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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 청해부대 집단감염, 보름간의 미스터리 5

권혁철 입력 2021. 07. 31. 09:06 수정 2021. 08. 0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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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코로나 환자 발생에서 후송작전까지
문무대왕함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일들
반복되는 '설마'가 초래한 초대형 '인재'
[논썰] 청해부대 집단감염, 보름간의 미스터리 5

청해부대 장병들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돼 귀국했습니다. 왜 갑자기 301명 중 90%나 집단감염이 됐는지 국민들은 궁금한 게 많습니다. 이역만리 바다 위에서 작전을 하던 청해부대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청해부대가 귀국하자 국방부가 감사를 시작했고 정부가 민관합동으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아직 감사 결과와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을 근거로 의문점들을 짚어보겠습니다.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서 7월2일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첫 환자가 발생한 뒤 90%의 장병들이 감염돼 7월18일 수송기가 급파되기까지 보름간의 미스터리 5가지를 하나하나 풀어보겠습니다.

① 왜 청해부대 장병들은 백신을 못 맞았을까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군인들은 제일 먼저 백신을 맞았는데 청해부대원들은 왜 한명도 백신을 못 맞았지’라고 물었습니다.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은 지난 2월8일 부산에서 출발했습니다. 아덴만 등에서 작전을 하는 청해부대는 KDX-Ⅱ급 구축함(배수량 4400톤)들이 6개월 단위로 근무 교대를 합니다. 해군에 KDX-Ⅱ급 구축함은 6척(충무공이순신함, 문무대왕함, 대조영함, 왕건함, 강감찬함, 최영함)이 있습니다.

청해부대가 부산에서 아덴만까지 가는 데 1달, 근무 4개월, 귀국하는 데 1달이 걸립니다. 지난 2월 장병 301명은 백신을 맞지 않고 출항했습니다. 백신 접종 계획을 세우지 않은 국방부, 작전 기간 5개월간 백신 접종 요청을 하지 않은 합동참모본부에 책임이 있습니다. 청해부대는 해군이지만, 해외 파병이 되면 합참의 지휘를 받습니다.

[논썰] 청해부대 집단감염, 보름간의 미스터리 5

국방부는 청해부대가 2월 출항할 때는 백신 접종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3월부터 접종 계획을 세워 군 의료진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일반 장병은 5월부터 본격적으로 백신을 맞았다고 합니다. 국방부는 출항 이후에는 먼바다에서 오래 작전을 하는 만큼 백신을 맞은 뒤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응급조처가 힘들고 백신을 보관할 초저온 냉장고가 함정에 없어 현지 접종도 곤란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부 설명대로 2월 출항 전 백신 접종은 불가능했던 게 맞습니다. 하지만 3월 이후 다른 장병들이 백신을 맞는데도 국방부는 청해부대 백신 접종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먼바다에서 장병들끼리만 지내고 항구에 들어가도 장병들이 외출도 할 수 없고 외부인이 배 안으로 들어올 수도 없으니 방역 수칙만 잘 지키면 설마 별일 있겠느냐’는 안이한 판단 때문이라고 봅니다. ‘설마’가 사람을 잡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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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은 민간 선박과 달리 내부에 창문이 거의 없고 격벽으로 차단돼 밀폐된 공간이 많습니다. 환기 시설이 모두 연결돼 있어 일단 함정 안에서 감염병이 발생하면 금방 장병 전부에게 번집니다. 청해부대 장병들은 백신 접종이 어느 군인보다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군 지휘부가 청해부대에 백신 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면, 방법은 있었다고 봅니다. 청해부대 출항을 1달 정도 늦춰 3월에 백신을 맞혀 보내거나 국내에 있는 백신을 공수해 문무대왕함이 항구에 들를 때 해당 국가와 협의해 백신을 맞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청해부대는 임무 특성상 아프리카·중동 근해 등 바다에 머무르면서 주기적으로 식료품 등 물자 보급을 위해 인접 국가 항구에 들렀습니다. 청해부대는 지난 2월 부산 출항 이후 모두 9차례 항구에 갔습니다.

