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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韓 남녀 간 임금 격차, OECD 중 최대라는 여가부..사실일까?

양지혜 입력 2021. 08. 01. 09:23 수정 2021. 08. 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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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임금·직업 성격·경력 등 고려했을 때 성별 임금 격차 여전해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대에서도 남녀 임금 격차 有

지난 15일 여성가족부가 '여성가족부에 대한 오해,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자료를 게시했다. 최근 여가부를 두고 일어난 논란에 대해 답하겠다는 것.

여가부는 9가지 질문 중 "한국에 남녀 간 임금 격차는 없다?"는 물음에는 "아니다"고 답했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2.5%로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하다는 것.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OECD 중위임금을 기준으로 남녀 임금 격차를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성별 임금 격차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노동 시간, 직업 성격, 경력' 등의 여러 변수를 따져야 한다는 것.

이에 다양한 변수를 고려했을 때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 현황이 어떠한지 사실을 확인해보았다.

지난 15일 여성가족부가 밝힌 팩트체크 자료 (출처=여성가족부 홈페이지 갈무리)

◆ '중위소득'은 국제적 표준

남녀 임금 격차를 명확히 따지기 어려운 이유는 성별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임금 격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노동 시간, 직업 성격, 경력 뿐만 아니라 연령, 교육 수준 등이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적으로는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성별 임금 격차를 비교하고 있다. OECD 역시 정규직 직원의 남녀 간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임금 격차를 비교한다. 이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32.5%로, OECD 평균(12.8%)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이때 '중위소득으로 남녀 임금 격차를 비교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김 교수는 "중위소득은 국제적 표준"이라며 "OECD 통계가 '노동 시간, 직업 성격, 경력' 등의 변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기는 하지만 이는 다른 나라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만약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노동 시간을 통계에 반영하고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경우 문제가 되지만 기준이 같다면 비교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

같은 상황에서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 격차가 유독 크게 나타난다면 한국의 남녀 임금 차별이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전명숙 전남대 경영학과 교수도 "OECD 등의 통계는 남녀 간 임금 격차를 국제적으로 비교하고 각 현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시간당 임금에 따른 성별 임금 격차는?

다양한 변인을 고려했을 때 성별 임금 격차 현황이 어떠한지 살펴보았다.

우선 남녀 간 존재하는 임금 차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남성들의 노동 시간이 여성보다 더 길기 때문에 남성의 평균 임금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남성의 근무 시간이 여성보다 긴 것은 사실이다. 2019년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남성의 월 평균 근로 시간은 157.9시간으로 여성(144.6)보다 13.3시간 더 많았으며, 하루 평균 근로 시간은 8.2시간으로 여성보다 0.6시간 더 많았다.

이에 시간당 임금을 기준으로 성별 임금 격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남녀 임금차별, 어떻게 할 것인가' 보고서에서는 고용형태, 사업체 규모에 따른 (시간당) 성별 임금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남녀 임금 격차는 비정규직(22.3%)보다 정규직(32.0%)에서 더 컸다. 반면 사업체 규모의 경우 100인 미만 사업장보다 10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상대적으로 성별 임금 격차가 컸는데, 특히 300인 이상 보다는 100인~299인 그룹에서 그 격차가 조금 더 컸다.

이는 회사 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벽' 때문일 수 있다. 대체로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1차 노동시장(고임금, 장기적인 고용 관계, 좋은 근로 조건 등)에서는 인사관리제도가 잘 이루어져 있어 남녀 간 임금 격차가 크지 않다.

반면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근무하는 중소기업에서는 인사관리제도가 미비해 깜깜이 연봉 계약을 맺는 등 차별이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김 교수는 "대기업에서는 여성의 재직 비율이 적은 편"이라며 "여성의 경우 진입(채용)에서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시간당 임금에 따른 성별 임금 격차(출처=김난주, '남녀임금격차 실태조사 결과 및 정책과제' 보고서 갈무리)

업종별 성별 임금 격차는?

각 산업별 남녀 간 임금 격차도 확인해 봤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1개 산업체 대분류 기준으로 농업·임업·어업(42.0%), 제조업(41.6%), 전문·과학및기술서비스업(37.9%),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36.4%)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컸다.

