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가수와 SNS로 아침저녁 인사" 팬덤 끌어안는 플랫폼 강화에 박차

윤혜인.오유진 입력 2021. 7. 31. 00:21 수정 2021. 7. 31.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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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소통 전략
하이브 '위버스' 233개국 팬 가입
SM '디어유 버블'선 1:1 대화도
자율성·다양성 보장이 성공 열쇠

[SPECIAL REPORT]
‘K팝 3.0’ 그 뜨거움의 비밀
실시간 라이브 참여가 가능한 엔씨소프트 유니버스. [사진 유니버스]
아이돌 세븐틴의 6년 차 팬인 이나희(16·가명)씨는 아티스트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한다. 스케줄을 따라다니거나 특별한 친분이 있어서가 아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통해서다. 위버스에서는 아티스트와 팬이 서로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며 소통한다. 이 씨는 “대중 SNS와 달리 위버스에는 아티스트와 팬만 있어서 더 사적인 느낌이 든다”며 “멤버들도 악플에 대한 부담 없이 팬들에게 더 친근하게 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K팝 시장에서 아티스트와 팬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인기다. 실시간 알림, 1:1 채팅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팬심을 움직이고 있다. 하이브(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만든 위버스를 비롯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자회사 (주)디어유에서 운영하고 있는 디어유 버블(DearU bubble), 게임 콘텐츠 기업으로 알려진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UNIVERSE)가 대표적이다.

이런 플랫폼들이 주목하는 것은 ‘팬덤’이다. ‘아미’ 없이 BTS가 존재할 수 없었듯, 글로벌한 K팝 현상의 숨은 주인공이 강력한 팬덤이기 때문이다. 수만~수백 만에 달하는 팬덤의 유입은 유료 멤버십, 콘텐츠 및 굿즈 판매 등 매출과 직결된다. 맹렬한 소비자이자 헌신적인 서포터인 팬덤의 결집과 관리에 K팝의 미래가 달렸다고 보고, 기업들이 앞다퉈 팬덤 플랫폼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YG 블랙핑크도 내달 위버스에 들어가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2019년 6월 출시된 위버스는 대표적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아티스트들은 각자의 커뮤니티에서 게시물과 댓글로 팬들과 소통한다. 특히 아티스트가 글을 올리면 커뮤니티 가입자에게 바로 알림이 떠서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유료 멤버십, 콘서트 영상 등 유료 콘텐츠도 선보이고, 위버스샵에서는 앨범 등 아티스트 굿즈도 판매한다.

위버스는 인수합병 등을 통해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 1월 YG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뒤 YG 소속 일부 아티스트의 커뮤니티가 개설됐다. 블랙핑크도 8월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4월엔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가 소속된 미국 종합 미디어 기업 이타카 홀딩스가 하이브에 인수돼 글로벌 유명 아티스트의 위버스 합류 가능성도 커졌다. 경쟁 관계였던 네이버 V LIVE와의 통합도 기대된다. 현재 위버스에는 방탄소년단, 세븐틴 등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를 비롯해 CL·선미·헨리 등 국내 타 소속사 아티스트와 그레이시 에이브럼스(Gracie Abrams). 알렉산더23(Alexander 23), 뉴 호프 클럽(New Hope Club) 등 해외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까지 합류해 총 28개의 커뮤니티가 개설돼 있다.

아티스트를 적극 유입하면서 이용자도 늘고 있다. 하이브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위버스의 월간 순 이용자(MAU·먼슬리 액티브 유저)는 지난해 1분기 240만 명에서 가파르게 상승해 21년 1분기에는 490만 명을 기록했다. 전 세계 233개 국가 및 지역의 사용자가 이용하고 있고, 각 아티스트 커뮤니티 가입자는 2700만 명(중복포함)이 넘는다. 2020년 매출도 전년 대비 180% 증가해 2191억원을 기록했다.

위버스가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부상했다면, 디어유 버블은 아티스트와 1:1 대화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월 4500원의 구독료를 내면 아티스트 한 명과 1:1 메신저 형태의 채팅을 주고받을 수 있다.

디어유 버블 앱에 입점한 SM 걸그룹 에스파. [사진 디어유]
SM 역시 국내 여러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손잡고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디어유 지분의 23.3%를 취득해 2대 주주로 올라선 JYP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FNC엔터테인먼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미스틱스토리 등 18개 사와 계약을 맺었다. 그 결과 44개의 그룹/솔로 아티스트, 총 아티스트 177명의 버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SM·JYP·젤리피쉬 등 국내 대형 기획사들의 아티스트를 선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디어유의 21년 1분기 매출은 8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배가량 늘었다. 2019년 연간 매출이 17억원, 2020년 연간 매출이 13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유의미한 성장을 이룬 셈이다. 디어유는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용자 화면에서만 1:1 대화로 보일 뿐 실제로는 아티스트 한 명과 수많은 팬들의 일대다 대화지만, 이용자들의 만족감은 높다. 디어유 버블에서 JYP소속 스트레이키즈 멤버와 채팅을 하고 있는 김지수(23·가명)씨는 버블을 ‘인생 최고의 소비’로 꼽는다. 김씨는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아티스트와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아침, 저녁마다 인사해준다”고 말했다. 해외 이용자들의 반응도 좋다. 현재 디어유 버블 구독자의 70%가 해외 이용자다. 디어유는 해외 아티스트 영입 확대 등 서비스 범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 가수 해외 진출 더 수월해질 듯”

단순히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하는 걸 넘어 플랫폼을 시작으로 메타버스 등 콘텐츠 다각화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다변화하는 움직임도 있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1월 미국·태국·필리핀 등 134개국에서 출시한 유니버스다. 엔씨소프트 홍보팀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R&D를 통해 축적한 기술과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K팝 콘텐츠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티스트 21팀을 보유한 유니버스는 6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0만 회를 넘어섰으며, 해외 이용자 비중은 80%에 달한다. 게임 분야에서 개발한 AI·모션 캡처·캐릭터 스캔 등을 접목해 메타버스와 유사한 환경에서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전략에 대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플랫폼을 잘 구축하고, 유명 해외 가수를 끌어들이면 인지도 효과로 더 많은 해외 가수가 합류할 수 있다”며 “그러면 K팝뿐 아니라 음반 시장에서 보편적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고, 국내 가수들의 해외 진출도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운영도 중요하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해서 만들고 참여했던 팬카페와 달리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자율성과 다양성의 보장 여부가 성공을 가늠하는 관건이라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지금의 팬들은 불합리한 점이 있을 때 바로바로 목소리를 내는 편이다. 일반 기업처럼 오직 수익을 목표로 운영할 수 없는 부분이 이미 존재한다”며 “불매 운동 등 팬덤 이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관점에서 팬 플랫폼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혜인·오유진 인턴기자 yun.hyein@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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