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방역 손길 닿지 않는 방파제..나몰라라 쓰레기 투척에 '몸살'

노경민 기자 입력 2021. 8. 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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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 금지' 팻말 뒤로 '담 넘고' 테트라포드서 낚시
방파제 일대 '5인 이상' 술판..취사·야영 법적 금지 못해
31일 오후 9시 부산 사하구 두송방파제에 일대에 야영객들이 즐비해 있다.2021.7.31/©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부산에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더위를 피하고자 달려온 낚시꾼들과 야영객들이 무단 투기한 쓰레기들로 방파제 일대가 난장판이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합 제한 여파로 야외 낫개방파제와 두송방파제를 찾는 인파가 많아지면서 술판을 벌이는 모습도 잦아지고 있다. 하지만 방파제 일대에서의 취사와 야영을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어 점차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31일 오후 5시쯤 부산 사하구 다대동 낫개방파제. 방파제 입구부터 '테트라포드 낚시 위험' '쓰레기 투기 금지' 등의 팻말이 여러 개 부착돼 있었지만, 바로 옆에는 쓰레기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곳곳마다 '테트라포드 낚시 행위 금지'라고 적힌 현수막이 큼직하게 붙어있었다. 그러나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성인 가슴 높이의 담을 넘어 테트라포드로 향하는 야영객들이 적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서 포착된 낚시꾼들만 20~30명에 달했다.

31일 오후 5시 부산 사하구 낫개방파에 일대의 테트라포드 위에 '출입 금지' 수칙을 어기고 무단 출입한 낚시꾼들. 2021.7.31/© 뉴스1 노경민 기자

테트라포드 아래에는 플라스틱, 캔 등 사람들이 남긴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좁은 틈 사이로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지만, 수십톤 무게의 테트라포드를 들어내지 않는 이상 쓰레기를 처리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테트라포드 위에 올라탄 한 낚시꾼은 '출입금지 팻말이 있는데 왜 들어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금지인 점은 전혀 듣지 못했고, 현수막도 보지 못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낚시를 하면 안 된다'는 기자의 안내에도 그는 자리를 뜨지 않고 낚시하는 데만 열중했다.

현장을 관리·감독하는 요원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대동 주민 A씨는 "낚시 금지구역이라고 적혀 있는데도 몰래 담을 넘어 낚시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며 "애꿎은 지역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다들 규율을 지키지 않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31일 낫개방파제 입구에 쌓여 있는 쓰레기들.2021.7.31/© 뉴스1 노경민 기자

해가 지기 시작한 오후 7시30분쯤 인근 두송방파제에도 야영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3~4명씩 짝지어 돗자리를 펴거나 텐트를 설치한 후 미리 포장해온 고기를 구워 먹으며 취사·음주를 즐겼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수칙을 어기고 5~6명 이상 방문한 캠핑족들도 보였는데 이들은 술을 마신 채 마스크를 훌러덩 벗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일부는 난간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흡연을 하고 있었다. 어두운 탓에 머리에 헤드라이트를 끼고 두 손으로 테트라포드를 짚으며 바다 안쪽으로 가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지인들과 음주를 즐기던 B씨는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바다를 보면서 먹는 게 훨씬 맛있어서 찾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야외 야영객 증가로 부산에서는 쓰레기와 방역 문제가 여러 차례 불거진 바 있다.

민락수변공원은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밤마다 술판이 벌어지면서 '술변공원'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이에 수영구는 수변공원, 광안리해수욕장 등에 야간 음주 및 취식 제한 행정명령을 했다.

가덕도 어항과 해안가에도 낚시 애호가들이 점점 많이 몰려 방역 우려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이곳에서도 '음주·취사 행위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31일 오후 사하구 두송방파제에 음주 및 취사를 하는 야영객들이 몰려 있다.2021.7.31/© 뉴스1 노경민 기자

문제는 해수욕장과 달리 현행법상 방파제 지역에서 취사·음주와 야영을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는 데 있다.

방파제 인근 한 상인은 "대부분 사람이 술에 취해 쓰레기를 두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아침마다 주민들이 직접 와서 청소한다"고 전했다.

다대동 주민 C씨는 "아침만 되면 밤새 술 먹고 버린 쓰레기들이 넘쳐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방파제가 점점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허탈하기만 하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낫개방파제를 관리하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도 이 같은 문제를 이미 주민들의 민원과 현장 감독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

수산청은 쓰레기 무단 투기 단속을 위해 지난 6월 말 고정식 폐쇄회로(CC)TV 8대를 설치하고, 조만간 안전 펜스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수산청 관계자는 "방문객들로 인한 쓰레기 문제가 생각보다 커 현장 감독을 했다"며 "개방된 공간이다 보니 방역 부분을 놓치고 있었는데 개선 작업을 위해 예산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1일 낫개방파제 한가운데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들.2021.7.31/© 뉴스1 노경민 기자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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