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지지율은 어디로 갔을까

신범수 2021. 7.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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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선언 직전 지지율 정점 찍고 하락세, 반사이익은 누구에게 갔나
노년층·TK·野지지자에 기반한 지지율, 그들은 정권교체를 바랬는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는 사람들은 7월 말 현재 24% 정도 됩니다. 한창때와 비교해 10% 포인트 정도 빠진 겁니다.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과 실시하는 정기 여론조사 결과인데, 다른 조사와 수치는 다를 수 있어도 추세는 비슷합니다. 지난 일곱번의 본지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어디서 왜 빠진 건지 분석해봤습니다.

질문은 단순합니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이제 누구를 지지하게 됐을까 그리고 대체 어떤 사람들이 지지를 철회했고 누구는 그렇지 않았을까. 두 번째 질문도 단순합니다. 그들은 왜 윤석열 지지를 철회하게 된 것일까. 첫 질문에는 숫자로, 두 번째 질문에는 정치적 판단으로 대답해보려 합니다.

분석 대상은 본지가 의뢰해 실시한 4월4주, 5월3주, 5월5주, 6월2주, 6월4주, 7월2주, 7월4주 등 총 7개 조사 결과입니다. 설문 항목은 거론되는 대선후보 12명을 불러주고 지지 후보를 고르게 한 것입니다. 아래 표는 각 조사 때 윤 전 총장이 받은 지지율입니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은 그가 검찰총장에서 그만둔 직후인 3~4월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이후 5, 6월은 대체로 큰 변화 없이 1위 자리를 지킵니다. 지지율에 큰 변동이 생긴 건 6월 29일 정치참여 선언 이후입니다. 위 표에서 보듯 조사할 때마다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과연 대선에 나올 것이냐 아니냐 하는 기대감, 즉 증권가에서 말하는 '호재'가 정치선언 후 소멸된 효과일 수 있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 이후 대변인 사퇴나 가족 논란 등 부정적 요인이 영향을 줬을 수도 있겠습니다.

잘 알려진대로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텃밭은 크게 보면 ①60대 이상 고령층 ②대구경북(TK)과 충청 ③국민의힘 지지자 ④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집단, 즉 정권교체를 원하는 시민들입니다. 이제 우리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 이들 '텃밭'의 표심이 변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텃밭에 있지 않던 약한 지지세가 '더 약해진' 때문인지 등을 알아볼 것입니다. 아래는 60, 70대 연령층의 윤 전 총장 지지율 추이입니다.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직후인 4월, 60대 이상 연령층의 절반이 그를 지지했었습니다. 거의 압도적 지지세라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조사에서 다른 연령대는 24%(18~29세), 높아야 35%(50대)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6.29 선언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입니다. 이것은 60,70대만의 현상일까요 아니면 전 연령대에서 비슷하게 나타난 현상일까요. 다음 표는 첫 조사와 마지막 조사의 지지율 변동치를 연령대 별로 비교해본 것입니다.

전 연령대에서 하락세가 분명하지만, 표에서 보듯 윤 전 총장의 텃밭인 60,70대 지지율 감소가 상당히 컸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이 잃은 60대 표심 13.0% 포인트와 70대의 12.8% 포인트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 갔습니다. 국민의힘에 입당해 윤 전 총장과 동일한 '야권 후보'가 된 최 전 원장은 첫 조사 때 설문 문항에 없었으나 마지막 조사에서 60대 6.5%, 70대 8.7%를 얻습니다. 최 전 원장 외 수혜를 본 인물은 또 다른 야권 후보가 아닌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라는 건 흥미롭습니다. 이 전 대표 60대 지지율은 9.1%에서 14.7%로 5.6% 포인트 증가했고, 70대에선 4.2%에서 11.5%로 7.3% 포인트 늘었습니다. 이 전 대표의 전반적인 지지율 상승세가 이 연령대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윤 전 총장에게서 빠진 지지율이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의원에게 가지는 않았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율 변동도 60대에선 -0.3% 포인트였는데 70대에서는 +6.2% 포인트로 특정한 추세를 도출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윤 전 총장 지지를 철회한 60,70대의 지지율이 그대로 최재형 혹은 이낙연으로 이동했는지 아닌지는 과학적, 통계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아닙니다. 같은 기간 누군가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누군가 올랐으니 그랬을 것이라 단순 추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점에서,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만으로는 이 정도 수준의 분석만 가능합니다. 보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 가중치를 적용해 메타분석한 결과를 내놓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연령대별 응답자가 100~200여 명 수준으로, 우연에 의한 지지율 변동폭이 클 수 있다는 점도 이 분석의 한계입니다.

소결① 윤석열을 지지하던 60대 이상 고령층 => 상당수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으로 지지 후보를 바꿨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도 많이 옮겨갔다. 70대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로 지지를 바꾼 사람도 꽤 된다.

다음은 지역별 지지율 변화를 보겠습니다. 윤 전 총장의 지역 기반은 TK와 충청으로 알려져 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TK 강세는 분명하나 사실 지역별로 고른 지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4월까지만 해도.