청해부대는 평시에는 우리 합참의 지휘감독을 받지만 해상작전 시에는 바레인에 있는 다국적군사령부인 연합해군사령부(CMF·Combined Maritime Forces)의 전술 통제를 받습니다. 국방부가 이 곳과 협의해 육지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국방부가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았으면 출항 이후에 백신 접종이 가능했습니다. 코로나 방역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최고 강도로 대응해야 한다는 교훈을 명심해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지난해 초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이후 1년 반이 지나도 청해부대는 무사했기에 국방부는 ‘이번에도 설마 별일 있겠어’라고 방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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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나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금은 오리무중입니다. 일부에서는 ‘항구에 있을 때 장병들이 육지에 몰래 내려 놀다가 감염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합니다.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군함은 다른 구조물과 달리 ‘현문’이 외부로 연결된 유일한 출입구입니다. 집으로 치면 현관 같은 곳입니다. 현문에는 24시간 현문당직자가 상주하며 누가 어디에 왜 가는지를 묻고 기록하고 보고합니다. 무단 이탈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기항지의 국가도 외국 해군 함정 장병들이 육지에 내리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에 청해부대 장병들이 배에서 내릴 수도 없다고 합니다. 청해부대 함정이 항구에 들어가면 일정 구역은 울타리로 차단해 외부인과의 접촉을 막고 부식 등을 받을 때 울타리를 개방한다고 합니다. 항구에 들어가더라도 외부인과 접촉할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국방부는 6월28일에서 7월1일 사이 현지 항구에서 고기, 야채 등 부식을 실었는데 그때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았겠느냐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현지 업체가 항구에 부식을 내려놓고 가면 크레인으로 부식을 함정으로 옮겼는데 그날은 크레인이 없어 장병 10명이 방호복을 입고 내려가서 일일이 배로 옮겼다고 합니다. 부식을 담은 일부 상자가 훼손되고 달걀에 흙이 묻어 있는 등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청해부대 첫 증상자가 조리병이라 식자재에서 코로나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그런데 방역 전문가들은 식자재를 통한 간접 감염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7월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미 국내외 전문가들이 냉동음식, 택배 물품 등의 매개체에 의한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낮다' 또는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면서 “코로나19는 비말, 접촉, 공기 전파 등이 주요 전파 경로이고 식품 섭취는 전파 경로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정확한 감염 경로는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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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코로나가 함정 내에서 퍼질 동안 왜 몰랐나

7월2일 최초로 감기 유사 증상자가 나왔을 때 코로나로 판단해 격리하고 검사를 하고 접촉자 추적만 했더라도 집단감염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감기약을 지급했고, 사나흘이면 좋아져야 할 감기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차도가 없고 감기 증상 환자가 급증했습니다. 합참은 “7월10일 승조원 다수가 감기 증상을 보여 40여명에 대해 '신속항체진단키트'로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청해부대는 신속항체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자, 현지가 우기인 관계로 감기 바이러스 활동이 활발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첫 보고 때 코로나19 가능성은 작다고 합참에 보고했습니다. 청해부대는 첫 감기 증상자가 발생한 지 8일이 지난 7월10일에야 합참에 유선으로 첫 보고를 했습니다. 해외 파병부대의 위치와 이상 유무를 매일 점검하고 보고받는 합참이 1주일 넘게 문무대왕함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는 데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논썰] 청해부대 집단감염, 보름간의 미스터리 5

