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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이 된 文의 '양념' 발언..문자폭탄이 되레 與 뒤흔든다

윤석만 입력 2021. 07. 31. 06:01 수정 2021. 07. 3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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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여당의 윤호중 원내대표가 문자폭탄에 시달렸습니다. 대표적인 친문 사이트에선 ‘정치사기꾼 윤호중’이란 글이 잇따라 올라왔고요. 송영길 대표도 마찬가집니다. 하루에 몇 천 통씩 비난 문자와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SNS에서 문자폭탄의 고통을 호소했고요.
그동안 문자폭탄은 주로 반대파를 공격할 때 쓰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여당 지도부와 대권 후보를 향해 폭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여당이 법사위를 야당에 넘기기로 한 것입니다. 파행된 국회 원 구성을 바로 잡자는 취지죠. 법사위는 일종의 게이트키핑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갈등이 첨예합니다.
여당이 임대차 3법을 강행할 때도 법사위가 야당을 패싱하지 않았다면 본회의에 못 갔을 겁니다. 다수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선 법사위가 필수란 얘깁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법사위는 야당 몫이었습니다. 작년에 21대 상임위를 여당이 독식하면서 전통이 깨진 겁니다. 입법 독주, 다수결의 횡포란 비판이 나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여당의 자업자득”
여당 지도부를 향한 문자폭탄은 강성 친문들이 주로 보는 유튜브 채널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습니다. 여기서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의 전화번호가 공개됐습니다. “법사위를 넘겨준 것은 대선 포기 선언이냐”면서 말이죠. 일부에선 윤호중 원내대표를 역적이라 부르고, 합의를 반대한 국회의원은 의인이라 불렀습니다.
이재명 지사도 문자폭탄의 고통을 호소합니다. 지난 주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새벽부터 전화벨에 문자메시지가 쏟아져 도저히 업무를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카톡방 선동해 문자폭탄 보내고 업무방해, 수면방해를 하면 하던 일도 못 한다”고 말했죠.
여당을 향한 문자폭탄이 계속되자 진중권 교수는 “자업자득이다, 지지자들 세뇌를 시켜놨으니 재미는 다 봤고 이제 비용을 치를 차례”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말한 이유는 문자폭탄이 ‘양념’에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2017년 4월 민주당 대통령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비난 문자를 민주주의의 양념 같은 것이라며 옹호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였던 박영선 당시 의원은 “국정원 댓글부대와 동일선”이라고 했습니다. 현 국정원장인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대표는 “문재인 캠프는 문자폭탄 만드는 양념공장, 문재인은 공장 사장”이라고 했죠. 이후 맹목적 지지는 더욱 굳어졌고, ‘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 ‘문프께 모든 권한을 양도했다’와 같은 상태로 심해졌습니다.


“문빠는 환자다”
일각에선 “문빠는 환자다 치료가 필요하다”(서민 단국대 교수)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 역시 댓글테러의 대상이 됐습니다. 지난 4년 동안 문자폭탄은 양념이 아닌 흉기가 돼버렸죠. 대통령이 뒤늦게 “예의와 설득력을 갖춰 달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지만, 멈추는 건 역부족이었습니다.
댓글테러와 문자폭탄이 여당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집권당이 강성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까지 벌어집니다. 유명 역사가 티머시 스나이더는 『폭정』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전체주의자는 이성을 거부하고 선동가가 내세우는 신화에 열광하며 객관적 사실을 부정한다”고 말이죠.
정치인 팬덤에서 팬은 라틴어로 광신자를 뜻합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이성의 개념이 아니라 좋고 나쁨을 뜻하는 감정의 언어입니다. 연예인 팬덤은 있을 수 있어도, 정치가에 대한 맹목적 팬덤은 민주주의에 위험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적 지지했던 노사모처럼, 성숙하고 깨어 있는 시민이 진정으로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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