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일리안

[하재근의 이슈분석] 안산 짧은머리 파문 언론계를 뒤흔들다

데스크 입력 2021. 07. 31. 07:13

기사 도구 모음

한국 최초로 하계올림픽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의 머리모양 때문에 언론계가 뜨거웠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머리카락이 짧고 여대에 다니니 페미'라며 안산 선수에게 공격을 퍼붓고 있다는 기사들이 연이어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 양궁 선수 안산의 짧은 머리 모양이 국내에 반 페미니스트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헤어스타일을 보고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온라인 학대(Online abuse)는 한국 젊은 남성들 사이의 반페미니즘 정서에 기인한다'고 했다.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안산이 지난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3관왕을 표시하며 기뻐하고 있다. ⓒ 뉴시스

한국 최초로 하계올림픽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의 머리모양 때문에 언론계가 뜨거웠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머리카락이 짧고 여대에 다니니 페미’라며 안산 선수에게 공격을 퍼붓고 있다는 기사들이 연이어 나왔다. 특히 짧은머리가 초점이 됐다.


조금 이상한 논란이다. 통상적으로 어떤 주장이 나타나 사회에 큰 논란이 터졌다고 할 정도면 기사 댓글에서 그런 흐름이 실제로 포착된다. 이번 일 같으면, 안산의 짧은머리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나타날 거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댓글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상한 논란이라고 한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일반적인 논란에선 실제로 각 주장을 담은 댓글들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기 때문에, 댓글 게시판을 통해 논란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안산 선수 짧은머리 논란에선, 안산 선수의 머리모양을 비난하는 글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런 논란이 정말 존재하는가에 의구심이 생긴다.


물론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른바 남초 커뮤니티라는 곳에서 그런 흐름이 있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제한적인 영역에서 누군지도 모를 일부 사람들이 글을 올린 수준인데 언론이 그걸 대단한 사회적 논란인 것처럼 키워서 보도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을 수 있다.


올림픽 영웅을 머리모양 때문에 비난한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전하면 국민들이 공분할 것이 뻔한데, 원래 언론은 공분이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워낙 황당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외신들도 관심을 보였다. 폭스뉴스는 ‘금메달을 딴 선수가 칭찬받기는커녕 '온라인 반페미니스트 운동'의 표적이 됐다’고 했다. CNN은 ‘일부 (한국) 남성들은 안 선수가 (짧은) 헤어스타일을 선택한 것이 그가 페미니스트임을 시사한다고 말했으며 그들 중 일부는 그(안 선수)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심지어 올림픽 타이틀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 양궁 선수 안산의 짧은 머리 모양이 국내에 반 페미니스트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헤어스타일을 보고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온라인 학대(Online abuse)는 한국 젊은 남성들 사이의 반페미니즘 정서에 기인한다’고 했다. 프랑스24는 ‘짧은 머리를 선택한 건 페미니스트란 의미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이 안 선수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이 인터넷 커뮤니티 일각에서 나타난 극단적인 말을 너무 크게 키우는 바람에 외신들이 한국에서 정말로 짧은머리 논란이 크게 일어난 것으로 오인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언론의 과잉보도 의혹과 별개로, 어쨌든 안산 선수를 비판하는 주장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 주장의 내용 자체가 지나치게 황당하고 혐오적 정서가 깔려있으며, 그것이 단독적으로 돌출한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있었던 여성혐오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등장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사회적 견제는 필요하다.


여성혐오에 일부 여성주의 진영이 남성혐오 미러링으로 맞서면서 상호증오가 극단화되고 있다. 이젠 무슨 이슈든지 무조건 남녀 입장으로 갈려 황당하기까지 한 증오 공격을 일삼는 무리들이 등장했다. 어떤 이에겐 이러한 공격의 언어와 조롱이 일종의 오락처럼 된 것 같기도 하다. 배설의 쾌감을 느끼면서 그런 말들을 아무렇게나 던진다는 뜻이다. 그런 극단적인 말이 언론에게 좋은 기사 소재가 되면서 이번에 짧은머리 이슈에 뜨거운 반응이 일어났을 수 있다.


증오의 폭주는 당연히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명분으로 일부 극단적인 주장까지 과도하게 사회적 이슈로 만들면, 그게 더 증오를 부추길 수 있다. 한편, 각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본인들이 가볍게 던진 한 마디 한 마디가 사회를 황폐화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겠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