 사실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불공정하다는 걸 알게 된 건 2014년이다.

당시 처음으로 받은 건강보험료 통지서의 납부액은 월 7만 6250원이었다. 납부 기준이 되는 연도의 소득은 연 500만 원으로 월 45만 원꼴이었다. 월 소득의 약 15%를 건강보험료로 내야 한다니, 많아도 너무 많았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돌아온 답변은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에도 나이, 성별, 재산 등이 건강보험료 부과점수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를 평가 소득 제도라고 부른다. 직장가입자는 월 소득에서 정해진 비율만 건강보험료로 내면 된다.

그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형평성에 대해 이의 제기를 했다. 하지만 미미한 변화만 있을 뿐 지역가입자의 평가 소득 제도는 그대로 살아있다. 2020년 11월, 건강보험료가 3배 올랐다. 1인 가구인 나의 건강보험료는 월 23만 7394원. 이유는 실거주 목적으로 방 한 칸 있는 아파트를 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없어 월 급여가 없는 날도 많았지만, 소득 외에 평가 소득에 보험료가 부과되는 이상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실거주 목적의 집 한 채라는 건 어찌 보면 배부른 투정인 걸까? 사실 재산이 450만 원 이상만 되면 평가 소득 점수는 어김없이 부여된다.

불공정한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이 얼마나 다르며 불공정한지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직장가입자는 자신이 번 월 소득에 비례해 건강보험료를 내면 되고, 2021년 현 부과 기준은 월 소득의 6.86%다. 그리고 납부액의 50%는 직장에서 부담한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월 소득에 정해진 비율이 없다. 연 소득 100만 원 초과부터 11억 4000만 원 초과까지 총 97등급에 달하는 소득 등급이 있고, 등급마다 점수가 있다. 그 점수에 곱하기 201.5원(2021년 기준)을 하면 건강보험료 월 납부액이 정해진다. 여러 세금을 제외하고 순수 월 소득만으로 예를 들어보자.
 
* 월 소득 200만 원, 재산 없음
 
지역가입자 : 연 소득 2400만 원 / 30등급 866점 : 866 × 201.5원 = 17만 4499원
 
직장가입자 : 연 소득 2400만 원 / 200만 원 × 0.0686 = 13만 7200원
(직장에서 50% 부담하므로 실제 납부액은 6만 8600원)
 
간단하게 소득으로만 계산해도 지역가입자가 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서 썼듯이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에 '평가 소득' 제도가 적용된다. 즉, 지역가입자의 재산과 자동차에도 보험료가 부과된다.
재산에는 토지, 건축물, 주택, 선박, 항공기, 전·월세가 포함되는데 450만 원부터 점수가 부과되며 총 60등급으로 나뉜다. 자동차의 경우 11등급이며 배기량, 자동차의 가격, 사용 연수 등이 고려된다. 아무리 쉽게 풀어 설명하려고 해도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다.
 
* 지역가입자 - 재산이 없을 경우
부과요소별 부과점수(소득) × 부과점수당 금액(201.5원)
 
* 지역가입자 - 자동차와 재산이 있을 경우
부과요소별 부과점수(소득+재산(전·월세 포함)+자동차) × 부과점수당 금액(201.5원)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매해 11월 재산정되며 이 기준은 지난해 종합소득세 신고가 기준이 된다. 따라서 현재 2021년 6월 내는 건강보험료는 2019년 종합소득세를 근거로 한다. 그 때문에 현재 소득이 없더라도 지난해, 지지난해 소득이 높았다면 높은 비율의 건강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모순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해묵은 논리
 
▲ 건강보험 부과체계개편에 대한 공단의 입장 부과체계 개편은 거북이처럼 느리게 가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지역가입자들은 불공정한 건강보험료를 지금 이 순간에도 납부하고 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의 '평가 소득'은 최근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처음 문제의식을 느낀 이후,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일이 있었다. 2014년 2월, 질병이 있어 생계 활동을 할 수 없던 송파 세 모녀는 지역가입자로 월 5만 원가량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했다. 같은 해 11월 퇴임한 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자신과 송파 세 모녀를 비교하며 '지역가입자 평가 소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제가 퇴직 후 건강보험료를 계산해 보면서 알게 된 것은 "퇴직하고 나면 나는 피부양자가 되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될 것이다. 만약 지역가입자였다면 20만 원가량을 내야 했다"는 것입니다. 직장이 없던 세 모녀는 지역가입자였고, 성·나이 및 전·월세를 기준으로 산정된 보험료로 매달 5만 140원을 내야 했습니다. 반면, 수천만 원의 연금 소득과 5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전직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인 저는 직장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됩니다.
- 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전 이사장의 2016년 블로그 글 중 일부
 
즉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면 연금 소득과 재산에 평가 소득이 부여되기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많이 내야 된다는 것이다. 그가 문제를 제기한 지도 벌써 6년 전이며, 그 사이 없어진 건 2018년 7월 보험료 부과체계가 개편되면서 성별과 나이에 평가 소득이 부여되지 않는다는 정도다. 물론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되는 기준에 변동이 있고 완화된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재산과 자동차에 평가 소득이 있다'는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다.

2016년 민주당의 주도로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이 추진되다 무산된 바 있다.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건강보험공단의 '지역가입자는 소득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는 진실일까? 요즘은 포장마차나 길거리 음식점에서도 대부분 카드를 사용한다. 특수고용노동자도 소득세를 제외하고 급여를 받는다. 어렵고 힘든 것을 해결하는 몫은 정부에 있다. 어렵다는 이유로 그 피해를 일반 국민이 받아서는 안된다.

목소리가 작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쉽게 외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목소리가 작다고 해서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이 어려우므로 어쩔 수 없다'라는 해묵은 논리는 처음 불합리성을 제기한 2014년부터 지금까지 8년째 현재진행형이다.

덧붙이는 글 | 건강보험료 외에 장기요양보험료를 내는데, 이는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동일하다. 부과된 건강보험료에 11.52%를 내면 된다. 1인 가구는 특례가 적용된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도 해당되는지는 담당 부서에 확인 전화를 해봐야 알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기준으로 국민지원금을 나눈 건 윗사람들(?)이지만 화난 사람들의 항의와 문의 전화를 받아야 하는 건 힘없는 하위직 공무원들과 비정규직 상담사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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