신속항체진단키트로 검사한 것은 항원검사와 항체검사의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착오였지요. 감염 초기였던 청해부대원들은 항체 형성이 안 된 상황이어서 항체검사 결과가 당연히 음성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무대왕함은 2월8일 신속항원검사키트 대신 신속항체검사키트 800개를 싣고 출항했습니다. 청해부대가 신속항체검사키트를 가지고 출항했다는 것은 군이 코로나와 코로나 검사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드러낸 것입니다. 청해부대에는 의학 지식을 갖춘 외과, 마취과 전문의 군의관 2명이 있었는데 정말 아쉬운 일입니다. 집단감염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도 이렇게 놓쳤습니다. 7월13일 장병 6명이 인후염 등의 증상을 호소해 현지 병원의 도움을 받아 이들에 대해 유전자증폭 검사를 실시한 결과, 15일 모두 코로나 감염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첫 유증상자가 나온 뒤 13일 만이라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지나버려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지휘부인 국방부와 합참이 설마하고 방심해 백신 접종 계획을 안 세웠고, 현장의 청해부대는 외부 접촉도 없었는데 설마 코로나일까 하고 증상자들이 계속 나와도 감기로만 여겼습니다. ‘설마’가 다시 사람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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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장병들이 ‘피가래 쏟아내는 지옥’이었나

일부 언론은 ‘감염된 청해부대 장병이 피가래를 토하고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상황은 지옥이었고 국가는 우리를 버렸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침하는 장병이 피가래를 뱉는 것을 봤다는 장병도 있고 못 봤다는 장병도 있습니다. 장병들이 배 안에서 구역을 나눠 일하고, 생활하므로 지휘관이 아닌 장병은 자기 주변 상황만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청해부대 간부 3명, 병사 4명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군의관과 의무병들이 잠을 못 자며 환자들을 치료할 정도로 코로나가 확산됐고 일부 장병은 수액주사, 근육 주사를 맞을 만큼 몸 상태가 나빴습니다. 피 섞인 가래가 나온 장병 1명은 현지 병원으로 이송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장병이 피가래를 쏟아낼 정도는 아니고 평소 기침할 때 묻어나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청해부대 감염 상황이 심각했던 것은 맞지만, ‘피가래 쏟아내는 지옥’이란 일부 언론 보도는 상황을 과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논썰] 청해부대 집단감염, 보름간의 미스터리 5

⑤ 군은 왜 ‘긴급 후송작전’을 과잉 홍보했나

국방부는 공중급유수송기를 동원한 장병 후송 작전을 자화자찬했습니다. “최단기간에 임무를 달성한 최초의 대규모 해외 의무 후송 사례”라며 의미를 한껏 부여했고 앞서 ‘오아시스’라는 수송작전명을 이례적으로 공개해 과잉 홍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국방부는 7월18일 수송기를 타는 교대병력을 환송하는 서욱 국방부 장관의 사진을 기자들에게 홍보용으로 배포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긴급 후송 작전을 왜 하는지를 망각한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팩트만 따지면 “최단기간에 임무를 달성한 최초의 대규모 해외 의무후송 사례”는 맞습니다. 공중급유수송기는 19시간가량 비행해 현지에 도착해 6시간 만에 청해부대원 301명 전원을 태워 귀국했습니다. 사실 전세계 공군 중에 단기간에 장거리 수송 작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곳은 유럽과 미국 같은 선진국이나 군사 강국인 러시아 정도입니다. 우리 공군도 2019년 공중급유수송기 4대를 도입하기 전까지 이런 장거리 수송작전을 펼칠 수 없었습니다. 군사작전 측면에서만 보면 성과입니다. 군사력뿐만 아니라 외교력,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합니다. 국방부는 우리 군대와 우리나라 능력이 이 정도라고 자랑하고 싶었을 겁니다. 더구나 공군 성폭력 사건,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 등으로 실추된 군 이미지도 만회하고 싶었겠지요. 그러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입니다. 당분간 국방부나 합참 지휘부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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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점들이 많아 이런저런 추측이 나옵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권리는 보장돼야 하나, 장병들을 ‘패잔병’이라며 비난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부도 관련 조사에 민간 전문가를 대거 참여시키거나 민관 합동으로 진행해 조사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바랍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의 진상 규명 작업 그리고 정부의 후속 조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논썰에서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기획·출연 권혁철 논설위원 nura@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도움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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