거의 전 지역에서 지지율 하락이 눈에 띕니다. 워낙 지지세가 약한 전라 지역에선 큰 변화가 없고요. 애초 윤 전 총장의 지역 기반이라 알려진 충청에서도 사실 처음부터 지지율이 그리 높지 않았고, 최근 들어선 그마저도 크게 하락했네요. 반면 유일하게 TK 지역에서만 지지율이 상승했습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TK 주민들은 그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았다는 것이겠죠. 이를 두고 대표적 TK 정치인 홍준표 의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TK는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어느 곳보다 강한 곳이다. 정권교체가 가능한 인물이라 여기면 지지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는 판단이 들면 썰물처럼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이를 기초로 본다면 TK 주민들은 여전히 윤석열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TK 주민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서도 5.1% 지지율을 보내고 있습니다(7월4주차 조사). 정권교체 가능성을 두 사람으로 분산시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이 토해낸 지지율도 없는데 최 전 원장은 어디서 지지율 5.1%를 모은 것일까요. TK 주민은 윤석열과 최재형을 동시에 지지하느라 이재명(-2.4%p), 홍준표(-3.9%p), 안철수(-2.7%p), 정세균(-3.4%p)에게 보냈던 '작은' 지지율을 끌어모아주셨습니다.

소결② TK와 충청 표심 = 윤석열 전 총장은 TK에서 지지율을 잃지 않았다. 충청은 원래 지지세가 강하지 않았고 그마저도 대폭 하락해 전라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 꼴찌 지지율을 보인다. TK에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한 지지율도 상승세다. 향후 두 사람의 TK 지지율 뺏고 빼앗기가 예상된다.

세 번째와 네 번째로 답해볼 질문은 국민의힘 지지자와 문재인 대통령 비지지자들의 윤 전 총장에 대한 표심 변화 여부입니다.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의 기대주라는 측면에서, 사실상 상당수가 겹칠 두 집단의 지지율이 중요한 건 당연할 것입니다. 다음 표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후보 3명의 지지율 변화 추이입니다.

윤 전 총장이 TK에서 지지율을 잃지 않았지만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선 인기가 많이 떨어진 게 분명하네요. 이제 국민의힘 지지자 중 절반만 그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10명 중 1명은 홍준표 의원을, 1명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지지합니다. 윤 전 총장이 내준 18% 포인트 넘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표심은 대부분 최 전 원장에게로 이동했고, 나머지는 모든 후보들에게 조금씩 분산 이전됐습니다. 감사원장을 그만두고 일찌감치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 전 원장과 달리 윤 전 총장은 여전히 당 외곽을 맴돌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30일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해 입당 결심을 공식화 한 만큼, 그로 인한 지지율 변화 추이를 다시 관찰해야겠습니다.

위 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지지한 대선 후보들입니다. 윤 전 총장이 현 정부와 각을 세운 대표적 인물이란 점에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에게 정권교체를 기대하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4월만 해도 대통령 비지지자 절반 이상이 윤 전 총장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다소 적어졌습니다. 대신 최 전 원장에게 정권교체를 기대하는 여론이 강해진 것이죠. 대통령 비지지자는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도 꽤 지지했고, 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11% 넘게 지지했었습니다. 이들의 지지율은 4월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소결③ 국민의힘 지지자, 문재인 대통령 비지지자 = 두 집단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기대감이 최근 들어 상당히 약해졌다. 요인은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국민의힘 입당에 주저했던 모습, 본인과 가족 관련 의혹 부각, 정치 참여 선언 이후 행보에 대한 실망감 등이 있을 것이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두 집단 소속 유권자들은 그 대안으로 최 전 원장에게 눈길을 보내고 있다. 최 전 원장 등장이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는지', 혹은 최 전 원장이 단순 '어부지리'로 뜬 것인지,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한 것인지는 구분하기 어렵다.

윤 전 총장 캠프는 본지 여론조사뿐 아니라 다른 많은 조사 결과를 분석해 위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결론을 이미 도출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TK를 본진 삼아 충청이나 수도권, 부울경 등 지역에 앞으로 더 많은 공을 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튼튼한 지지기반이었던 60,70대 노년층 마음을 어떻게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고민이 클 것입니다. 앞으로 윤 전 총장 정치 행보를 관찰해보면 이런 상황인식에 기반한 움직임이 많이 나올 것이라 예상됩니다. 국민의힘 지지자, 대통령 비지지자들에게는 '윤석열이 돼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더 강하게 내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즉 문 대통령과 현 정권과의 대립각을 더 뾰족하게 세울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7월 하순 '쥴리 벽화' 논란이 있었고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결심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본지의 다음번 여론조사는 8월 7~8일 진행됩니다. 윤 전 총장이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지, 최 전 원장으로의 지지율 이전이 가속화될지, 해당 조사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입니다. 8월 1주차 여론조사 결과는 내달 10일 보도됩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

윤석열과 최재형의 지지율 추이

정권교체를 원하는 시민들 입장에서 사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상호 대체제 관계입니다. 아직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중요한 것은 추이입니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과 최 전 원장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의 상관관계는 아래 표로 대충 가늠할 수 있습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0% = 조사 설문항목에 없음.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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