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제학]사라진 '옆나라' 특수, 韓 항공업계 "날아간 기회"

김용훈 2021. 8. 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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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도쿄올림픽은 이웃인 우리에게도 별로 득이 되지 못한다.

2008년 중국 베이징올림픽 당시, 우리나라는 베이징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수혜를 입었다. 개최국에 방문했던 관중들이 한국을 여행하는 일정을 계획하기도 하고, 전지훈련 시설을 빌려주고 비용을 받는 등 다양한 수익 창출을 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한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WOP)인 삼성전자도 코로나로 얼룩진 도쿄올림픽에선 마케팅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탑승객이 크게 늘 것이라 기대했던 항공업계도 여전히 울상이다.

■코로나에 날라간 주변국 특수
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전지·합숙훈련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국가는 37개국에 달한다. 140여팀의 2863명의 선수가 한국을 찾았다. 베이징올림픽 참가국이 205개국, 1만5000여명이 참가한 것을 감안하면 전체의 약 6분의 1은 한국에서 훈련을 한 셈이다. 당시 지진과 티베트 시위, 미세먼지 등 환경 악재가 있던 터라 개최국인 중국이 아닌 한국을 훈련장소로 택한 국가가 적지 않았다. 88올림픽, 2002월드컵 등을 치르면서 국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체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점도 이들이 한국을 선택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덕분에 이들 선수단의 체류비 뿐 아니라 관광·홍보 같은 부수적인 효과까지 올렸다.

지난 겨울 보성군을 찾은 축구 전지훈련팀(보성군 제공)/뉴스1 © News1 /사진=뉴스1

이번 일본 도쿄올림픽 역시 마찬가지 효과를 거두고자 했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노출 우려를 피할 수 있으면서 일본과 기후도 같고 시차도 없어 전지훈련 장소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 부산, 충주, 제주, 안동, 김천, 양산 등 지자체는 계약시점을 4~5월로 보고 홍보에 나섰다. 한국관광공사도 작년 2월 포럼을 열어 전지훈련단 지원 프로그램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세일증 나섰지만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모두 물거품이 됐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속도가 가팔라지자 해외 선수단에서 전지훈련 계획을 취소하거나 실사를 미루기도 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와 시차가 없는 도쿄올림픽은 코로나가 불러온 '불황터널'을 탈출해 보복소비가 분출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삼성전자는 내 기업 가운데 유일한 올림픽 메인 스폰서다. 199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 후원 계약을 체결, 후원사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인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WOP)'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IOC는 정보기술·컴퓨터·무선통신·음료 등 각 분야별 1개 업체에만 WOP자격을 부여한다. 삼성전자는 무선통신 분야 공식 파트너사다.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 갤럭시S7 올림픽 에디션을 출시한 삼성전자도 이번엔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 코로나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감안했다.

■기대했던 항공·여행 "최악의 올림픽"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14개 월드와이드 파트너들은 도쿄올림픽 후원에만 약 5억달러(약 5700억원)를 투입한다. 하지만 이에 따른 홍보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비단 삼성전자 뿐 아니라 여타 WOP도 마찬가지다. 코카콜라는 하계 올림픽에서 가장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하는 기업 중 하나지만 도쿄올림픽에선 눈에 띄는 활동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국 WOP인 도요타와 파나소닉은 경영진이 개막식에 불참했다. 그만큼 후원사들의 마케팅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그나마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은 올 상반기 TV 판매가 늘었다. 다만 올림픽 특수라기보단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현상으로 분석된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16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16. misocamer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서울 김포공항과 도쿄 하네다공항 간 운항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일본을 찾는 관중들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대한항공, 아시아나 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항공사들은 도쿄올림픽이 항공업계에 가장 큰 호재로 인식했다. 앞서 브라질 월드컵, 리우 올림픽 등이 개최됐을 당시엔 TV를 비롯한 국산 가전을 싣고 나르는 화물편의 증편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선 이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도쿄는 하루 생활권이기 때문에 여행객 증가를 기대했던 게 사실"이라며 "최악의 경영상황을 탈출할 계기로 봤지만 결과적으론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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