반면 이러한 임금 격차는 '여성이 특정 직군을 기피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상대적으로 제조업, 전문·과학및기술서비스업에는 여성의 분포 비율이 낮아 더 큰 임금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여성이 많이 근무하는 산업체에서의 임금 통계를 확인해보았다. 만약 성별 임금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나는 이유가 여성이 특정 직군을 기피하기 때문이라면, 여성의 분포 비율이 높은 산업체에서의 임금 격차는 적거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김난주 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18.1%)'에 근무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외에 '제조업(13.2%), 도매 및 소매업(12.3%), 숙박 및 음식점업(11.3%), 교육서비스업(10.8%)' 순서로 가장 많이 분포했다. 이에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각 산업체에서의 임금 격차를 비교해보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사업체 특성별 임금분포 현황' 보고서를 보면 여성이 가장 많이 근무하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경우 남성의 중위소득은 3614만원이었고 이는 여성에 비해 약 1100만원 정도 많았다.

반면 도매 및 소매업에서는 남녀 임금 격차가 약 1200만원 정도였으며,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는 약 300만원 정도 차이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교육서비스업에서는 약 2300만원 정도의 성별 임금 격차가 있었다.

이때 상대적으로 여성이 적게 근무한다고 알려진 건설업에서의 성별 임금 격차가 1200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여성 분포 비율이 높은 산업체에서의 임금 격차가 적다고 하기는 어렵다.

즉 각 산업의 직업 성격을 감안해도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노동 시간, 교육 수준, 경력 등 다른 변인에 의해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산업체 대분류 및 성별에 따른 임금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사업체 특성별 임금분포 현황' 보고서 갈무리)

◆ 경력·연령에 따른 성별 임금 격차는?

다음으로 경력에 따른 성별 임금 격차를 확인해보았다. 결론적으로 남녀 임금 격차는 경력이 쌓일수록 더 커졌다.

'사업체 특성별 임금분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1년 미만 남성의 임금은 2552만원으로 여성보다 대략 300만원 더 많았다.

이때 1년 이상~2년 미만의 경우 그 차이가 약 400만원으로, 2년 이상~3년 미만의 경우 약 500만원으로 벌어졌으며 이는 연차가 쌓일수록 더 커지다가 10년 이상이 되면 약 17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연령에 따른 성별 임금 격차는 어떠할까? 김난주 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임금근로자의 전 연령 시간당 성별 임금 격차는 35.1%였다.

특히 연령별 시간당 성별 임금 격차는 15~29세가 5.2%로 가장 적고 30~54세가 34.0%, 55세 이상이 45.3%로 가장 컸다. 즉 연령에 따른 성별 임금 격차 역시 나이가 들수록 더 커졌다는 것.

이처럼 경력 및 연령에서 성별 임금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임신·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주요 원인으로 판단한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서도 임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근속년수'라고 명시했으며, '여성은 육아휴직 등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여성은 (여전히) 양육과 가족 돌봄의 1차 책임자"라며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여성 10명 중 4명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성별 연령별 임금근로자 시간당 임금 및 성별 임금격차 (출처=김난주, '세대별 성별 임금격차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 갈무리)

◆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대에서도 성별 임금 격차 有

다만 최근 연구에서는 경력단절을 경험하기 이전인 20대에서도 남녀 임금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환 캔사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의 연구에서 '군복무 등의 변수를 고려한 대학 졸업 2년 이내의 20대 대졸 여성 노동자의 소득이 남성에 비해 19.8% 작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대 청년층에서 성별 소득 격차가 적다'는 통계는 남성의 군복무로 인한 성별 경력 격차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생긴 결과라는 것.

또한 김 교수는 연구에서 "가족 배경·성별에 따른 세부 전공 차이·출신 대학의 순위 차이·기타 다른 모든 인적 자원 변수를 통제해도 이 격차의 2.4% 포인트 밖에 설명하지 못한다"며 "같은 학교·같은 학과·같은 학점을 받아도 경력 초기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소득은 남성보다 17.4% 포인트 더 낮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추가적으로 '출생지역·출신학교·전공계열'에 따른 성별 노동시장 선호에 격차가 있을 경우를 염두에 두고 분석 대상을 매우 좁게 한정(서울에서 출생한 상위 10위권 인문사회계열 전공자)하였으나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며 "인적 자본 통제 후 남는 성별 소득 격차는 여성 차별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변수 고려해야"

결론적으로 '노동 시간, 산업체, 경력, 연령' 등 다양한 변인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남녀 임금 격차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김창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교육 수준, 연령, 전공, 학벌' 등 많은 변인을 통제했을 때에도 유의미한 수준의 남녀 임금 격차가 나타났다.

다만 임금 격차에는 성별 이외에도 여러 변인이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다양한 변인을 보다 더 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 교수 역시 "쟁점은 '남녀 임금 격차에 차별적 요인이 얼마나 작용하는가'라며 (연구 결과가) 연구자와 분석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양지혜 인턴 기자

양지혜 (chri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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